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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06
S# 1. 은수의 원룸 / 이른 아침.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활기에 찬 은수의 출근 준비 모습.
변기에 앉아 이 닦고, 물 내리고, 세수하고, 시원하게 스킨 바르고...
거울 앞에 앉아 세심하게 화장을 하다가 거울 안 깊숙한 데로 시선을 주면,
침대 아래 바닥에 편 이불에서 곤히 자는 태오가 보인다.
S# 2. 같은 장소 / 며칠 전 상황, 저녁 (F.B)
태오 자기! (만세~!) 나 이사왔어요!
은수 (허걱) 이..사?
태오 (천진하게 활짝. 끄덕끄덕)
은수 이사?
태오 좋죠? (만세에서 포옹으로.. 은수 안으며) 불안해서 안 되겠어.
은수 (난감. 포옹한 채 어색하게 입 찢어 웃음 비스무리) 고마워..
은수, 태오 어깨 너머로 배낭과 기타에 눈길.. 소리 없이 끄응~, 하는데,
태오, 아는지 모르는지 포옹 풀며 오히려,
태오 놀란 거 가라앉을 때까지만이예요~?
은수 (입꼬리 찢고 어색한 미소.)
S# 3. 다시 은수 원룸 / 현재, 이른 아침.
여전히 자고 있는 태오의 얼굴.
은수, 잠든 태오를 보고 밖으로.. 그러다 ‘아차차차’, 여기저기 들추기 시작.
‘아하!’ ... 태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숨을 죽인다.
곧 옷더미 아래서 울리는 핸드폰.. 얼굴에 웃음기 사악~,
은수 (냉큼 들고, 혼잣말) 좋은 거도 있구나?
태오 이마에 쪽! 입 맞추고 밖으로 나간다.
S# 4. 스노 팰리스 앞 / 아침.
스노 팰리스 현관을 나서는 은수의 모습 위로,
은수 만약 당신이 동거란 말에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어둡고 음탕하며 축축하기만 한 무엇이라면 당신은 분명 동거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S# 5. 동거 몽타주
<은수 원룸> 침대. 새벽.
자다 깬 은수, 태오가 침대를 거의 다 차지한 형국을 보다가 조심조심, 태오가 둘둘 말고 있는 이불을 빼내려고 끙끙.
은수 동거에 대해 알게 된 것들, (뜸) 첫째,
태오 뒤척이면, 은수 자라고 다독이며,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온다. /
아침. 태오, 부스스 깨서 보면 은수가 없다.
아래를 보면, 바닥에 이불 깔고 자고 있는 은수.
은수 꼭 한 침대서 자는 건 아니라는 것, /
다음날 밤, 은수가 바닥에 이불을 펴면, 침대 위에 있던 태오,
태오 큰 걸로 바꾸자니까, 침대....
은수, 못들은 척 베개만 돋우면,
태오 알았다는 듯이 몸을 데구르 굴려 아래로 툭.
태오 (입 나왔다) 위에서 자.
은수, 헤헤, 웃으며 위로 올라가고, 태오, 이불 탁탁 덮고 눕는다.
잠시후, 위에 있던 은수, 슬쩍 아래를 곁눈질,
벌써, 새근새근 잠든 태오.
은수, ‘이것이!’하듯 보다가 곧 미소 짓고 누워 기분 좋게 눈 감으며,
은수 둘째, 매일 밤 ‘하는’ 건 아니라는 것, /
cut to
은수, 시원하게 마지막 라면 국물 들이키며, 화장실로...
변기에 남은 국물 버리려는데,
태오 어어어어. (따라와서 냄비 뺏으며) 엇다 버려요. /
얌전히 국물을 짜낸 건더기를 음식물 봉투에 담아, 냉동실에 넣는 태오.
은수, 그 앞을 지나오며, 트렁크 팬티 바람인 태오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은수 어구.. (트렁크 팬티 끈 한번 퉁겨주고 침대로 오며)
은수 트렁크 팬티가 친근해지고, /
DVD 한 장을 들고, 티비 보는 은수 곁에 와 입술에 쪽! 뽀뽀하는 태오.
은수 ... 뽀뽀가 뽀뽀로만 끝날 때가 많아지는 것.
태오 (DVD 두고) 안 봤죠? 같이 보자.
은수 (흘끗 보고. 보던 티비 리모컨을 그대로 조작해 태오가 빌려온 영화 프로 그램 VOD로 이동. 디지털케이블TV 시스템)
태오 (오잉?)
은수 (영화 플레이 시키고) 바보.
태오 오~ 우리 집엔 없는 게 없어! (은수에게 쪽! 그리고 다시 길게 입 맞추며 본격 무드로 돌입) 아닐 때도 있지만!
<은수 회사>
문자가 온다. 은수 보면,
태오E 바빠요? 몇 시에 오는데? /
S# 6. 프레시 캣 매장 / 오후.
프래시 캣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은수와 영수. 은수, 간간히 메모.
은수 (천연 화장품, 바디 용품 코너를 두고) 채소만 있는 게 아니네요.. 와..
은수에게 문자가 온다. 딩동. ‘앗. 죄송해요.’하는 몸짓으로 살짝 확인하면,
태오E 올 때 두부 한모!
은수, 끙. 어색하게 영수를 보고 웃고는..
은수 생각보다 뭐가 많아요. 진작 와볼 걸 그랬(다시 문자 ‘딩동’ 은수 난감)
영수, 괜찮으니 편하게 받으라는 몸짓하고 살짝 비켜서서
바로 옆에 비치된 창간호들 중 거꾸로 꽂힌 책이 보이자 바로 꽂는다.
태오E 우유도 없다!
은수E (급히 답문 찍으며, 으르렁 “.... 셋째애..”) 알았으니깐 뚝! 일 좀 하자 아~?
은수 .... 시간이 더 이상, 내께 아니다!
은수 (방끗 웃고는 혼잣말처럼 실렁실렁) 두부나 하나 사야겠다.. (영수와 눈 마주치면 다시 방긋)
S# 7. 스노 팰리스 앞 / 저녁.
퇴근 길. 우유와 두부가 든 비닐봉지를 든 은수가 골목을 걸어 오는데,
건물 앞에 웅성대는 사람들.
“어머어머” “세상에~..”, “원래 그렇고 그런 사이였나봐~”,
“어우, 그래두 다행이네”, “어우~ 끔찍해..” 등등의 말이 간간히 들린다.
무리 중, 206호 여자 은수를 보더니,
206호 205호! (손짓. 은수 다가오면) 305호였대요~.
S# 8. 뮤지컬 아카데미 앞 / 저녁.
유희, 아카데미 학생들과 건물 밖으로 나온다. 인사하고 헤어지는데,
지욱 남여사님.
유희, 끄응~, 훽! 노려보듯 돌아보면, 지욱 곁에 수아, 소주잔 꺾는 시늉.
유희, 노려보던 표정 그대로, 가라고 손짓 휫!
자동차 창문 프레임으로 다가오는 유희가 보인다.
똑똑 창문 두드리면, 내려가는 창문 안쪽에 보이는 찬석.
유희 탄다. 두 사람 마주 보고 미소. 첫 데이트 같은 설렘.
S# 9. 은수 원룸 / 저녁.
천정.
은수(안경썼다)가 누워 묘한 표정으로 천정을 응시하고 있다.
태오, 침대에서 초록이네 책을 보다가 바닥에 누워 있는 은수를 본다.
은수, 갸우뚱하다가 으스스 한 듯 몸을 떨다가.. 천정 보며 혼자 조용한 원맨쇼. 태오, 풋 웃음난다.
은수 시야로 불쑥 튀어 들어오는 태오 얼굴.
태오 (침대 위. 고개 내밀고) 뭐해요?
은수 (손가락 스윽~ 들어 위 가리키며)...305호..래...
(태오가 보면) 비명소리.
태오, 천정을 같이 올려다 보며 으스스..., 카메라 수직으로 상승하면,
은수네 천정을 지나 위층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 (환상)
태오 .... 도둑이래요?
은수 아니.. 알던 남자래.. (몸 일으켜 침대로 올라오며)... 그 여자.. 목이 졸렸대.... 온몸에 멍이구... (안기며) 으... 무서워..
태오 (안은 팔에 힘주고) ...
은수 ...(무섭다는 거) 사람들 말이야. (뜸).. 원래 알던 남자래니까 다들 좋아하는 눈치야..... 다행이라구....
태오 ...
