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고질병인 흑백갈등이 또다시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에서 비무장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총격사건으로 촉발된 폭동이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시당국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 전역에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 출퇴근 근로자를 제외한 시민의 무기한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렸지만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발표,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관계당국에 조속한 사태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1000여명의 경찰이 2교대로 비상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저녁 오하이오주 주경찰이 사태진압을 위해 투입됐다. 시당국은 오하이오 주정부와 주정부군 소집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총격사건의 진상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199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했던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태는 7일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티머시 토머스(19.사진)라는 흑인청년이 도주하다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토머스는 안전벨트 미착용과 운전면허증 미소지를 포함한 각종 경범죄 등 14건의 범법행위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사건 직후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는 인권단체와 흑인의 항의가 쏟아졌고 9일 북부 흑인빈민지역에서 흑인의 시위가 시작됐다. 이후 항의시위는 폭동으로 변질돼 소규모 무리의 절도와 약탈, 파괴, 무단침입이 잇따르면서 시 전역이 무법천지로 변했다. 11일 밤에는 경찰관 한 명이 총격을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시당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폭동사태로 66명이 체포됐고 65명이 부상당했다. 인구 33만여명의 신시내티시에서는 지난해 9월 이후 5명, 1995년부터는 15명의 흑인이 경찰에 목숨을 잃어 흑인의 불만이 증폭돼 왔다. /박창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