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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2년 전부터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20)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외모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회사에서 "곧 데뷔하려면 콧대와 광대뼈를 낮추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 "가수로 성공하는 게 급하긴 한데, 얼굴에 칼을 대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별종인가요?"
연습생 3년차 김모(18)양은 정반대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부모님을 졸라 얻은 돈으로 받은 눈밑 지방 제거술이 마음먹은 대로 안돼 '짝짝이 눈'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5차례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불만이 가득하다. "어차피 연예인 되려면 성형수술은 기본 아니냐?"며 "조만간 눈 수술은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돌 연습생들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집중적으로 성형수술을 받는 집단이다. 본인의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일부 기획사들은 "연예인으로서 성공확률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어린 청소년들에게 성형수술을 강요하고 있다.
본지가 서울 시내 성형외과 전문의 10명에게 의견을 들어본 결과, "TV에 나오는 아이돌 가수나 연습생 중 90%는 성형수술을 받은 것 같다"는 답이 나왔다. 미고 성형외과 윤원준 원장은 "이제 성형수술은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데뷔를 앞두고 당연히 거쳐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며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려면 당연히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로 받는 수술은 안면윤곽술과 지방제거술. JK 성형외과 배준성 원장은 "얼굴에서는 눈, 코, 안면윤곽술을 세트로 받아 할인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며 "몸에서는 운동을 해도 살이 잘 안 빠지는 옆구리, 팔뚝, 허벅지, 종아리 등을 수술하곤 한다"고 말했다. 프로필 성형외과 정재호 원장은 "연습생들 중 상당수는 데뷔를 앞두고 '큰 수술'을 한다"며 "일본 만화 주인공처럼 턱선은 V라인에 코 위쪽은 둥글게, 얼굴 라인은 귀엽게 만들어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청소년층에서 성형을 '필수'로 생각하는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아이돌가수의 성형붐과 무관하지 않다.
한 기획사 간부는 "데뷔를 앞둔 연습생의 경우 1000만~2000만원 정도의 성형수술비가 투입된다"며 "기획사에서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를 연습생에게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남자 연습생들도 다를 바 없다. 연습생 박모(18)군은 "남자들도 코 수술은 기본으로 한다"며 "저도 하기는 싫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면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습생 성형 시장을 1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연습생 생활을 그만둔 전모(25)씨는 "오디션 보러 갔는데, 기획사 간부가 '코 너무 높은 거 알고 있죠? 인상이 세 보이니까 깎고 좁히세요'라고 말했다"며 "3년차 연습생의 경우 보톡스, 필러 시술을 포함, 최소한 10회, 많게는 20회까지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기획사들은 '스타 마케팅'을 원하는 성형외과와 연계해 싼 가격에 연습생들을 맡기고 있다. 모 성형외과 원장은 "기획사들은 가던 곳만 가려는 습성이 있어 쌍꺼풀 전문 의사에게 가슴 수술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그러다 잘못되면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형 중독에 빠지는 연습생들은 부지기수다. 연습생 이모(21)씨는 "'유행이 바뀌어 쫓아가야 한다'며 한 번 수술한 부위를 다른 모양으로 다시 수술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 연습생들의 성형수술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는 "데뷔를 앞두고 청소년 연습생들에게 급하게 이뤄지는 성형수술의 경우 훗날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