은수 나두.... 내가 당했을지두 모른다구 생각하는 거 보다야..... 그니깐... 아니라군 못하겠지만.... 그치만... (으...절레절레).. 다행이 뭐야, 다행이.. 집값 떨어지는 건 또 뭐구... (다시 천정 흘끔) 으.... 이상해.... 기분...
태오, 책 들어 은수 시야 가려주면,
은수 (책 넘겨받듯 들고) 이거 보구 있었구나?
태오 엉. (책 보며).. 되게 좋다.. 이 회사..
은수 그치.
태오 ....(넘겨보다) 이 사람이 사장이구나?
은수 어? (태오가 보고 있는 건 영수 사진)
<인서트> - 5부 40씬. 프레시 캣 베란다.
더할나위 없이 진지하게 은수를 바라보는 영수의 얼굴.. //
태오 (혼잣말) ...좋으네,.. 얼굴.... 자기 같은 일 하네.
은수 (말 돌리려 책 뺏으며) 거의 나 혼자서 다 한 거야. 대단하지.
태오 엉. 아침에 시킴 그날 바로 배달된대, 우리두 여기 가입하까?
은수 어? 어.. 그래! 그러지 뭐. (태오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또 천정이 보인다) 으..
태오 (웃으며 손으로 눈 가려주며) 자기 이름으루 한다?
S# 10. 대학 앞 찻집 / 밤.
<인서트> 불 밝히고 있는 작은 까페 간판.
까페안. 수북히 쌓인 낙서장 더미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유희.
아래 쪽 깊숙한데서 몇 권을 꺼내서 표지를 본다. ‘97년 여름’
오호! 하는 표정.
유희, 다가와 테이블에 낙서장 두 권을 놓고 양반다리로 의자에 턱 앉으며,
유희 이거 봐라?
찬석, 유희가 보라는 책 보다 유희의 양반다리에 시선을 먼저주면,
유희 (더 깊숙이 양반다리 하며 손으로 탁탁 가리키며) 이거.
드디어 찬석이 보면, 낙서장 표지엔 각각 ‘97년 여름’, ‘97년 가을’
찬석 (노트 하나 펴며) 와.. 이게 아직두 있네..
유희 (나머지 노트 펴들고) 기특하지? (넘기다 편 쪽 보여주며) 이거 봐.
찬석 (유희가 편 페이지 보고 웃음) 야... 진짜, 유치찬란이다잉?
유희 그치? (웃고 책에 집중.)
가끔 각자 키득대며 낙서장 삼매경에 든다. /(경과)
찬석 (낙서장 한 페이지에 멈추며) 니 꺼다.
보면, 이십년 후의 자기 모습에 대해 쓴 글 (‘마흔이 되고 싶다. 마흔 살의 나는 오늘 밤을 회상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 그림.
남녀 그림 사이에 다른 그림체로 머리가 뾰족뾰족한 여자아이 그림이 삽입 돼 있다. 마치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처럼.
유희 얘는 선배가 그렸잖아.
유희가 가리킨 건, 여자아이 그림. 그 옆에 화살표 하고 ‘강이’ (찬석 필체)
유희 (무심히) 다섯 살이랬지?
찬석 (...멈칫 보면)
유희 딸.. (웃음. 밝은 얼굴로) 불편해? (찬석, 고개 저으면) 응! 불편해 하지 말자~, 그런 거? 이름이 뭐야~?
찬석 (유희 얼굴을 볼 뿐.. 말을 못한다.)
유희 (멈칫. 설마..) ...강..이?
찬석 ...
유희 그렇구나.. (미소. 그러나 쓸쓸함 묻는다) 이제 진짜.. 세상에, 강이가 있구나..
찬석, 유희를 보면, 유희 괜찮다는 듯 미소 활짝... F.O.
S# 11. 프레시 캣 사장실 / 오전.
프레시 캣 홈페이지 고객게시판. 게시물 리스트.
‘ 계란이 깨졌어요..... 최윤정.
배송불만................ 이보람.
야채가 죄다 시들시들... 이정수 .....‘
순영 (걱정스럽게)어쩌죠.. 날 더워지니까.. 여름이 오긴 오나봐요..
영수 (계란이 깨졌다는 게시물 클릭해 열고는) 일들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야채는 그렇다쳐도, 계란 위에 놓고 포장하는 거야 기본인데...
순영 주의를 주는데두 워낙 여러업체 걸 하니까, 박스 쌓다보면 뒤집어지구..
영수 과일 채소 배송두 아이스박스 사용하구, (게시판보며 잠시 생각하다) 복숭아 좀 준비해줘요. 열 박스만. 좋은 걸루.
순영 (의아) 복.숭아요?
S# 12. 은수 원룸 / 저녁.
은수, 뚱한 표정으로 음성메시지를 듣고 있다.
태오는 침대에 걸터앉아 기타를 디링디링 치고 있다.
엄마E 전활 왜 안 받아~. 뭐 먹구 살어. 반찬두 다 떨어졌겠고만. 영 바뻐? 마감이야? 그렇게 바쁨, 내 갖다주랴? (듣는 은수 표정 확 돌변, 휙 기타 치는 태오를 본다) 전화해~. 이거 들음 전화해~.
은수, 조금 심란한 얼굴로 태오 곁으로 가는데,
은수 발에 옷가지가 채인다.
태오. 둘러보니 방안이 너무 더럽다.
태오 (절래절래. 너무 더럽단 뜻) 너무해.. 너무해... (기타를 디리링~. 기타에 맞춰 노래하듯) ♪ ♫이백오호 처자에겐 비밀이 하나 있지. (은수가 보면) 태어나서 한번두 안 치운 방에 산다네~. (은수 째려보면) 이백오호 처자에겐 미스테리도 하나 있지. 그러면서, 머리는 잘 감는다네~, 그러면서 샤워는 또 맨날 한다네~.
은수 우씨. 한다니까. 대청소 한다니까아!!
태오 (다시 디리링~. 본격적으로 노래한다. 즉흥곡) ♪ 자기야! 자기같은 여자는야 처음 봐, 난. 먼지 봐라, 이런 방두 처음 봐, 난. (은수 째려보면, 태오 쫀척하며) 괜찮아! 걱정마요, 치우면돼! 청소하난 내가 잘해, 내가할래!
은수야!! (은수, “이게 죽을라고!”) 자기같은 여자는야 처음 봐, 난.
배고프다, 냉장고두 텅텅 볐다. 그렇지만 괜찮아요, 참을 거야.
배고파두 잘 참아요, 굶으면돼! .... ♫
S# 13. 은수 원룸 / 다음날, 토요일 오전
(태오 노래 이어지며)
태오와 은수, 온 집안 문을 차례로 활짝 연다!
청소 준비 끝! 즐거운 대청소를 시작한다!
S# 14. 어떤 주택 안 / 토요일 오전.
벨소리 딩동! 문구멍으로 보이는 택배직원과 영수.
여자 문을 살짝 열고, 냉큼 택배 박스 받는다. 여자, “수고하세요”하고 바로 문 닫으려 하면, 문 잡는 영수, 여자 일순 긴장.
영수 (문 잡고 복숭아를 내민다)저.. 최윤정고객님이시죠?
여자 (의심스런 눈초리로 영수와 택배직원 번갈아보고) 네.... (불안한지 뒤를 보고) 자기~, 좀 와봐~.
남자 뭐.(현관으로 와서 두 남자를 보고 아내에게) 뭐야.
영수 프레시 캣에서 나왔습니다. 게시판에 올려주신 의견 잘 봤습니다. 계란이 터졌다구, 죄송합니다.
여자 (그제야 복숭아 받고 웃음) 아~, 예~.
영수 다른 불편한 점이나 개선사항 있으시면 말씀을 좀 듣고 싶은데요.
S# 15. 택배차안 / 오전
택배 괜한 고생만하시는 거라니까,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 (절래절래).. 아까 여자야 남편있으니까 그렇지, 혼자 있는 여자들 시꺼먼 남자 둘 세워놓구 무슨 말을 해요. 문전 박대나 당하지.
영수 신경쓰이세요?
택배 (영수 흘끗보고) 쓰이죠, 인제는 사장님이 아주 배송까지 감실 하시는데.
영수 (미소) 써주세요, 신경.
택배 내.. 참.. (혼잣말 궁시렁) 거기 직원들 고생 좀 하겠어요~.
영수가 탄 택배차량 지나가고.
S# 16. 은수 원룸 / 낮.
은수 (바닥 닦으며 화장실 향해) 그냥 돌리라니까.
태오, 이불을 밟아 빨고 있다.
