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코앞이다. 요즘은 스승의 날 선물을 받지 않는 선생님들이 많지만, 그래도 꽃다발 하나 없이 넘어가는 건 섭섭하다. 엄마가 자녀들과 함께 직접 꽃을 골라 꽃다발을 만들면서 스승에 대한 고마움과 어려움을 새겨보는 건 교육적으로도 좋다. 그래서 요즘 인기 있는 4명의 플로리스트에게 ‘요즘 트렌드에 딱 어울리면서도 초보자가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꽃다발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들판의 싱싱함 그대로 (오순영·서울 신사동 ‘런던 플라워 앤 가든’)
요즘 꽃다발 포장 트렌드는 단순화다. 단순화되다 못해 이젠 꽃 외엔 아무런 포장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들판에서 막 꺾은 꽃을 만졌을 때의 싱싱함을 그대로 선물한다는 게 이런 포장법의 컨셉트다.
●만드는 법 오렌지색 튤립을 중심으로 흰 작약을 섞었다. 오씨는 “어떤 꽃을 선택할지 고민될 때는 계절감을 살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봄꽃인 튤립과 작약은 색감이 부드러워 서로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야생에서 자란 조팝나무를 장식했다. 야생 조팝나무는 하우스에서 자란 것보다 색이 거칠다. 꽃다발에 묶는 리본도 너무 튀지 않게 작약과 같은 흰색으로 조합했다. 큰 작약 꽃잎이 활짝 펴서 아래로 늘어진 듯 보이는 게 포인트다.
초록으로 볼륨을 만들다 (엄지영·서울 삼청동 ‘가드너스 와이프’)
여러 종류의 꽃을 세련되게 배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엄씨는 “꽃송이를 가닥가닥 퍼뜨리지 말고 한 종류씩 묶음을 만든 다음 사이사이 초록 잎을 섞어주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꽃나무들이 예쁘게 어울려 있는 산을 상상하면 쉽다는 것.
●만드는 법 요즘 한창 물이 오른 수국을 중심으로 장미·카네이션·카라, 그리고 흰색 아미를 조합했다. 아미는 안개꽃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여 전문가들이 선호한다. 넓적한 엽란과 가는 호접란은 길이가 길고 잘 휜다. 이 때문에 한 번씩 접어서 꽃묶음 사이에 꽂아두면 풍성한 볼륨과 리듬감을 만들 수 있다.
색색 포장지로 화려하게 (이강숙·서울 압구정동 ‘프랑세즈 플라워’)
화려한 포장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정중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살릴 때는 포장지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꽃과 같은 색상의 포장지를 선택하는 게 점잖다. 이씨가 추천하는 포장지는 무광의 색 비닐과 기름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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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법 채도가 조금씩 다른 핑크 계열의 카네이션·리샨사스·블랙뷰티장미·라넌큐러스 꽃을 조합했다. 이씨는 “핑크 계열의 꽃들은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 봄 느낌은 물씬 나서 어른들에게 선물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연둣빛 카네이션과 목수국을 배경으로 섞었다. 꽃 색상에 맞춘 무광의 색 비닐과 기름종이를 살짝 엇갈리게 겹쳤다.
상자 안에 꽃다발을 담다 (민세안·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내 ‘격물공부’)
보통의 선물상자 안에 꽃다발을 담는 방법은 영국의 유명한 플로리스트인 제인 패커가 고안했다. 선물을 기대하고 열어본 상자 안에서 꽃이 나오면 누구나 행복해한단다. 상자 뚜껑을 깊게 만들면 이동할 때 꽃이 다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만드는 법 꽃 색상과 맞춘 상자 안에 비닐을 깔고 적당한 크기의 오아시스를 놓는다. 원하는 종류의 꽃들을 키가 같게 자른 후 오아시스에 꽂는다. 두 종류의 꽃을 꽂는 게 적당하고, 꽃송이의 크기는 장미나 카네이션 정도가 아기자기해 보여 예쁘다. 민씨는 또 바닥이 넓은 천 가방 안에 꽃을 넣어 선물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꽃이 시든 후 천 가방은 시장바구니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내용과 포장 모두 ‘친환경 선물’이 되는 셈이다. 방법은 상자를 꾸밀 때와 같다. 딱딱한 오아시스 대신 셀로판 비닐로 물주머니를 만들어 넣을 수도 있다. 비닐로 꽃다발의 가지 부분을 복주머니처럼 감싼 후 윗부분을 테이프로 묶고 비닐 안에 소량의 물을 담아 두는 방법이다. 민씨는 “꽃다발을 받았을 때 화병이 없더라도 책상 위에 올려놓기 좋다”고 말했다.
알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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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 오아시스에 꽃을 꽂을 때는 덩어리가 큰 것 먼저 위치를 정하는 게 좋다. 그 다음 빈 구석을 작은 꽃들로 메꾸면 쉽게 예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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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종류의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 때는 종류별로 그룹을 만든 다음 하나로 묶는 게 좋다.
● 꽃 색깔을 조합할 때는 ‘같은 계열이되 명도·채도가 조금씩 다른 색상’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 색 조합에 자신 없다면 한 종류의 꽃으로 다발을 만들고, 사이마다 연둣빛 꽃과 초록 잎을 섞는다.
● 꽃송이의 크기는 장미를 기준으로 이보다 크고 작은 것들을 적절히 조합하면 화려하고 다채로워 보인다.
● 리본은 꽃다발 전체의 길이를 1대 1 혹은 2대 1로 나눈 지점에서 묶는 게 예쁘다.
● 리본 대신 지푸라기 같은 라피아 소재 또는 노끈을 여러 번 감아 묶는 것도 세련돼 보인다.
● 꽃다발 모양을 동그랗고 예쁘게 만들려면 가지들을 일자로 정렬한 후 밑 부분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번 비튼다. 연필 자루를 여러 개 잡고 밑 부분을 돌리면 위 모양이 나선 형태로 동그랗게 퍼지는 것을 상상하면 쉽다.
TIP 요즘 꽃 값 얼마나 하는지 아시나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꽃은 수국이다. 한 송이에 5000원이라는데 그마저 새벽시장에서 다 팔려 오후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흰색·자주색 작약도 한 송이에 3500~5000원으로 비싸다. 카네이션은 한 다발(10송이 정도)에 7000~1만5000원이다. 꽃을 받쳐주는 조팝나무는 1다발(7~8가지)에 6000원, 엽란은 9장에 1500원, 호엽란은 30장에 1500원이다. 장미는 10송이에 7000원 정도다. 색색의 기름종이는 1롤(폭 53㎝, 길이 18m)에 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