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게시판에서는 일본 갑옷에 대해서 별 논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그래봤자 1화 뿐), 살짝 의문이 가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견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일본 갑옷에 대해서 간단히만 한 자 적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본 갑옷은, 대충 이렇게 생긴 것일 겁니다.

<그림 1: 오요로이>
(사진은 들녘의 판타지 라이브러리 33권 - 무기와 방어구(일본편) 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갑옷이 뭔지,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실 것으로 압니다. 이것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 갑옷, "오요로이(대개大鎧)" 입니다.
이 갑옷은 전쟁의 중심이 기마전에서 궁시전으로 변화해 가던 시기인 겐페이 전쟁기에 전성기를 맞은 갑옷입니다. 지난 여름에 일본에 가 보았는데, 가마쿠라에 있던 미나모토 집안의 진쟈에 걸린 겐페이 전쟁도 병풍에 저런 갑옷을 입은 무사들이 많이 그려져 있더군요 ^^* (참고로 저 무사가 차고 있는 검의 형태는 타치(타도打刀)라는 검입니다. 일본검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이 갑옷은 시간이 가면서, 센코쿠(戰國) 시대의 철포 전래 및 장창을 주력으로 한 집단전의 등장으로, 도세이구소쿠(당세구족當世具足)이라는 갑옷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맙니다. 이 갑옷은 오요로이와는 달리 온 몸을 전부 둘러쌀 수 있으면서도 간편하여 스피디한 전투에 아주 유용했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몇 종류가 있습니다. 이 그림들 역시 같은 책의 것입니다.

<그림 2:통측동구족>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통측동구족입니다. 흉배가 평평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철판을 연접시켜서 만듭니다. 철포에 대한 방어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림 3: 남만동구족>
일본은 서양과의 교류 또한 일찍 시작되었기 때문에, 서양의 갑옷 형식 또한 수입되었습니다. 남만동이라고 불리던 서양의 갑주는 철포탄도 견디는 견고함으로 무장들의 선호를 받았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갑옷은 앞이 불룩 튀어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창이나 총알이 여기 맞으면, 비껴 나가게 됩니다... 무거워서 아무나 입는 것이 아니었습니다만.

<그림 4: 신겐이 총에 맞았다는데...? 토쿠가와 이에야스. 남만동구족이 뒤에 보입니다.(영화 카케무샤)>

<그림 5: 다케다 신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익사이팅한 흥분감에 테크노 댄스를 추는[...]... 이 아니라, 기뻐하는 오다 노부나가의 모습. 왼쪽에 서양 갑옷이 보이죠? (영화 카케무샤)>
그 외에도 조금은 더 대중적이었을 것 같은 갑옷(제 생각입니다만.)으로, 카드 모양의 철판을 쇠사슬로 이어 만든 다타미구족이라는 게 있습니다. '갤 수 있는 갑옷' 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림 6: 다타미구족>

<그림 7: 마쓰다이라 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다케다 가의 무장들. 다테미구족이죠?(영화 카케무샤)>
자 이 정도 해놨으면, 이제 불멸의 이순신을 뒤집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진왜란은 센코쿠 시대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시기이고 병기의 모습이 쉽게 변하지 않던 시대였으므로, 임진왜란 당시의 무기들은 거의 모두가 이것들과 일치한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참고로 이 사진들은 모두 1화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림 8,9: X줄 빠지게 이순신의 머리를 갈구하는 소서행장(고키시 유키나가)의 똘만이덜[...]>
첫번째 사진의 두 번째 줄 장수들과(나머지는 단색이라 잘 안보입니다.), 두 번째 사진의 좀 더 자세한 사진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이 갑옷이 위의 일본갑옷 중 어느 쪽에 그 형태가 가깝다고 보십니까? 전 오요로이 쪽입니다. 카케뮤샤의 갑옷들과 비교해 봐도 조금 이질적이지 않으십니까?
물론 진짜 오요로이하고는 생긴 모습이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잘 봐줘도 제 눈에는 오요로이 - 당세구족 사이에 있던 갑옷들인, 동환이나 복당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 갑옷들 모두, 센코쿠 시대의 개막과 함께 거의 모두 폐기 처분되고 어린 장수들의 연습용(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어렷을 때 쓰건 것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하네요.)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어렸을 때의 장난감, 혹은 골동품을 전쟁터에 입고 나온 걸까요? 생사가 걸린 전쟁터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림 10: 대략 협도들의 압박....>
이전의 사극들에 비해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하여 매니아들을 즐겁게 하는 불멸의 이순신이지만, 그래도 간간이 옥의 티는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내친 김에 십자창이나 나기나타, 일본 소헤이(승병)들도 등장시켜버려!!)
<이 글의 원문은 cafe.daum.net/shogun 에 게제되었습니다.>
첫댓글 무척 도움이 되는 글이군요. 소홀히 하기 쉬운 고증을 놓치지 않고 올려주신 점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좋은 글 작성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순신 재밌긴 한데 또 어이없었던거......... 명나라 대장 막사 에 있던 병풍이 고구려 병풍같더라고요 그리고 노량해전인데 거북선은 눈을 씻고봐도 안 나옴
불멸의 이순신의 가장 옥의 티는 조선군이 왜군과의 싸움에서 백병전을 잘한다는 것이죠.(.....)
<<위엣분 완전 동의... 흠흠.... 김준수 님 감사합니다 ^^*
활쏘는것도 엉터리죠 양궁과 완전히 같은 사법입니다 조총도 연사가 되고 장전하는 모습은 한번도 않나오죠
훌륭한 고증 !
하지만 그런것까지 일일이 다 맞출수 없었던 방송제작 현실상 그랬을거 같은데요..전 그런거 안따져도 이순신 잼있게 보고 있거든요
가장 아쉬운건 이순신 드라마에 거북선이 안나온다는것은 이해가 안가는군요
우와 일본 무사 들의 갑옷 또한 볼만하군요~
일본의 갑옷들이 화려한 이유는 일본의 습한기후때문에 이를 막고자 칠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ㅇㅇ;
후대에 전해진 감자가 임진왜란에 나오고 -_- 갑옷을 입고 물에 빠진 병사가 둥둥 떠다니고 ... 이순신이 양궁을 쓰는데 뭘 기대합니까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