|
충청의 젖줄 금강.4
자연은 누구에게 특별히 자랑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찬찬이 들여다볼수록 신비감이 넘친다. 그저 하나하나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미처 몰랐거나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듯 눈앞에 있다. 풀숲만 들여다보아도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진다. 가는 곳마다 생명력의 귀중함이 느껴진다. 발밑에서 꿈틀꿈틀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시기를 골라 새싹이 돋아나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이 건강해야 많은 생명들이 살고 생명이 살아야 사람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 된다. 맑은 물이 흐르고 맑은 공기가 넘치는 친환경적이어야 먹거리가 늘어나며 보다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프니까 살아있고 사람이니까 아프다. 사람이 살아있으니까 아픈 줄을 안다. 거대한 바위라도 조약돌이 되도록 깎이고 굴러간들 아프다 하겠는가. 초목이 가지가 부러진들 아프다고 하겠는가마는 사람은 다르다. 이처럼 가장 강한 듯싶은 사람이 가장 아파한다. 강한 것에 강하고 약한 것에 약하다. 가장 미생물인 곰팡이 같은 균에 꼼짝을 못하고 고스란히 당하기도 하지만 호랑이를 잡고 사자를 잡는 용감함을 지니고 있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짜증내고 다투기도 한다. 느낌 같은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다. 감정이 지나치면 주체할 수 없어 감정적인 문제가 생겨난다. 감정을 잘 추스르고 다스려야 한다.
작은 풀 한 포기가 귀하고 꽃 한 송이도 화려하다는 마음가짐에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보면 또 그렇게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도 그만이다. 누가 시비 걸거나 뭐라고 하지 않는다. 자연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저마다 나름 의미를 담고 있다. 그냥 허투루 있는 것은 없다. 그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다. 필요에 의해 존재하며 그 어딘가는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보고도 보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 보고 생각할 수 있으면 된다. 마음까지 얹어 보게 되면 더 좋은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 가치를 느낄 수가 있다.
가을이 되면 갈 길이 바쁜지 갓 올라온 풀줄기에서도 성급할 만큼 꽃이 핀다. 풀이 있고 꽃이 있는 곳에 벌 나비 개미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들이 모여든다. 그들이 살아가기에 풍부한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을은 거두는 계절이다. 자연은 겉보기에 자꾸 변하고 바뀌어도 근원은 여전히 멎지 않고 숨을 쉬고 있다. 자연은 주위를 정화시키며 수많은 생명들을 푸근하게 품에 않는다. 사람도 그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가을은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모두 내려놓고 떠날 준비를 한다. 무성한 잎은 화려한 단풍으로 변신을 하고 미련 없이 버릴 줄을 알기에 가을이 더 아름답다. 그만큼 가을이 소중하다.
천리 길을 흐르는 금강이 어디 무처럼 그냥 단숨에 쭉 뻗었으랴. 그렇지 않다. 상류에서부터 수없는 물줄기가 사방팔방에서 모여든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이 한 방울의 물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여 보탬이 된다. 금강의 발원지는 뜬봉샘으로 알려졌지만 천리 충청의 젖줄로 흐르면서 어찌 그 하나뿐이랴. 여기저기 산자락 계곡마다 실핏줄 같은 물줄기가 모아지니 그들 나름 그쪽 방향의 발원지라고 하여도 손색없을 터이다. 마치 수백 년을 묵은 거대한 나무가 누워있는 것 같다. 작은 이파리에서 수없이 퍼져있는 잔가지며 점점 굵어진 중간 가지에서 큰 가지로 이어지고 마침내 둥치로 모여들어 한 마음 한 뜻의 큰물을 이룬 금강이다. - 2016. 10. 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