태오 (신났다) 이불은 밟아야 맛이지. (환희) 아! 이! 단순노동의 즐거움! (자기꼴을 보고 있는 은수에게) 자기! 싹싹싹! 실렁실렁 말구~.
은수, 장난으로 걸레를 탁 던졌다가 다시 잡아 닦는다.
즐거운 청소시간 이어진다..
S# 17. 일산 재인의 신접 아파트 / 낮.
안방문을 여는 재인 엄마.
재인 엄마, “이쪽으로” “살살요, 살살..” “바닥! (뜸) 긁힌다!”...
까다로운 호들갑.
짐꾼들이 가구를 들이고 있다.
그 뒤로, 휑한 거실,
S# 18. 은수 원룸 / 낮.
태오 (마루 창가 빨래대에 이불 널며) 이불은 역시 옥상인데.... (하다가 빨래대 휘청하니까) 아니, 어떻게 널었대?
은수 안 널었다, 왜.
태오 어어?
은수 진짠데, 안 믿으시네.. 이불 첨 빨아. (웃음. 기지개)이야~ 청소끄읕!
태오 (실렁실렁) ♪이백오호 처자에겐 비밀이 하나 있지이~
은수 배고푸다.
S# 19. 재인의 신접 아파트 / 낮.
창밖을 내다보는 재인의 얼굴 위로,
재인 엄마off 안 봐?
재인 (못 듣는다.)
재인 엄마 재인아.
재인 (그제야) 어?
재인 엄마 (와서) 봐야지?
재인 (귀엽게 방긋) 그럼!
재인 엄마, 안방으로 들어가고 재인 따라서 일어서는데, 다시 표정이 어둡다.
재인엄마 (화장대 앞에서) 여기서 탁탁탁 (화장, 얼굴 두드리는) 꽃단장하구, (침대로 가서 사뿐히 앉으며 ‘알지?’ 하는 표정)
재인 그렇게 좋으셔~?
재인, 활짝 웃어주고 둘러보다 어딘가에 시선이 멈춘다.
엔틱 화장대에 생긴 작은 흠집.
흠집을 만져보는 재인. 생각 많은 얼굴.
S# 20. 스노 팰리스 골목 / 낮.
택배차가 서고, 직원이 트렁크를 열고 박스를 꺼낸다.
영수 박스를 보다가, 오은수 이름을 보고, 건물 올려다 보고, 고개를 갸웃.
기사 안가세요?
영수 잠시만요. (들고 있던 복숭아를 놓고 예쁜 복숭아로 골라들고) 됐어요. (따라 나선다)
S# 21. 은수 원룸 / 낮
은수, 부르스타에 쿠킹호일을 씌우고 있는데, 벨소리 딩동!
은수 (후다닥 뛰어가서 문 벌컥 열고) 벌써 왔. 엇! (택배기사 보고)어? 택배올거 없는(곁에선 영수를 보곤 기절할 듯 허걱!)흐아앗!!
영수 정말 오은수씨네요..
은수 (무슨 일인 지 알수가 없다) 어떻게.. (택배기사 마루에 박스내려 놓으면, 보이는 프레시 캣 상표. 수신자명 ‘오은수’) 어..
영수 (복숭아 두 개를 내밀며) 저희 고객이신 건 몰랐는데요?
은수 (복숭아 받고) 아. 저. 그. (애매하게 웃으며)하하. (냉큼) 아~, 물건이 좋은 거 같아서, 프레시. 하하. (계단 쪽 살핀다. 태오가 올까봐.) 아, 근데.. 배달두 하세요?
S# 22. 원룸 골목/ 낮.
태오, 까만 비닐 봉지를 들고 빠르게 걸어온다. 콧노래를 부르며.
S# 23. 은수 원룸/ 낮.
영수 그럼, 또 뵈요.
은수 네. 조심해 가세요.
영수 가면, 조금 내다보다 냉큼 문을 잠그고 숨을 몰아쉬는 은수.
S# 24. 원룸 골목 / 낮.
태오, 봉지를 들고 뛰다시피 걸어온다.
영수와 택배직원, 골목으로 나간다.
마주치는 두 남자.
영수, 싱싱하게 달려 들어가는 태오를 무심코 돌아본다.
태오도 무심코 영수를 한번..
영수 미소를 띠고 건물을 한번 올려다보고...
S# 25. 은수 원룸 / 낮
아직도 문에 기대있는 은수.
문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들짝 놀란다.
은수 누구세요!
태오off 하하. 누구세요?
은수, 문 열고 무슨 첩보작전이나 하는 것처럼 태오를 잡아채듯 안으로 끌어당기고 문을 철컥 잠근다.
태오 왜. 누구 왔었. (하다 바닥보고) 왔구나! 우! 딱맞춰 왔네! 헤~. 상추 안 샀는데!
은수 (괜히) 너는! 배달을 시켰으면 말을 해야지!
태오 했잖아요~. (복숭아 보고) 어? 복숭아, 안 시켰는데?
(경과)
달궈진 불판에 올려지는 삼겹살. 지그르.. 맛있는 소리.
태오 (삼겹살 더 올리며) 아우! 청소하니깐, 아주, 속이 다 시원하네.
은수 (소주 따서 따르며) 누가 들음, 생전 안하구 산지 알겠다?
태오 (안하고 살았으면서.) 에~ (혼잣말인척 궁시렁) 생각보다.. 여자가 말이야..
은수 (빽!) 뭣?! (이따만하게 싼 쌈을 태오 입에)
태오 (씹느라 정신 없는채) 탄다! (냉큼 고기 뒤집고 딴청. 빨래대 돌아보고) 냉새 애게따(냄새 배겠다).. 에이.. 몰라~ (건배! 소주 마시고) 캬~!
하는데, 울리는 벨소리 ‘딩동~!’
은수, “엄마야!!” 다시 심하게 놀란다.
모든 동작을 멈추는 두 사람. ‘누구지?’ 눈을 맞춘다.
태오, 일어서려 하면, 은수 화들짝 잽싸게 주저앉히고 정신없이 태오에게 숨으라는 시늉을 하며 문으로. 태오는 멀뚱. 뭔말인지 모르겠다.
은수, 냉큼 문구멍 보더니,
더욱 화들짝! 정신없이 화장실을 가리킨다.
태오, 일어서는데 은수, 입모양으로 “젓가락, 젓가락, 소주잔!”
은수 (짐짓) 누구세요~?
재인off 나.
은수 어. 잠깐, 잠깐마안.
태오 젓가락, 소주잔 들고, ‘내가 왜 들어가야 하나’ 보지만,
은수가 너무 다급하게 손짓하므로 화장실로.
은수, 문 열려다 태오 운동화 신장에 넣고 짐짓 태연, 문 열고,
은수 웬일이야?
재인 일찍두 연다. 아우~ (연기 손으로 저으며) 연기~. 삼겹살? 혼자?
은수 (냉큼) 그럼그럼.
재인 부지런두 하다.
은수 (화장실 지나며, 슬쩍 전원 스위치 켜주고) 고기가 그르케 땡기네~.
어(디)서 와?
재인 (옷 벗으며) 그냥... (그러다 고기판 주변을 보니 미심쩍다)
은수 (불안) 왜애?
재인 (의심) 혼자아? 삽겹사알? (태오 자리쪽에 놓인 집게, 기름장..)
은수 (재인 눈길 따라 주변을 훑어보는데 자기가 봐도 어설프다..)..
재인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 아! 나, 손 씻어야겠다.
은수 (부자연스럽게) 아! 손! (싱크대로 이끌며) 여기서 씻, 응.
재인 그럴까? (화장실 쪽 흘끗) /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는 태오. /
(경과)
재인, 느긋하게 쌈 하나를 제대로 싸서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은수, 태오가 신경쓰여 전전긍긍.
재인 ..맛있네에~. 빨리 끄내~. (은수가 어? 하듯 보면) 누군진 모르겠지만 빨리 끄내주라구. (천연덕 크게) 못.찾.겠.다. 꾀.꼬.리!
은수, 하는 수 없다.. 재인을 흘기고는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연다.
태오, 소주잔 든 채 나와 재인을 보고 방긋.
‘어떤 놈인데?’ 돌아봤던 재인, 눈 튀어 나온다. ‘오호~!’
태오 재인 누나시죠, 말씀 많이 들었어요. (은수를 보며) 은수씨.... 친구, 윤태오예요.
불안하던 은수, 태오가 ‘친구’라고 하자 약간 안도.. 태오한테 미안하다.
재인 (돌연 은수보며) 또 나만 왕딴거지?
