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골프시장 2017년 1조6000억 규모 전망
- 반부패 정책에 스크린골프 인기 급상승
지난 7월 6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열린 KLPGA 투어 대회에서 김효주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첫 날부터 김효주 선수와 치열한 접전을 펼친 선수는 ‘중국의 박세리’라고 불리는 펑산산이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챔피언십 우승자인 펑산산은 중국 여자골프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중국 골프의 위상을 높인 공로로 국가체육총국으로부터 국가 체육영웅 훈장을 받은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골프에선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골프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운동으로 여겨져 배척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이런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계기는 1984년 골프 금지령이 해제되면서부터.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해외 유학파와 상류층을 중심으로 골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다.
2016 올림픽 겨냥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
그동안은 민간 차원에서 골프 저변이 확대되었지만, 최근에는 국가 차원에서 골프를 적극 지원·육성하고 있다. 이는 골프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가동되고 있는 국가 프로젝트라서다.
2012년 중국골프산업 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골프장 수는 공식적으로 587개(총 1만570개 홀)다. 그러나 정식 골프장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골프장으로 운영되는 시설을 합하면 그 수는 800개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골프협회는 2020년 중국 골프장 수가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프는 ‘자본주의 귀족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사업이나 취미를 이유로 골프장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2020년에는 중국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층이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골프 인구는 전체 인구의 0.5% 안팎인 800만명으로 추산되며, 2020년에는 20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골프시장 역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중국산업정보망에 따르면 골프산업 규모는 매년 12%씩 커져 2017년에는 100억 위안(약 1조6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내 스크린골프장이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따라 공무원에게 지급되던 VIP 카드를 없애고 있으며, 사정 칼바람에 공무원들이 바짝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장은 투자비용이 적고 환경에 대한 제약도 없어 요즘 인기 만점이다. 중국에서 골프장에 투자할 경우 토지와 건설 비용, 회관, 유지비용 등을 합치면 최소 3억 위안 이상이 필요해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이와 달리 스크린골프장은 비용이 저렴하고 기후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 선호하는 고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에서 스크린골프 시장은 연해 지역 대도시에 집중돼 있으며 미국·한국·중국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계 스크린골프장은 7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상하이·베이징·광저우·장쑤성·저장성 등 연해지방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2008년 ‘중국 내륙 실내스크린골프장 보고서’에 따르면 스크린골프 시장은 미국이 37%, 한국이 32%, 중국이 22%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산업이 그렇지만, 스크린골프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이 한국과 미국 기술을 도입해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중국 최대 스크린골프 생산기업인 잉보란티엔(Eaglesky)사는 2012년 6월 미국 기술을 도입한 스크린골프 신제품 ‘VTRUE 시리즈’를 내놓았다. 2012년 매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으며 어느덧 전체 중국 스크린골프 시장의 20%를 점유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2013년 5월에는 한국의 적외선 센서기술을 도입한 ‘ICentury’ 브랜드를 출시하며 현지 언론으로부터 중국 스크린골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미국 기업은 기술과 전통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어바웃골프사는 2003년 실내 스크린골프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5년 세계 판매량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진출해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마카오·대만 등지에 넓은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2013년에는 대리 판매, 유통망, 합작판매 시스템을 통합했으며 동종 업계 중 가장 빠른 시간 내 중국 전역의 판매망을 확보한 외국 기업으로 떠올랐다.
한국 기업의 경우 현지법인 또는 합작회사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 스크린골프 강자인 ‘골프존’은 2011년 6월 중국 베이징에 ‘베이징 골프존 상무유한공사’를 설립하면서 진출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골프연습장’을 선보였다.
골프존 관계자는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3D 스크린골프 기업 골프업은 지난 5월 중국 스크린골프 기업 상하이윈하오실업과 2000만 위안 규모의 중국 총판 계약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합작투자 회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 내 3D 스크린골프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골프 종주국은 영국이지만 스크린골프 문화는 한국이 만들어낸 새로운 레저 트렌드다. 실내 스크린골프 업계의 대표 주자인 한국은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기술력과 마케팅력이 충분하다. 한국 스크린골프에 대한 중국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선호도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스크린골프사이트 등 각종 스크린골프 관련 사이트에서도 앞다퉈 한국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기업의 진출 여건이 양호한 만큼 추가적인 노력을 병행한다면 시장 석권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선 스크린골프장에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및 AS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배가 되어야 한다. 중국은 골프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도 골프 훈련을 할 수 있는 연습장, 교육 설비, 프로그램, 교육자 등의 인프라 환경이 잘 갖춰지지 않아 배울 기회가 적은 편이다.
스크린골프장이 우수한 강사진을 확보하고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더욱 많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린골프장 시뮬레이터 가격은 1세트당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스크린골프장에는 대부분 최신 디지털 기기가 설치되기 때문에 고장이 났을 경우 신속하게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지속적인 사후관리로 고객과 신뢰를 쌓아나가야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호텔·리조트·회의장·사무실에 설치 잇따라
아울러 중국 스크린골프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체험 기회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 5월 재중국대한골프연맹은 칭다오에서 ‘2014 마스터즈 스크린골프 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중국 전역의 130명이 참가했으며 한·중 양국의 문화·체육 교류를 위한 기반이 형성됐다. 이와 같은 스크린골프 행사를 자주 개최한다면 더욱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스크린골프 레저 문화를 홍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호텔·리조트·회의장·사무실 등 다양한 장소에 소규모로 스크린골프장이 마련되는 추세도 눈여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