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판매시설인 8층짜리 에비뉴엘동, 11층짜리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개 동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6?4 지방선거 전부터 나돌던 제2롯데월드 7월 부분 임시개장설을 현실화하기 위한 롯데의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서울시의회 ‘동남권역 개발 지원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6월 13일 교통혼잡 및 시민안전에 대한 롯데 측의 성의 있는 대책 마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 승인을 무기한 불허해 줄 것을 서울시에 강력히 요청했다. 롯데가 교통영향 평가에서 마련한 대책은 2016년 준공시기에 맞춰진 것으로, 지하광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사중이거나 공사 착수도 못 한 상황이다. 서울시의회는 실질적인 교통혼잡 대책 및 안전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을 허가한다면, 이는 지역 주민을 포함한 서울시민의 불편과 안전을 담보로 사기업의 이익을 보호해 준다는 오명을 서울시가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위험투성이
제2롯데월드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역 부근에 들어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초대형 복합단지로 롯데물산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총 건축비 3조5000억 원짜리 대형 사업이다. 제2롯데월드타워가 포함된 이 사업은 시작부터 특혜시비에 휩싸였었다. 애초 공군과 항공전문가들은 5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성남공항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사 허가를 지시했다. 결국 국방부가 활주로 각도를 3도 틀면 안전하다는 식으로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롯데는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2014년 현재, 제2롯데월드는 착공 3년여 만에 공정률 60퍼센트를 넘어서며 빠르게 건설되고 있다. 특히 개장 시기를 앞당기려는 계획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의 무리한 근무, 야근 등 업무강도가 심해지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공사를 빠르게 재촉하느라 충분한 안전조치, 장치를 갖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이후에만 공사 현장에서 4건의 큰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고, 지난 5월 27일에는 4월에 발생한 사망 사고 건에 대해 현장 책임자 2명이 입건되었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현장 책임자 몇 명이 처벌받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난 2월에 발생한 공사장 화재는 용접불꽃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용접작업의 특성상 불꽃이 다른 곳으로 튀면서 불이 붙을 위험은 늘 있다. 그럼에도 안전보다 속도를 중시하면 인화성, 가연성 물질을 치우고 소화기를 구비해야 하는 등의 수칙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공사 과정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기둥 균열 등이 발견되자, 서울시는 올해 2월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한국건설관리학회, 한국화재소방학회,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4개 안전방재 기관에 용역을 맡겨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보고서 발표가 지연되어 아직 점검결과가 공유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이 점검을 통해 이미 수백 개의 안전조치를 해야 할 사안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안전점검은 지상 15층 이상 고층부 공사 현장에 대해서만 이루어진 것으로 건축물 전체와 주변 지역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조치와 재점검에 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사라진 석촌호수의 물
제2롯데월드타워 이슈 중 가장 불안한 부분은 지하수 문제다.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후 바로 옆 석촌호수의 수량이 15만 톤가량 유실되어 수위가 급속도로 내려가면서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 위험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커졌다. 최근 한 주간지가 보도한 ‘석촌호수에 투입 되는 연도별 한강물 수량 자료’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최종 건축허가가 나기 전인 2010년 11월에는 37만6000톤이었던 투입 한강물 수량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2011년에는 47만, 2012년에는 66만2000톤, 2013년에는 94만 톤으로 해마다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제2롯데월드 공사중 지하수가 가득 찬 수맥을 건드렸고, 수맥에서 대량의 물이 빠져나가 수위가 낮아지자, 롯데 측에서 한강물을 일부러 끌어와 수위를 맞추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롯데 측은 고층빌딩을 지으면 지하수가 유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근처에서 공사 중인 효성해링턴 타워에서도 지하수가 유출된다는 둥, 완공된 제1롯데월드에서도 상당량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둥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지하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반 약화에 따른 건물 붕괴 등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 등 관련 의사결정자들은 이렇게 공사 현장, 건물 자체 및 그 주변부 안전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책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층부 임시 조기개장을 승인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리고 한강물을 끌어와 수위를 맞추는 일을 멈춘 상태로 1년 정도 지하수의 수위와 변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원인규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안전 위한 국민의 제안
우리나라는 50층 이상 주거용 건축물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건축물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경관파괴, 교통체증, 고에너지사용, 화재, 항공사고 등에 대한 대책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초고층건물의 안전, 방재 기준은 일반 고층건물보다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한다. 30개 층마다 1개 층 전체를 피난안전구역으로 의무화하는 현행 규정 대신 10개 층 단위로 해당 층의 일부를 피난안전구역으로 설정하거나, 장애인, 노인 등의 재해 약자를 위한 층별 대피공간 설치도 시급하다. 비행고도를 고려한 건축물의 높이도 도시계획 심의사항에 포함하고, 항공안전을 교통영향평가의 필수항목으로 다루도록 해야 한다. 국가시설의 배치, 지형지세, 미기후, 건축물 높이 등을 감안해 도심 상공 전체를 비행금지 및 관리구역 등으로 세분하고 운항 매뉴얼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위험지역에는 고도제한 등 운항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 고층건물 안전관리는 항공안전뿐만 아니라 화재, 지진, 바람,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되 유관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연 어떤 사람들의 주장과 이익이 반영되어 이런 초대형 건물이 필요한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서울시는 코엑스 옆 한전 부지 등에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데, 과연 이런 성장중심적인 도시계획 속에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얼마나 고민했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내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뼈저리게 확인했다. 이제 제2롯데월드 문제도 기업과 서울시, 송파구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중앙집중식 안전시스템을 벗어나 시민과 지역사회가 안전을 지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종류 및 규모의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중앙에서 통제하고 점검하는 시스템만으로는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제2롯데월드는 주변 주거인들의 일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을 안고 있는데도, 주민들, 시민들이 과정에 참여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번 기회에 시민과 지역사회가 단순 이벤트성 투어가 아닌, 직접 감시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전점검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