은수 (태오 눈치보며 고개 흔든다)
재인 유희두.. 모른다~ (은수는 태오 눈치가 보이는데 재인은 흡족)그래?
(태오에게 방긋) 반가워요! (바로 은수 흘긴다)
은수 (흘기는 시선에) 그래, 죽여라, 죽여~.
재인 흐음.. 뭐.. 이실직고만 한다문야.. 둘이.. 뭐여~? 뭔 친구여~?
은수, 재인의 말 듣는 둥 마는 둥 태오에게 눈짓으로, ‘어떡해, 미안해~’,
그리고 입모양 “괜찮아?”
태오, 괜찮다고 작지만 흔쾌한 끄덕임.
재인, 말마치고 그런 두 사람을 보다가,
재인 (발끈) 이것이.. 사람 말하는 데! (하다가.. “어?”, “네?” 동시에 자길 보는 두 사람을 보더니 돌연)... 남자랑.. 여자랑.. 원래.. 글케.. 사랑하는 건데.. (눈물 주루룩)
태오 (놀랐다.)
은수 야~ 왜 그래애~?
재인 (울다가 태오에게) 웃기죠~. 내가 못 울어서 그래요.. (울다가)온수우~ (우우우.. 울음보 터지며) 어떡해..(애애애).... 죽구싶어, 나아아아~~앙~ (앙~ 울음보 본격적으로 터진다. )
은수와 태오, 당혹과 걱정스러움으로 서로 눈길 주고 받고 재인을 본다... /
S# 26. 어느 아파트 복도 / 오후.
영수, 벨을 누르면 문이 열린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아래를 보면, 일곱 살 쯤 된 꼬마(남)가 눈물 범벅으로 서 있다.
택배 엄마, 안계시니?
꼬마 계세요.
택배 (안쪽 보고) 계시긴.. (궁시렁~) 어떻게 허구헌날 애를 혼자두구.. (하다가) 마! 사내자식이 뚝!
꼬마 (더 울려그런다)
영수 (눈 높이 맞춰 앉아서 복숭아 하나를 쥐어주며) 왜 울었어.
꼬마 안 울었어요.
영수 안 울었구나? (꼬마 머리 쓰다듬어 주고 부드럽게) 울지마. 아저씨들 가면 문 잘 잠그구.
영수, 일어나 문 닫으면, 안에서 문 잠기는 소리.
영수와 택배 직원 복도를 걸어나오는데, 다시 문 열리는 소리.
꼬마off 아저씨이,
영수, 돌아보면, 문을 잡고 서 있는 꼬마. 뭔가 애절한 표정.
영수 아이를 보다가, 택배기사를 돌아본다.
S# 27. 은수 원룸 / 오후.
수북하게 널린 휴지들..
눈물 콧물 범벅인 재인, 크리넥스 티슈를 뽑는데, 비었다.
태오, 얼른 새 박스를 재인 앞에 놓아준다.
재인 (티슈 뽑으며) 이상해 그 남자.. (티슈 의식 태오에게) 고마워요..
코 팽! 시원하게 풀고, 눈물 닦고 바로 은수에게 얼굴 돌려,
재인 (자기 얼굴 두고 하는 말) 난리났지?
은수 이뻐이뻐.
재인 진짜? (태오보고 대충) 히~ (이제야 대강 울음 진정됐는지 은수에게)... 너두 봤잖아.. 멀쩡하잖아.. 근데, 아니야... 그때~, 웨딩사진 찍을 때, 너보구 뭐라 그랬는지 알아? (은수가 보면) 오버쎈쓰래~.
태오 뭐가요?
재인 얘가 그랬거든요, 우리.. 재인이.. (울음 삼키며) 잘 부탁한다구우..
은수 근데,
재인 이상하대, 그런 건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지, 왜 이래라 저래라녜. 그러면서.. (훌쩍) 참, 이~상들 해요~, 그러는 거 있지.
태오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허.....
재인 (버럭) 이상하긴, 지가 더 이상하지! 전뻔엔 또 찻집에 갔는데, 내가 아주 기절하는지 알았잖아, 지랑 나랑 케익 먹구 있었거든? 근데 내가 말하다 스푼으로 요맨~큼 띠어 먹었다? 지껄? 근데 있지, 한참 조용하길레 보니깐, 내 숟갈 단 델 요렇게 발라내고 있잖아,
은수 왜애?
재인 (울것같이 억울~) 내 침이 드럽다 이거지~.
태오 와~
은수 니네 뽀뽀 안해?
재인 (강하게) 하지이! 그건 또 환장해~! 이건 완전 (뚝. 태오 눈치 슬쩍) 말해두 되나?
태오 그럼요, 그럼요.
재인 얼마나 밝히는데, 왜 그런 타입 있지? 완전 직진빼끼 몰르는 타입.
태오 와~ 근데 먹는 건 같이 안 먹는단 말이예요?
재인 네에~. 찌개 같은 건 상상두 못해요.
태오 심하네요.
재인 그타니까요! 더 웃기는 게요, 글케 가리는 게 많은 사람이 지 엄만텐 또 별에 별 얘길 다 해요~, (은수에게) 지엄마랑 완전 쏠메트다. 너랑 유준이 보다 더 심해.
은수 (유준 소리에 멈칫 태오 눈치를 슬쩍 보는데)
태오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마마보인가봐요.
재인 맞아요! 마마보이! 그 엄마가 우리 첫키스 언제했나까지 다 안다니까요.
태오 와~.. 나이 먹는다구 다 어른이 아닌가 봐요.
재인 (호소) 그니까요오~. 이건 무슨 결혼하는 게 진지 지엄만지... (은수에게 빠르게) 혼수만 해두 그래, 알잖아, 울 엄마 극성인거. 우리, 진짜 신경 쓸 만큼 썼어, 예단두 현금으루, 내가, 진짜, 엇다 내가, 진짜, 쪽 팔려서 말두 못하게...(했는데).... 솔직히 지들이 사람이면 반은 돌려줘야 돼. 근데 입 싹 씻구는, 뭐래는 줄 알아? 세상 지 엄마처럼 경우 바르구 착한 사람 없대.. 나보구.. (억울..) 건방지대. 재인씨 그렇게 안 봤는데, 좀 건방진 데가 있어요~.
태오 잘됐네요.
재인/은수 ....!?
태오 나중에 알았어 봐요, 어쩔 뻔 했어요.
재인 ... 근..가..?
태오 그럼요, 그만 둘 수 있을 때 안 게 얼마예요. (은수, 허걱.)
재인 (울컥) 그쵸오~? (울먹) 그만....둬야..겠죠오?
은수 (너무 간다 싶어 제지. 재인에게) 야. (태오에게 눈짓)
태오 아, 왜요오, (재인에게) 당연히 그만둬야죠.
재인 그쵸오..? 청첩장두 돌렸는데..,
태오 (그래두 그래야해요, 하는 표정)
재인 음식이랑 꽃장식이랑, 얼음조각두 다 정했구...
태오 (단호한 표정)....
재인 가구두 아까... (울먹) 그만 둬야겠죠?
태오 그럼요, 늦지 않았어요.
재인 (태오와 은수 번갈아 보고..) 어떡해~, 죽구싶어..
은수 재인아.
태오 (자르고) 맘, 단단히 드셔야 돼요.
재인 ... 냉장고두 젤 큰 건데.. (앙~ 또 터진다. 잠시 울다가 비져나오는 소 리) 그치만 내가... 누굴 또 만나겠어요, 이 나이에..
태오 어때서요, 누나가.
재인 (태오를 보면)
태오 얼마나 이쁘신데요, 진짜예요.
재인 정말요? (태오 끄덕하자 배시시) 히이~.. 정말이죠오? (은수를 보다) 나뿐년.. 일찍 쫌 보여주지.. (태오에게) 일찍 만났음 이렇겐 안됐잖아요. (돌연) 안 돼, 안 돼! 정식으루 축하주 마셔요, 우리!
S# 28. 어느 아파트 / 저녁.
공포영화 화면. 꼬마의 “끼야악” 비명소리.
보면, 꼬마와 나란히 앉아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영수.
꼬마 무서워하며, 영수에게 파고든다. 영수도 무섭다.
테이블엔 복숭아가 담긴 접시.
영수 딴 거 봄 안 될까?
꼬마 (영수에게 잔뜩 파고들면서도 고개 젓는다)
영수 (웃으며) 왜애? 부모님두 안 계신데, 이 무서운 걸 왜 꼭 봐야돼?
꼬마 겁쟁이닌자거북이땅꼬마새끼라구 놀리니까.
