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篇 第11篇 在宥 재유 1장】"不遷其德이면 有治天下者哉"
1장
聞在宥天下오 不聞治天下也케라 在之也者는 恐天下之淫其性也오 宥之也者는 恐天下之遷其德也니라 天下不淫其性하며 不遷其德이면 有治天下者哉아
천하를 있는 그대로 놓아둔다는 것은 들었어도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천하를> 있는 그대로 두는 것(在)은 천하가 그 본성(性)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이고, 그대로 놓아두는 것(宥)은 천하가 그 <타고난> 덕을 바꿀까 두려워해서이다. 천하가 그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며 그 덕을 바꾸지 않는다면 천하를 다스릴 것이 있겠는가.
昔堯之治天下也에 使天下로 欣欣焉 人樂其性케하니 是는 不恬也요 桀之治天下也에 使天下로 瘁瘁焉人苦其性케하니 是는 不愉也라 夫不恬不愉는 非德也니 非德也오 而可長久者 天下에 無之하니라
옛날 요임금(堯)이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천하로 하여금 사람들을 기쁘게 해 그 본성을 즐기게 했으니 이는 편안함이 아니요, 걸(桀)이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천하로 하여금 사람들을 고달프게 해 그 본성을 괴롭게 했으니 이는 즐거움이 아니다. 대저 편안하지 않고 즐겁지 않은 것은 <타고난> 덕이 아니니, <타고난> 덕이 아니고서 장구할 수 있는 것은 천하에 없다.
人大喜邪에는 毗於陽하고 大怒邪에는 毗於陰하나니 陰陽이 竝毗하면 四時 不至하며 寒暑之和 不成하야 其反傷人之形乎인저
사람들이 지나치게 기뻐하면 양(陽)이 손상되고 지나치게 성내면 음(陰)이 손상되니, 양(陰)과 음(陽)이 아울러 손상되면 사계절이 이르지 않으며 추위와 더위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이 도리어 사람의 몸을 해치게 된다.
使人으로 喜怒 失位하며 居處 無常하며 思慮 不自得하며 中道 不成章하야 於是乎에 天下 始喬詰卓鷙한 而後에야 有盜跖曾史之行하나니 故로 擧天下하야 以賞其善者하야도 不足하며 擧天下하야 以罰其惡者하야도 不給하니 故로 天下之大로도 不足以賞罰이어늘 自三代以下者 匈匈焉終以賞罰로 爲事하나니 彼는 何暇에 安其性命之情哉리오
사람들로 하여금 기뻐하고 성내게 해 마땅함을 잃어버리게 하고 거처함에 일정함이 없게 하며 생각함에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게 하고 중용의 도리를 이루지 못하게 하니 이에 천하가 비로소 거만하게 꾸짖고(喬詰) 사납게 의심하게(卓鷙) 된 뒤에야 도척(盜跖)이나 증삼(曾參), 사추(史鰌)의 행동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고로 천하를 들어 그로써 그 선한 자를 상 주어도 부족하며 천하를 들어 그로써 그 악한 자를 처벌해도 부족하니, 고로 천하의 큼으로도 상 주고 벌 주기에 부족하거늘 삼대로부터 이하의 사람(=위정자)들은 시끄럽게 떠들면서 마침내 상벌로써 일을 삼으니, 저들이 어느 틈에 그 성명(性命)의 실정(實情)에 편안하겠는가.
而且說明邪인댄 是 淫於色也오 說聰邪인댄 是 淫於聲也오 說仁邪인댄 是 亂於德也오 說義邪인댄 是 悖於理也오 說禮邪인댄 是相於技也오 說樂邪인댄 是相於淫也오 說聖邪인댄 是相於藝也오 說知邪인댄 是相於疵也니라
게다가 눈 밝음(明)을 좋아한다면 이는 색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이고, 귀 밝음(聰)을 좋아한다면 이는 소리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이고, 인(仁)을 좋아한다면 이는 덕(德)을 어지럽히는 것이고, 의(義)를 좋아한다면 이는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고, 예(禮)를 좋아한다면 이는 기교(技巧)를 조장(助長)하는 것이고, 악(樂)을 좋아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빠짐을 조장하는 것이고, 성인을 좋아한다면 이는 재주(藝)를 조장하는 것이고, 앎(知)를 좋아한다면 이는 헐뜯음(疵)을 조장하는 것이다.
天下 將安其性命之情인댄 之八者 存이라도 可也며 亡라도 可也오 天下 將不安其性命之情인댄 之八者 乃始臠卷獊囊而亂天下也이어늘 而天下乃始尊之惜之하나니 甚矣라 天下之惑也여
천하가 그 성명(性命)의 실정을 편안히 누릴 수 있다면 이 여덟 가지(明, 聰, 仁, 義, 禮, 樂, 聖, 知)는 있어도 괜찮고 없어도 괜찮다. 천하가 그 성명(性命)의 실정을 편안히 누리지 못한다면 이 여덟 가지는 비로소 서로 얽히고설켜서 번거롭게 흔들어 대며 천하를 어지럽힐 것이다. 그런데도 천하 사람들은 마침내 그것을 높이고 애석히 여기니, 심하구나, 천하가 미혹됨이.
豈直過也而去之邪리오 乃齊戒以言之하며 跪坐以進之하며 鼓歌以儛之하나니 吾若是何哉오
어찌 단지 지나치기만하고 떠나가겠는가. 〈지나치기만하고 떠나가면 괜찮은데〉 마침내 재계하여 그것을 말하고, 꿇어앉아 그것을 올리고, 북 치고 노래하며 춤을 추니 내가 이것을 어찌하겠는가.
故로 君子 不得已而臨莅天下인댄 莫若無爲니 無爲也而後에야 安其性命之情하리라 故로 貴以身於爲天下면 則可以託天下하리며 愛以身於爲天下면 則可以寄天下리라
그러므로 군자가 부득이하게 천하를 다스리면 무위(無爲)만 못하니, 무위한 뒤에야 그 성명(性命)의 실정을 편안히 한다. 그러므로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자기 몸을 귀함으로 삼으면 곧 천하를 맡길 수 있으며, 천하를 위하는 것보다 자기 몸을 아낄 것으로 삼으면 곧 천하를 맡길 수 있다.
故로 君子 苟能無解其五藏하며 無擢其聰明하면 尸居而龍見하며 淵黙而雷聲하며 神動而天隨하야 從容無爲 而萬物이 炊累焉하리니 吾 又何暇에 治天下哉리오
그러므로 군자가 능히 그 오장(五藏)을 해부하지 않고 그 총명(聰明)을 끄집어내지 않을 수 있다면 가만히 앉아있어도(尸居) 용처럼 드러날 것이며 물처럼 묵묵히 있어도 우레같은 소리를 낼 것이며 정신이 움직이면 천지가 따라서 조용히 무위(無爲)해 만물이 저절로 생육될 것이니 내가 또한 어느 틈에 천하를 다스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