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산행에 접어 들면서 하얀 설원이 펼쳐진 겨울산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찾은 덕유산 언저리 대호산(大虎山)과 성지산(成芝山), 그리고 치마산(馳馬山 금해산). 따뜻한 남쪽지방만 맴돌다 심설산행 한번 못하고 아쉬움으로 올겨울이 끝나는 것같아 서둘러 덕유산 변방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하얀 설원에 아름다운 눈꽃을 기대하였지만 심설산행은 애시당초 글러있었고, 음지에 남은 잔설은 그저 장애로 다가오기만 하였다. 북사면에 수북히 쌓여있는 적설로 아쉬움을 달래긴 하였지만 낙엽 밑에 암초처럼 얼어붙은 설빙(雪氷)으로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기 때문.
백두대간은 덕유산 주능선 백암봉에서 방향을 틀었고, 향적봉으로 오른 산줄기는 설천봉을 거쳐 두문산으로 빠져나가 서쪽으로 해달려 용담호에 맥을 놓는데, 30km가 넘는 이 산줄기를 덕유지맥이라 부른다. 덕유지맥 두문산에서 또다른 산줄기가 동북으로 뻣어나가며 치마산(금해산)과 성지산을 지나 깃대봉, 백운산을 이루고 설천의 남대천으로 빠져든다. 굳이 이를 산줄기 체계로 읽는다면 ‘덕유 성지 단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산줄기의 일부가 오늘 우리가 걸은 길로, 덕유산을 남과 북으로 구분한다면 북북덕유가 될 것.
산행 초입에서 뒤돌아 보면 서쪽으로 적상산이 지척이고, 동쪽 원당천 너머엔 거칠봉이 솟아있으며, 북쪽으로 백운산 능선이 뻗어 나간다. 덕유지맥 두문산에서 안성재를 내려서기전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또다른 산줄기는 단지봉을 지나 치목치에 내려섰다 다시 적상산으로 이어진다. 처음 만난 대호산엔 국방부 지리연구원 삼각점이 있었고, 성지산에선 삼각점 외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이후 근거없는 지명이 뜬금없는 곳에 어지러이 걸려있어 헷갈리기 십상이었고, 오히려 독도(讀圖)에 장애가 되었다. 들머리인 괴목마을은 임진왜란 때 추풍령 전투에서 전사한 삼괴(三槐) 장지현(張智賢) 장군의 후손들이 이 마을로 이주해 그의 호를 따라 회화(槐)나무 3그루를 심은 데서 비롯된 것. 날머리인 무주리조트는 곤도라를 이용하여 쉽게 향적봉을 올라 설경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다목적 여행이 가능하다.
산행코스: 괴목마을-물탱크-대호산-823.5봉-성지산-944.6봉-치마재-치마산(금해산836.8)-김해산(905)-남릉-웰컴센터 주차장 산행궤적 8km가 조금 넘는 거리로 5시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오르내림이 잦아 피로도는 높은 편. 고도표 원괴목 버스정류소가 있는 대로변에서 차를 멈췄다. 괴목마을 뒤로 대호산이 버티고 섰고... 산길 진입은 마을로 통하는 포장길. 괴목마을은 삼괴(三槐) 장지현 장군의 호를 따라 회화나무(槐) 세그루를 심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돌아보니 괴목마을 표석 뒤로 아름드리 노거수 회화나무가 보인다. 마을 농로를 따라 차츰 고도를 높혀가며... 뒤돌아 본 모습. 첫째 물탱크를 지나고... 뒤돌아보니 적상산이 우뚝하다. 농로가 끝나갈 즈음 멀리 물탱크가 보이고... 그 물탱크의 좌측으로 본격 산길로 진입한다. 초반엔 반듯한 산길이지만 제법 가팔라... 자주 쉬어가며 올랐더니 어느새 대호산 표지목이 나무에 걸려있고... 국방부 지리연구소에서 세운 보기드문 삼각점이 있다. 정비되진 않았지만 별로 어려움 없는 길을 따라 제법 가파르게 치고 올랐더니... 조망처가 나타나며 무주리조트 슬로프가 시야에 들어온다. 무주 스키장의 슬로프는 마치 치타의 눈물선처럼 하얗게 선을 그리고 있지만... 역광이라 흐릿한 윤곽. 이 824봉(소나무) 직전에서 만난 조망처가 오늘 산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망처인 셈이라 방향을 틀어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뒤로 보이는 산은 적상산. 그리곤 낙엽 아래의 설빙을 달래가며 오체투지로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그리고 살짝 올라서자 뚫린 공간. 고도가 800m에 다다르자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 있더니... 잘 생긴 외솔 한 그루가 우뚝하다. 지형도를 살펴보니 외솔이 있는 이 봉우리는 823.5m봉. 이후 눈길을 밟으며... 삼각점이 있는 성지산에 올라섰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다. 필자가 알기론 대구 산꾼 김문암 님이 대호산과 같이 표지목을 걸은 걸로 알고 있는데, 표목의 행방이 묘연하다. 글자가 지워진 삼각점엔 고도가 992.4m. 어찌하랴, 발품팔아 여기까지 헥헥거리며 올라왔으니 기념해야지. 그래서 표지목을 달았다. 