영수 누가.
꼬마 (입 꾹다물고 말 안한다)
영수 끝까지 봐야겠네~. (눈에 힘을 주는데, 무서워서 다시 눈을 질끈) 끝,까 지 보자.
S# 29. 한강변 고급 까페 / 늦저녁.
셋이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은수, 태오와 눈 마주치곤 재인 앞에 작은 상자(생일선물)를 내민다.
재인 어! 이게 뭐야? (두 사람 보고) 내꺼야? (태오가 끄덕이자 풀며) 어? 와! 이게 뭐야?
은수 태오가 주는 거야. 선물.
재인 (만화경 나오자) 이야~! (창밖을 본다) 왜 근데 왜 내께 있어? 어떻게 알구우?
은수 (자기두 보고 싶어 뺏으려 하면서) 묻지마라, (재인, 안주면) 쫌 조봐~, 같이 봐~.
재인 (끝내 안보여주며) 내꺼야~. (흐뭇한 태오와 눈 마주치고 건배하자며)고마워요, 히이~. 태오씨, 영화두 하구 디~게 멋찌다아~. (마신다)
태오 (쑥쓰) 에이~ 뭘요..
은수 (재인에게) 천천히 마셔. (물잔 드는데 잔이 비었다)
재인 이런 날 안 마심, 언제 마시냐~?
태오 물 없죠. (일어서 물잔을 든다)
은수 아냐, 시키면 돼.
태오 뭘요. (물잔을 세 개를 다 들고 일어서 간다)
재인 (태오 보다, 눈 흘기며) 재주두 좋아.. 어서 줏었냐.
은수 줍긴...(하다가).. 쟤, 나랑 산다?
재인 뭐!.. 나쁜녀언! 너, 진짜, (은수가 보면) 디~게 멋찌다아.
은수 (피식, 약간 으쓱)
태오 (와서 앉는다) 갖다준대.
재인 (자극받아) 똑똑히 말할 거예요. 전부다 없던 거루 하자구! (태오의 표정에 더욱 격려받아, 점점 몰두.) 뒤로 자빠지겠지? 싹싹 빌까? 식만 올려달라구? 쪽팔리니까아~. (신난다) 그 인간 평생에 이렇게 챙피당한 적은 한 번두 없을 껄? 파토남 아마 이민 갈 거야, 쪽.팔려서. 아유~ 꼬소해.
은수 정신차리지.
태오 (은수 제지하듯) 왜요오.
은수 (무시하고 재인에게) 신중하게 생각해.
태오 왜 그래요, 자꾸. 끌면 끌수록 복잡해지는데, 하루라두 빨리 관두는 게...
재인 맞아맞아 (일어서며) 재인이 화장실.
은수 (재인 가면) 왜 그래, 자기. 쟤 결혼이 코 앞이야. 이제 일주일 남았어.
태오 (말 끊으며) 그러니까 더
은수 (말 끊고) 결혼이 장난이야? 그렇게 함부로 부추기기만 할 게 아니라구, 여기서 끝,함, 나자빠지는 게 그 사람 뿐이야? 같이 자빠지는 거야. 쟤 인생 꼬임, 자기가 책임질래? /
재인 화장실에서 돌아오면, 분위기 싸하게 앉아있는 은수와 태오.
재인 (자리에 앉자마자 두 사람 번갈아 보고는) 재인이 갈래.
은수 어. 갈래?
태오, 계산서를 들고 먼저 일어서면, 은수 급히 따라나서 계산서를 뺏듯이 채간다..
재인 (알딸딸. 옷챙겨 입으며) 기다려~, 내가 쏘께~.
은수 (돌아보며 급히) 괜찮아, 나 있어, 내가 하께. (쪼로록 카운터로)
태오 (카운터, 은수 곁에 와 카드 내밀고 부드럽게) 내가 할게요~.
은수 됐어~. 자기가 무슨 돈이 있어. (카운터에 자기 카드 내밀며) 이걸루 해주세요.
태오 (얼굴 착잡해진다.)
재인 (기분 좋게 휘청~) 내가 하껀데~?
계산하는 은수를 보는 태오의 얼굴 착잡하다..
S# 30. 어느 아파트 / 밤.
영수에게 기댄 채 잠든 아이.
조심스레 몸을 빼고, 아이를 가만히 눕혀주는 영수.
시계를 보면, 10시.
혼자 잠든 아이를 안쓰럽게 들여다 보다 일어서는 영수.
나오다,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본다.
생각에 잠겨 걸어 나오는 영수의 얼굴에서,
S# 31. 대로변 / 밤.
심란한 은수의 얼굴..
재인이 탄 모범택시의 문을 닫아주는 태오.
재인 (창문 내리고) 태오씨~, 안녀엉~!
태오 네~, 조심해가세요.
택시 떠나자마자, 돌아서 저벅저벅 걸어가버리는 태오.
은수, 보다가 천천히 뒤따라 걸으면,
태오 (훽 돌아보고) 왜 그랬어요!
은수 ...
태오 ....
은수 (보다가 달래듯) ... 담에 사면 되잖아~.
태오 ....
은수 자기..
태오 나, 자기 친구 첨 보는 거예요. 첨,이요. 내가.. 얼마나 좋았는데.. 당연히 내가 내야지. 그런 게 다 나한텐 기쁨이라구요!
은수 .... 서운했어?
태오 그래요! 서운해, 서운하고 화나! (숨 내쉰다) 어떤 때, 나.. 너무 답답해. 자기한텐 내가 대체 어떻게 보이는지,
은수 ...
태오 말 해봐요, 좀! 응?
은수 .....
태오 쪼옴! (답답) 좋다구만 해달라는 거 아니잖아. 난 진짜, 자길 알고 싶다구요. 진짜, 자기 맘! 자기가 느끼는 거!
은수 .... (겁난다)..
태오 좋은 거든! 나쁜 거든! 미운 거든! 답답한 거든! 지겨운 거든! 다! 제발 다요, 다!
은수 못해.
태오 (본다)
은수 ..
태오 (기운 빠져) 왜애. (버럭) 대체 왜! 왜 못하는데요, 왜!
은수 (내지른다) 못해!
태오 왜애! ... (기운빠져서).. 자기, 왜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건데에....
은수 .....
태오, 돌아서 저벅저벅 가버린다.
S# 32. 은수 원룸 / 밤부터 다음날 오후.
바닥에 이불을 펴고 눕는 태오.
보던 은수, 침대로 올라가 눕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이는 은수.. /
아침. 은수 일어나면, 이불이 치워진 바닥.
은수, 집안을 둘러보지만 태오가 없다. 구석에 보이는 기타.
장을 열어, 태오의 배낭을 확인하는 은수. 조금 안도 하는 듯. /
창밖을 내다 보다, 밥 상 앞으로 와 혼자 밥을 먹는 은수./
냉장고에 메모 붙이고 나가는 은수.
메모 ‘집에 좀 다녀올게. 밥 잘 챙겨 먹어.’
S# 33. 분당 집 앞 / 늦은 오후.
은수, 벨을 누르는데, 답이 없다. 딩동, 딩동.. 연속해서 누르다가.
전화를 거는 은수. 연결음악 길게 이어진다.
받지 않는 지 끊고 다시 전화를 거는 은수.
은수 저예요. 아빠. (뜸) 네. 집에 왔는데, 번호가 뭐예요? (뜸) 현관비밀번호요.
(아빠) (쯧쯧쯧쯧 혀차는 소리.).....
은수 급해요. (혼잣말) 아니, 오래놓구.. 어딜 간..
(아빠) 1107. 11월 7일. 니 생일두 모르냐.
은수 (뚝) 아.
(아빠) 그러구두 식구냐..
은수 엄만요. 아빤 어디시구요.
(아빠) 설악산이다. 느 엄마 전화해서 얼른 오라구해. 어째 나가면 고만이야, 나가면 고만.
은수 어디..가셨는데요?
(아빠) 물어 뭐해. 김포 여편네지. (은수, ‘김포’란 말에 반응하는데, 아빠 계속해서) 여편네들 모여앉아야 쓸~데 없이 말이나 옮기지, 꼴~사나운 줄 모르고..
S# 34. 다세대 주택가 & 은수 분당 집 / 늦은 오후.
유희와 부동산 여자 어느 다세대 주택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유희 북향에다 주방두 붙어있구 (끙~) 저런 게 무슨... 3천..
부동산 그럴람 육천은 가져야지.. 3천에 십오면 잘 나온 거예요.
