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관하여’를 읽고
루이즈 애런슨 지음 | 최가영 옮김 | 비잉 펴냄
나이가 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우리는 종종 하곤 한다. 제목을 보면서 그런 처세술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내가 많은 편견과 불평등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음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편견과 불평등에 사로잡힌 의식에 보란 듯이 이 책은 나의 마음과 머리를 적잖이 혼란스럽게 뒤흔들어 놓았다.
루이즈 애런슨은 미국의 노인의학전문의이자 의과대학의 교수이기도 하다. 작가는 늙어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연령에도 차별주의가 있다는 이야기를 자신의 환자들과 겪은 실례들과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간다. 내 나이가 중년의 나이에 들다 보니 나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주변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연로하여 병이 나기도 하고 돌아가시는 일도 자주 생기게 된다. 나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 당연히 노인이 되어 노쇠해지면 돌아가시는 것이고 노년의 행복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고 모든 의료시술이나 약도 노인 맞춤형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수명이 길어져서 100세 시대라고 말하고 노년기는 그 100세 삶 중 3/1이 해당된다. 우리에게도 틀림없이 닥쳐 올 미래인 노년기에 대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노인을 생각하면 삶보다는 바로 죽음과 연결짓기에 부정적일 것이다. 얼마 전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려져 병원에 입원 하신 적이 있다. 본인의 의식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설명(아마도 노인에게는 설명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과 안내 없이 그저 응급실의 절차에 따라 일반적인 뇌졸중 환자에 대한 처치로 소변 줄을 달기 위해 옷이 무작정 벗겨졌던 모양이다. 나중에 이 일에 대해 아주 소심하게 말씀하시며 그 와중에 생긴 상처를 보여주며 나에게 그날 받았던 수치심에 대한 당신의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 하셨다. 의사들은 당연한 처치를 한 것이었겠지만 몸이 아픈 노인도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싶었으리라 짐작된다. 퇴원 후에도 뇌졸중과 무관한 증상으로 원래 지병으로 다니던 병원과 뇌졸중에 대해 처치를 받았던 병원에 연락하여 이런저런 증상에 대해 고충을 말하고 약에 대해 상담을 하였으나 서로 미루기만 하였다. 결론은 소변 줄로 인한 방광염증이었고 엄마가 이미 앓고 있던 여러 지병으로 먹던 약들과 새로 처방받은 약들로 인해 몸이 고단해져 여서였다. 이 약들은 엄마의 몸 상태나 정신 상태에 대해 고려 없이 일반적인 상태로 처방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던 것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의사들의 평준화된 치료나 약 처방보다 환자의 몸 상태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공감과 교류하는 것이 노인의학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고 환자의 행복과 건강한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7년을 기점으로 고령화사회에서 살고 있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노인인구가 그 만큼 많아진다는 것은 노년기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고 노인의학도 아동발달 단계와 같이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세 인생에 있어서 중년기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시기이고 65세 이후의 삶이 행복하고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삶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가 말하는 가장 불행한 중년의 나는 어떤 노년기를 맞이할 것인지 사회는, 국가는, 노년기를 어떻게 복지 차원에서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서로 맞대고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이 불행한 중년기를 잘 극복하고 머지않아 다가올 나의 노년기를 바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년기는 인생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 마지막 부분으로 가장 행복하고 기쁨에 찬 시기를 보낼 권리가 있다고 큰 소리로 알리고 싶어졌다. 마지막이 아니라 세 번째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활동가 송은영
첫댓글 어떤 책인지 궁긍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