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녀와 봄나들이/靑石 전성훈
가는 봄을 즐기려고 손자녀와 나들이를 나선다. 손녀와 손자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재량 휴업을 하여 현충일에 1박 2일 봄나들이를 한다. 작년 가을 이후 8개월 만의 여행이다. 직장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는 자식을 대신하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녀를 데리고 추억을 만드는 여행을 떠난다. 장거리 운전하는 게 부담스러워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캐러밴 캠프장을 찾아간다. 지방도로 여기저기 길을 새로 만들어 놓은 탓에 처음 가보는 길이 많다. 목적지는 구암리를 지나서 대성리 가기 전에 빵을 맛있게 만드는 빵집 바로 옆이다. 빵 가게에서 빵과 음료수를 주문하고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정원에 적당한 자리를 잡는다. 의자에 앉아서 주위를 살펴보니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많고,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보인다. 의자 밑으로 참새 한 마리가 먹이를 찾는 듯이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북한강에서는 제트스키를 타거나, 수상스키를 타고서 물살을 멋지게 가르는 청춘들 모습이 보인다. 한동안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니 부럽기 그지없다. 나도 젊었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잠시 눈을 감고 젊은 날을 회상해보니, 그 시절에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경제적인 사정도 허락되지 않아 북한강에서 보트 놀이를 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6월의 햇살이 너무나 뜨거워 마치 초여름 같다. 손녀와 손자는 쏟아지는 햇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풀 속으로 들어가 땀을 흘리며 곤충을 잡는다고 정신이 없다. 가족이 함께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 겨레와 민족을 위하여 청춘을 불사르고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고귀한 희생에 마음속으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드린다. 숙소에 들어가는 시간이 되어 캠프장 사무실에서 확인하고 숙소를 배정받는다. 캠핑카에는 에어컨, 2인용 침대, 2층으로 된 1인용 침대, 샤워를 할 수 있는 작은 화장실,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있다. 하루나 이틀 정도 아이들과 머물면서 추억 쌓기에는 적당하다. 캠핑장 위로 춘천 가는 고속열차가 달릴 때는 천둥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피로가 몰려와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양말을 벗고 소파에 누우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잠시 눈을 감고 쪽잠을 자려고 하니 손자가 냉큼 몸 위로 올라와 장난을 건다. 쪽잠을 자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장난을 치는 손자를 보면서 이런 것을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늙은이의 사는 보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지금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는 오로지 내 몫이다. 1시간 정도 쉬고 나서 바깥으로 나가서 바람을 쐰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햇볕이 따갑다. 북한강에서 수상스키 타는 사람 모습을 렌즈를 가깝게 잡아당겨서 한 컷 찍고, 캠프장 모습도 찍어서 친구들 모임 단체방에 올린다.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노인에게 인사를 드리며 굽어진 오이가 줄줄이 열린 오이밭을 바라본다. 늙어서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길은 육신을 놀리지 말고, 적당하게 움직여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 정신도 온전할 것 같다. 저녁이 되어 관리인에게 부탁하여 화로에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신다. 손녀와 손자도 즐거운 표정으로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끝도 없이 재잘거린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청이 떨어질 정도이다. 집에서도 바깥에서도 분주히 움직이며 식구를 위하여 잠시도 몸을 편히 쉬지 못하는 사람은 오직 아내 한 사람이다. 당신의 희생 덕택에 우리 집에 행복의 꽃이 피어나니, 그저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손자녀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해가 넘어가도 황혼의 잔영이 남아있어서 걷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걸으며 손녀와 손자에게 장난을 걸고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밤이 깊어져 숙소로 돌아와 두 번째 시집 “기다리는 마음”을 천천히 읽는다. (2024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