유희 생각 좀 해 볼게요. (가세요~ 인사하며 핸드폰 통화누르고는) 며칟날 나간댔죠?
부동산 (가다가) 담달 8일. 빨리 해야지.. 저런 건 금새 빠져요..(간다)
부동산 여자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전화 귓가로.. /
분당집. 멍하게 소파에 앉아있는 은수. 전화가 온다.
은수 어.
유희 (대뜸. 쌩하게) 어린애랑 살림차렸다며?
은수 (‘아 또.. 재인이.. 이거..’ 곤혹..) 살림은 무슨...
(유희) (말 자르며) 빈정 무지 상했다. 이상. (끊기는 소리)
유희, 슬쩍 미소. 골목을 빠져나간다./
S# 35. 은수 분당 집 / 늦은 오후.
폴더 덮고 잠시 가만히 있던 은수, 집 전화기 옆 스프링 노트를 든다.
‘ㄱ’부분을 펴는 은수.
‘기철엄마, 강정식, 김진숙, 고정섭, 권미옥, 광식이네,....’
다음장을 넘겨보다.. 움직임을 멈추는 은수...
은수 (생각하다가.. 혼잣말) 어떻게...(한 번두..)
은수 한 번두... 의심하지 않았을까.. 김포..아줌마....
(경과) / 밤.
도어락 여는 소리 들리고, 불 켜고 부산하게 들어서는 엄마.
무심히 앞을 봤다가 소파에 우두커니 앉은 은수를 보고 기겁.
엄마, 화사하게 차려입었다. 특히 화려한 스카프.
엄마 얘가! 불두 안키구. 언제 왔어. 전화두 없이.
S# 36. 은수 원룸 /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태오. 불을 켠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서다.. 은수의 메모를 본다../
은수의 어릴 때 사진(나나사진)을 마주보듯 보고 있는 태오.
S# 37. 은수 분당집 / 밤.
부엌. 줄줄이 쌓아놓은 반찬통.
반찬통에 깻잎을 담고 있는 엄마를 식탁에 앉아 보고 있는 은수.
은수 어디 갔다 와?
엄마 맨날 만나는 아줌씨들이지 뭐. (깻잎을 두고) 맛이 들었을라나~. 김포 아줌마 아들은 야, 장가간단다.
은수 아줌만 이름이 뭐야?
엄마 어? (순간 보이지 않게 흠칫) 어쿠. (깻잎을 담던 중 간장을 쏟는다) 아구구.
은수 드러워.
엄마 (돌연 은수를 올려다 본다. 금새 다시 평상) 드럽긴~, 입으루 들어가는 게 (뭐가 드러워). 아유, 아까워, 조선간장인데. (입으로 손가락 쪽 빤다)
은수 엄만 좋겠어. 참두 편해~.
엄마 (얘가 왜 또 시비야. 그러나 이 정도쯤이야 가볍게) 뭐가 또오.
은수 남보기엔 드러운 게 엄마한텐 그렇게 쪽! 소리나게 맛만 좋으니..
엄마 말해. 뭐(가) 또 불만이야! 어서 터지구 와선, 만만한 게 즈엄마지.
은수 (은수,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엄마 싹수없는 거. 즈 엄마 전활 무슨 껌딱지씹듯 씹어제끼구.. 왜. 근데두 아쉬워서 (반찬통 탁 놓으며) 가져가셔라~ 가져만가셔라~ 사정사정 하니깐, 그래, 느 엄마 벨두 없지? (생각하니 열 받는다) 허! 드러? 누가 할 소리! 내가 드럽다, 내가 드러! 나뿐년! 나두 벨 있어, 야!
은수 그니까 고만하라구. 됐다구! 이딴 거 없어두 안 굶으니까, 이딴 거 고만하구, 공사다망하신데 볼일이나 보시라구!! 지겹다구!!
엄마 (뚝. 놀랐다.) 이게.
일어서 가방이 놓인 거실 소파로.
엄마 (화났다) 이게! 너 일루 와. 이놈 기집애가 (보자보자 하니깐)! 와! 일루 안 와!?
가방 옆에 놓인 엄마의 스카프가 눈에 들어온다. 가방 들고,
은수 (혼잣말처럼. 그러나 다 들리게) 참... 화려~두 하다...
S# 38. 버스 안 / 밤.
은수, 죽고 싶게 착잡하다..
S# 39. 은수 분당 집, 부엌
멍하게 넋놓고 앉아, 반찬들을 원래 통으로 옮기고 있다.
S# 40. 은수 원룸 / 밤.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바닥에 이불을 깔고 모로 누워 있던 태오.. 눈을 뜬다..
문 열리는 소리 들리면, 눈을 감는다..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선 은수.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멈춰 심호흡..
안쪽에 잠들어 있는 태오가 보인다.
은수, 말없이 태오 곁으로 가 등을 안고 눕는다..
태오, 가만히 눈을 뜨는데... 은수가 조금 이상한 듯해서 움찔하면..
은수, 그대로 가만히 있어 달라는 듯, 태오의 등을 더 깊이 안는다.
태오 (낮게) ...무슨.. 일..
은수, 등에 얼굴 묻은 채, 묻지 말아 달라는 듯 고개 저으면...
태오, 더는 물을 수 없다. 소리없는 한숨.. 눈만 깜빡일 뿐.... F.O.
S# 41. 은수 회사 / 오전.
안이사, 사장실 문을 탁 닫고 나온다.
사장off 안이사!
안이사 대답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은수 포함 직원들 일제히 안이사의 행동을 주시. 괜히 긴장..
은수 (혼잣말처럼) 왜 저래?
하고 장미경을 보는데, 장미경, 빤히 은수를 보고 있다.
은수 네?
장미경 (빤히 본다)
은수 왜요?
장미경 (티나게 어색) 아. 아냐,아냐. (하다 아직도 보고 있는 은수보고는) 진짜,아냐, 일해, 일. /
점심시간.
최대리, 김명진, 장미경 등등의 직원들, 뭔가를 얘기하다
은수가 오면, 슬금슬금 해산.
은수, 뭐야~, 하는 표정.
S# 42. 뮤지컬 아카데미 / 저녁.
춤추는 유희의 모습이 보인다.
춤추던 유희 카메라 쪽으로 다가와서 “행!!” 째려보고 간다.
유리문 밖에서 연습실을 보고 있던 은수. 찔끔! 한 척.
다시 한바퀴 돌고 다가온 유희, 문 열고 고개 내밀더니,
유희 (콧방귀) 행! 만약에 내가 오늘 웃어두, 절대루 너보구 웃는 거 아니다. 일주일 간다! (문닫고 돌아서며 혼잣말) 그럼, 일주일은 가야지. 행!
은수, 피식.
S# 43. 술집 / 저녁.
은수, 재롱표정으로 술잔 들고 건배 기다리면,
유희 (건배하며) 행!
은수 봐 조라. 나 요즘 불쌍하다~.
유희 허! 불싸앙?
은수 아무래두 회사서두 왕따같구...
유희 숨넘어가게 잘생기구 키는 이따만한 게, 애 떡대는 또 왜르케 착한데다, 말은 또 어찌나 따박따박 이쁘게만 하는 핏덩이랑 산담서, 행! 왕따? 그냥 당해~.
은수 (웃음 난다) 푸~ 재인이가 그래?
유희 (재인을 두고 하는 말) 지꺼야? 침은 왜 지가 흘려. 다 죽는 소리하더니, 걔 얘기나오니깐, 지가 신나 난리드라.
은수 결혼... 하겠지?... (뜸) 재인이..
유희 야~. 당근하지.
은수 하두 심각해 보여서.
유희 걱정두 많다. 해, 하구두 남아. 걔네 피가 그래. (다시 은수 보고 실실 웃으며) 좋냐?
은수 좋기인..
유희 심란한 척은, 만셀 불러두 모자랄 판에. 맹물 같아 싫다며, 세상 평균치도 그런 평균치가 없다며, 어린 꽃띠랑 연애에, (숨 넘어가게 놀라는 시늉) 허어! 동거에... 웬일루 평균이 다 뭐냐, 상위권 아니라 최최최상위권 입성에... 엄살은..
은수 고만해애~.
유희 일주일 간다. (불쑥) 차 사라.
은수 차?
유희 내 차.
은수 팔게?
유희 어디 쥐구멍만한 방이라두 구할람 차라두 팔아야지.
은수 바앙? 왜 갑자기...(유희 묵묵부답. 설마...) 걔? 너, 설마 걔?
유희 (딴청)....
은수 야. 걘 집 없어?
유희 이혼하구 엄마 집으로 들어갔잖아~.
