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뜨거운 한 모금의 차는
발톱으로 흘러가고 코끝으로 흐른다.
발톱으로 가서는 내가 딛고 나설 땅이 된다지만
코끝으로 간 것은 울음만 된다.
울음이 부서지면 산그늘로 숨지만
내 하늘을 채우고도 되레 남는다.
백자같이 너그러운 한낮
수정같이 도도한 밤
풀길없는 갈증으로 남는다.
내가 마신 한 잔의 커피로는 안 될 것이다.
발톱에서 코끝으로 오르는 파란만장한 질곡을
귀먹은 아우성을
내 철 없는 열증(熱症)을
나는 안다
어림도 없는 것이다.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이향아(李鄕莪): 1941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 및 동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전공.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황제여』『통행하는 바람』
『눈을 뜨는 연습』『물 새에게』등이 있으며
<문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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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의 전원 스위치를 켜고
2층에서 원두커피를 한 잔 들고 3층으로 올라와
창밖을 보며 한 모금,
하늘 보며 한 모금,
이 생각, 저 생각하며 한 모금한다.
보약의 특징은
1. 쓰다.
2. 뜨겁다.
3. 검다.
고로 커피는 보약이다.
이것은 내 생각이다.
하루에 보약을 서너 잔을 마시니 얼마나 행복한가!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