개구리 운동장만한 양지바른 곳을 택해 생탁을 곁들인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좌측 잡목들 사이로 거칠봉이 보인다. 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처럼 생긴 이것들은 뭐꼬? 덕유산 자락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무겨우살이. 서양에서도 데체의학으로 각광을 받고있는 약용식물이다. 마치 가르마를 반듯이 탄 듯한 능선을 따라... 이젠 아이젠을 신고... 미끄러움에 대비하며 업다운을 이어간다. 무명봉에 올라... 내려섰더니 명품송 한 그루. 돌아보니 과연 낙낙장송(落落長松이로고. 다시 다운. 오늘 내내 능선에 박힌 이 오래된 세멘트 구조물. 삼각점이 있는 이끼낀 이건 국립공원의 영역을 표시한 건가? 왠 뜬금없는 치마산? "이건 아니올시다."이다. 도움이 되도록 한 의도로 보이지만 이렇게 헷갈리게 해서는 안될 것. 능선을 따라 늘 보아왔던 세멘트 구조물은 물탱크가 있는 들머리에서 보았던 국립공원이라는 표석이 아니고, '山사랑'이라는 글귀. 안부에 내려서자 아름드리 노거수가 양팔을 벌리고 섰다. 치마재(715m)다. 치마재의 노거수는... 오랜 연륜에 안이 텅 비어있고... 등로 양 옆으로 마치 분화구인 듯 움푹하게 파여져 있다. 설사면을 밟으며... 작은 봉우리에 올라... 헷헥 숨을 고르노라니 누군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무언고 하였더니 설중매 아니 생강나무의 꽃망울이다. 이제 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자연의 몸짓이다. 능선을 에두르는 좌측 사면길을 버리고 직등을 하여 치마산(금해산836.8m)에 올랐다. 'Seoul mountain'에서 금해산이라는 표지판을 매달아 놓았다. 삼각점이 있는 이 지점의... 높이는 837.1m. 금해산(831m) 옆에는 철제 망루가 녹슬어 부셔져 있고... 다시 오름짓을 하자 마치 무덤을 닮은 바위에 돌무더기를 쌓은 봉을 만난다. 이 봉우리가 네이버지동에 확인이 되는 금해산(905m)이다. 김해산과 금해산은 똑같은 한자(金海山)를 써놓고 달리 표현하고 있으니 그 영문은 알 길이 없다. 바위 옆 구부러진 나무에 눈길이 간다. 사람의 손길이 간 듯한 석축은 무슨 용도일까?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 금해산(837.1)이 왜 여기에 있노? 애초에 바다(海)가 산으로 올라온 이유를 몰랐던 것처럼 금해산이 902m봉에 서 있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도 어이가 없어 필자가 선택한 투 트랙 중 한 축인 트랭글을 확인해보니 내 위치(902m)에서 잘못된 표지판임을 알리고 있다. 아까 구부러진 나무와 무덤을 닮은 바위가 있는 봉우리(905m)가 금해산이라고 알리고 있다. 두문산으로 가는 능선을 따르다 임도에서 내려서지 않고, 선답자들의 희미한 흔적을 좇아 남릉을 내려서서... 큰 도로에 내려선다. 이 지점에선 커다란 주차장이 여럿있어 우리 버스가 대있다는 '웰컴센터'를 확인한다. 돌아보니 산에서 내려와 아이젠을 벗고 있는 대원들. '웰컴센터'는 남쪽으로 200m 올라야만 되었고... 금방 버스가 머물고 있는 텅빈 주차장에 닿았다. '웰컴센터'는 뾰족뾰족 서양식 건축양식의 지붕이 이색적이다. '웰컴센터'의 이정표. -잔설(殘雪)- 남풍에 묻어오는/ 엊그제 입김에도 동백꽃 내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군자란도 뾰조롬히 꽃대를 올려놓고
호랑가시 빨간 열맬 쪼아 먹던 산새,
문득 열어보는/ 창문소리에 놀래 날고 잔설(殘雪) 부신 설악을 쪽빛 하늘이 넘어가고 있었다. -신석정 유고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중에서- 클릭 청노루 클릭 등네미 산행기 클릭 조영남의 유유자적 ※ 함께한 블로거 중 아직 올리지 않은 블로그는 올라오는 대로 공유의 장으로 모시겠습니다. |
출처: 김복현의 산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복현
첫댓글 산 높이 지명등은 더구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미지의 산 일수록 부처마다 소속마다 개인마다
자기 주관이나 계산대로 표시해 놓은곳이 적지 않습디다. 산행의 리더 입장에서는 난감 할 수가
있겠으나 우리같은 범인들이 뭐 짜달스런 문제 겠습니까 그 산이 얼마나 새록새록 볼꺼리가 많아서
눈이 즐거웠느냐 그것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손발은 고생이어도 와~! 탄성지르고 환호할 수 있는
있는 그런 풍광들이 쏟아지면야 높이야 지명이야 어쨋던 아니겠습니까?
압해도 송공산길에서 또 뵙도록 합시다.
'천성산의 보금자리'에서 성지산을 찾을 수가 없어 아쉽네요. 아직 올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내가 찾지 못한 건지...
나도 예전과 다르게 개인 블로그에서 스크랩을 하여 카페에 붙여 올렸더니 글을 수정할 수도 없어 불편하네요.
성지산에선 산행정보에 혼돈이 촉발되어 안타까웠죠.
압해도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