은수 (끙..) 그렇다구 차를 팔아?
유희 금 어쩌냐. 이 나이에 모텔 전전하게 됐냐? 차 어떠냐구. 갖구싶댔잖아. 싸게 넘길게.
은수 차, 방 빼야 산다.
유희 푸우~..(새는 웃음. 그러다 은수 보고) 나, 웃는 거 아니다! (하고 다시 웃 는다) 차냐, 방이냐! 왜 다는 안 되냐고오~, 뭔놈에 인생이 온통 양자택일 뿐이냐고오~ (웃음)
은수 걔 어디가 그렇게 좋냐?
유희 누가 좋대?
은수 (그럼? 하듯 보면)
유희 꼭 좋아야 연애해?
은수 (약간 진지해진다) 그래.. 옛날부터 너, 니코친.. 우리가 싫어하는 건 너두 싫어했잖아. 걔, 센치한 거, 허세부리는 거, 사람들이 거북해 하는 거 죄다 같이 거북함서, 어떻게 사랑이 되냐? 미스테리다, 진짜.
유희 안 갈쳐줘. (은수 보면) 너가 더 미스테리다, 난. 괘,씸한 년! 어떻게 된 게 남 얘긴 다 들어먹음서, 지속은 꼭꼭 감추구 절대루 안 까냐? 답답해서라두 못하겠다, 난.
은수 (작게 웃다가) ... 안하는 게 아니라... 바보, 못하는 거야...
유희 챠~.
은수 너같은 똥빼짱은 몰라~. (뜸) 겁쟁이들 마음은,.. 항상 두 개다. 사랑하면서두 막 도망친다...
유희 그게 도망이, 친다구 쳐지는 게 아이다. (은수 보면, 유희 웃는다)
은수 그거 나보구 웃는 거 아니지?
은수랑 유희 웃는다.
S# 44. 은수 원룸 / 밤.
은수, 세수를 하고 방안으로 들어오면,
태오, 침대에 앉아 슬레이트에 뭔가를 붙이고 있다.
은수 뭐해.
태오 ....
은수 (곁에 앉으며) 자기.
태오 그냥.. 하는 거예요..
은수, 태오 손에서 슬레이트 치우고 가만히 안는다.
태오, 안긴 채 가만히 있으면..
은수 미안해... (뜸) 무서워서 그랬어..
태오 ... 뭐가... 무서운데.
은수 ... 뭐가 무섭냐면... 그런 거 다 말해두.... 니가 알까.. 내가 사랑하는 거 믿어줄까..... (뜸) 난 있지, 항상 맘이 두 개다? 사랑하면서두 (이게 지금) 사랑 맞나~, 갖구 싶으면서두, (이걸) 가져두 되나~, 사랑하면서두 도망치구, 도망치면서두 잡혀 있구...
태오 몸 떼고 보려고 하면, 그대로 있으라는 듯 잡으며..
은수 보지마.. (다시 더 꼭 안고) 맞아,.. 다 좋기만 했던 건 아니야.. 니가 스물네 살이 아님 좋겠단 생각두 했었구.. 니가 그냥 평범하게.. 회사나 다님 좋겠단 생각두 했었어.. 너 땜에 내가 늙은 여자 같을 때두 있었구.. 세상사 때꾹물에 찌든 인간처럼 느껴질 때두 있었어.. 사람들 뭐랄까봐 무섭구.. 친구들은 뭐라 그럴까.. 부모님은 뭐라 그럴까... 그러다, 내가 뭣 땜에 이런 생각을 해야되나.. 너만 아님... 왜 하필 너니.. 그럴 때두 있었어.. (다시 꼭 안으며) ... 태오야... 나는.. 왜 이럴까... (태오 몸 떼려 하면 꼭 잡고) 그냥 있어.... 근데, 태오야.. 그렇다구 있잖아, 내가 너 사랑하지 않는 거 아니다...? ...그런 생각할 때두... 너 사랑해........ 아니?
태오 (꼭 안고, 아주 꼭 안고....) 알아...
은수 .....
태오, 다시 몸 떼려한다. 은수, 순순히 떨어진다.
하지만 태오의 얼굴을 못 본다.
태오 안다니까..
은수 (천천히 고개 들고 태오를 본다. ‘정말.. 알아?’ 하듯) ....?
태오 (진지하게 끄덕끄덕. 귀여운지) 으구...
은수 뭐가~
태오 알지, 그럼. (장난스레) 어떻게 날 안 사랑하겠어. 이렇게 잘 생기구, 응? 이렇게 착하구...응?
은수 챠. 다 취소. 다 뻥~. (하다가 웃고는..) 정말 알지?
태오 (안으며) 알아~. 그리구.. 고마워요.... 말해줘서... (장난스레) 그리구 나두 해! (몸 떼고) 그런 생각.
은수 뭐.
태오 (옆에 있던 슬레이트 들어 탁! 치고) 내가 오빠면 더 좋겠다.
은수 하. 오빠? 하.. 하하. (시원하게 웃는다) /
cut to
(‘탁!’ 슬레이트 소리에 맞춰 경쾌한 음악 터지며, 슬레이트 놀이. 흘러가듯 진행.)
은수, 약간 긴장한 채 슬레이트를 들고 있다.
태오 사운드! (뜸. 목소리 바꿔) 스피드~.
은수 (긴장) 35 둘에 셋!
태오 카메라! (은수 냉큼 탁 치면) 아니~, 롤링! 하면 쳐야지. 감독이 카메라! 그럼, 촬영이 카메라 돈다구 롤링~! (바로 이때) 딱!
은수 알써알써.
태오 사운드! (뜸) 스피~드~.
은수 35 둘에 셋!
태오 카메라~! 롤링~!(치란 시늉)
은수, 냉큼 탁! 치고 몸을 낮춘다. 태오, 잘했다고 박수치면,
은수 (뻐기는 표정이다가..) 디게.. 어렵네..
태오 (뻐긴다) 당연하지!
은수 자기 영화하는 거 맞구나~?
태오 하! 뵈줘?
은수 엉.
태오 진짜? 그면 토욜날 촬영장 올래요?
은수 (솔깃) 촬영장? 누구 나오는데?
태오 배우? (하하! 웃고) 전지현.
은수 (활짝) 전지현~?
태오 하하! 그렇게 좋아? (유쾌) 하하!
은수 (너무 웃으니까) 모야~ (하다가 눈치 채고) 뻥을 쳐?
태오 전지현으루 바꾸까? 선배형, 단편영환데.. 푸하하!
은수 (퍽 때리는데, 너무 셌다)
태오 아. (은수, 너무 세게 때려서 주춤, 태오 웃겨서 또) 푸~.. 푸하하.
S# 45. 은수 회사 & 프레시 캣 영수 방 / 낮.
은수, 김영수와 통화하고 있다.
옆자리 장미경, 은수를 잔뜩 의식하고 있다.
은수 네. 도서관가서 로하스, 공부 좀 해야겠어요. 가지구 계신 자료두 좀 보구요.
영수 많아요, 자료. 외국 사례두 그렇구.. 흥미로우실 거예요.
(은수) 예. (미소) 많이 보여주세요.
영수 네. (홈페이지 고객 게시판 연다) 그럼 들어가세요.
(은수) 네. 담주에 뵈요.
영수 (게시물 제목 훑으며) 네. (하는데, 영수의 눈에 들어오는 게시물)
전화기 내려놓으며, 게시물 제목 다시 보면,
‘공동구매 게시판 좀 만들어주세요^^’ 그 옆에 글쓴이로 팬하면 ‘오은수.’
영수 눈에 즐거운 빛이 일며, 게시물 클릭! /
전화 끊은 은수, 모니터 검색창에 ‘로하스’이라고 친다.
검색버튼 누르고, 옆자리 보면, 어색하다 못해 안절부절인 장미경이 보인다.
은수 대체 왜 그러는데요~?
장미경 (아닌척 하다) 에이씨, 몰라.. 몰라몰라..
하다가, 아직도 빤히 보는 은수를 보더니, 안 되겠는지 잽싸게 주변 살피고, 따라오라는 시늉. 장미경 가고 덩달아 주변 살피며 일어서는 은수.
S# 46. 프레시 캣 영수 방/ 낮.
게시물을 읽고 있는 영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읽어 내려가며.. 영수 얼굴에 퍼지는 미소..
S# 47. 은수 회사 탕비실 / 낮
장미경 서 있고, 뒤따라 은수 들어서면,
장미경 (무게 잡고 심각하게) 오대리.
은수 네?
장미경 (순식간에 무게고 뭐고 다 풀고) 아~, 씨... 진짜, 궁금해서 미치겠다.
은수 뭐(가요..)
장미경 (말 끊고 대뜸) 진짜 나가?
은수 어딜요?
장미경 옮긴대며. (뭔 말인지 몰라하는 은수를 보더니) 자기. 회사.
은수 네에?
장미경 아냐? (은수가 보면) 안이사.. 아냐?
은수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안이사님이 왜요?
장미경 몰라? (진짜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하고 보다가) 소문 짜하잖아, 안이사 나간다구~. 지가 뚫은 거래선 다 빼들구 독립한다구~.
은수 정말요?
장미경 진짜 몰랐나보네. 어떻게 자기가 모르냐? 오은수만 델구 간다구.. 얼마나 말들이 많은데..
은수 네에?!! (하다 빤히 보는 장미경에게 강하게) 아니예요~, 저~, 전 아니예요~. 허. 무슨.. 그런..
장미경 나야 믿지이~, 믿는데,
은수 ... 아니, 사장님하구 이사님, 요즘 좀 그렇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구 안이사님이 독립을...
장미경 (은근하게 목소리 낮춰) 둘이 조옴... 개인적인 관계란 얘기두 있어~..
은수 (무슨 소린지..)
장미경 안이사랑 (고갯짓으로 ‘자기’)
은수 네? (빽!!) 선배애!!!
장미경 깜짝(이야)!
은수 게 말이돼요?!! (빽!) 안이사랑 저랑! 말이 되냐구욧?!!
장미경 (쏙 들어가서) 알지~. 누가 뭐래니? (눈치 보다 다시 슬쩍) 근데, 진짜 아냐?
은수 (눈 부라림) 어우, 진짜아!!
장며경 (긴다) 농담이다, 농담.
S# 48. 단편 촬영 현장 / 토요일 오후.
‘탁!’ (소리 맞춰 음악시작) 슬레이트를 치고 빠지는 태오.
연출의 “액션!” 소리.
배우들 연기시작하고, 태오 바로 행인통제 돌입. 진땀 뺀다.
태오 (두 팔로 제지하며 조용히 해달라고) 쉬~
중년남 (소근소근 입모양으로) 뭔데?
태오 (소근소근) 촬영중이어서요, 잠시만요~,
한쪽에서 보고 있는 은수.
조촐하다 못해 옹색해 보이는 디지털 단편영화 현장이다.
중년남 (태오 어깨너머로 촬영장 흘끗 보고 소근소근) 누구 나오는데~?
태오 (웃음) 단편영화 촬영이거든요~.
중년남 엥? (갑자기 생목소리) 연예인 안 나와?
연출 컷!
중년남, 컷하자, “난 또 뭐라구!” 위풍당당 지나가 버린다.
연출 자꾸 빵꾸남 어떡하냐.
태오 미안! 바로 가요, (뛰어와 슬레이트 대며) 사람 없다, 사람없다!
연출 사운드! /
(음악에 맞춰 흘러가듯)
같이 통제를 하고 있는 은수.
두 팔을 벌려 행인들을 세워놓고 연신 고개를 굽신굽신.
역시 통제중인 태오와 눈 마주치자 미소짓는 두 사람. /
연출 (태오와 함께 6mm캠 액정 보며) 너무 빈다. 여기~, 누구하나 지나감 좋겠는데.. (하다가 스윽 태오 함께 은수를 보는)/
잔뜩 얼어붙어 서 있는 은수.
연출 (여배우 가리켜) 얘가, ‘한 발짝만 움직여봐~!’하면 그때, 지나가시는 거예요. 아. (태오 가리켜) 얘가, 싸인드릴게요.
은수, 벌써부터 로봇처럼 고개 끄덕.
연출 액션!
배우들 연기하고 태오가 시선으로 싸인하자 은수, 걷기 시작하는데,
어색해도 어색해도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연출 자동적으로 태오를 본다. 태오도 연출 돌아본다.
연출 컷! (바로 은수에게) 아니예요, 은수씨 땜에 아니예요. (얼굴 보면 은수 때문이다. 괜히 배우한테) 현아, 블로킹이 거기가 아니지~(은수 슬쩍 보고) 자~ 다시 갑시다. 사운드!
스피드, 카메라, 롤링 소리 이어지는데.. 내내 초긴장 상태의 은수..
태오의 슬레이트 소리!
그리고 싸인의 타이밍! 은수, 태오 쪽을 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다.
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겠는 순간, 은수의 손을 잡아채는 태오.
태오를 따라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하는 은수.
카메라 시점. 배우들 뒤로 다정한 커플로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은수와 태오..
연출 (흡족하게 보다가) 컷! 오케입니다!
컷 싸인에, 액션을 멈추는 은수, 쑥스럽게 연출과 태오를 번갈아 보고 웃는다. 기분 괜찮다.
S# 49. 삼겹살 집 (촬영 뒷풀이 자리) / 저녁.
태오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 (흘러가듯. 대사는 드문드문 들리면 된다)
연출 이야~, 배우하세요, 배우하셔두 되겠어요.
은수 (쑥스러워서) 아이~.. 무슨요..
연출 많이 드세요.
스탭1 이제야 ‘그분’을 뵙네요.
주연 무지 쫄랐어요. 뵙게 하여 달라구.
스탭1 (태오 야리며) 어찌나 우리 그분 바쁘시다구 퉁기는지.
태오 (은수에게 재롱표정) 잘했죠!
은수 (어색해서) 아니 뭐...
좌중 (태오 재롱 땜에) 으~/ 봤지,봤지,/ 좋아 죽는다/ 웩! //
(경과)
나머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유리문 안쪽에 은수, 태오, 연출이 보인다.
은수가 계산 중. 은수, 태오, 연출 밖으로 나오면, (음악 그치고)
기다리던 친구들 일제히 은수를 향해,
일동 잘 먹었습니다~!
연출 제가 해야 되는데, 종일 고생하시구..
주연 챠~
연출 (능청스레) 그럼 임마, 테입값두 없는, 내가 내야지~. (은수에게) 낼 또 오세요~.
은수 (웃으며) 그러구 싶은데요, 낼은 친구가 결혼을 해서~.
태오 (결혼 소리에 은수를 휙.) 진짜?
연출 (웃음) 뭐여, 거짓말이예요?
태오 (연출에게) 아냐,아냐, 진짜야.
S# 50.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 늦저녁.
태오 아니, 어떻게 그런 사람이랑.. 아니, 어떻게 그런 결혼을...
은수 뚝.
태오 ... 하는구나아.. 그럼 나두.. (하다가) 아니예요..
은수 (보다가) 와야지, 너두~.
태오 (활짝) 진짜? 가두 돼?
은수 (끄덕) 당연하지.
태오 앗싸아! (하다가) 뭐야. 촬영이잖아~. 알구 그러지?
은수 (흘기듯) 참.. (웃으며) 빨리 끝내구 와~.
태오 (기분 좋다.) 야호오! 근데, 안 그래두 되는 데.
은수 뭘?
태오 왜 자기가 사요, 꽁짜로 출연두 해줬고만. 사람들이 말야~..
은수 나두 자기 친구들 첨인데.... 이런 게 다 기쁨이라며~.
태오 (배시시)
은수 .. 자기.. 좋아 보이더라..
S# 51. 은수 원룸 / 밤.
태오 자고 있고, 그 곁에 은수, 스탠드 불빛아래 뭔가를 보고 있다.
보면, 사회과부도의 세계지도. 은수 아일랜드.
(경과) 이른 아침.
은수, 자는데 태오 살금살금 일어난다.
은수 (설핏 깨서) 벌써 가..?
태오 (이마에 다정하게 입 맞추고) 응. 더 자~.
은수 (태오의 등을 당겨 안고는) .. 꼭... 와~..
태오 (미소.. 점점 커진다. 활짝)....!
카메라 팬하면, 그들 곁, 은수 머리맡에 펼쳐져 있는 세계지도가 보인다.
화이트로 만든 섬으로 카메라 전진하면..,
S# 52. 애니메이션
섬 가운데, 서서 입 맞추고 있던 은수와 태오,
손잡고 쫑쫑쫑 섬 가장자리로 걸어가면, 작은 돗단배.
두 사람 올라탄다.
은수, 배를 묶고 있던 줄을 푼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배.
은수 이제... 이 아이와 함께..
순조롭게 흘러가는 배.
은수 ... 가보아야겠다.. 나의 섬 밖으로...
바람에 두 사람의 머리칼이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