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네타 비치에서
▶ 2012년 7월 7일(토), 맑음, 불볕, 오전에는 잠깐 구름
- 바르셀로나, 몬주익(Montjuic)공원, 람블라(La Rambla) 거리, 피카소 미술관, 바르셀로네
타(Barcceloneta) 해수욕장
돌아다니려면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둘 일이다. 이모네 민박집은 조식을 제공한다. 오늘은 대
하를 넣은 빠에야(Paella)다. 민박집 주인은 태권도 문화교류로 40년 전에 스페인에 오게 되었
다고 한다. 태권도체육관 관장을 하다가 은퇴하고 지금은 한인학교 교장선생님이시다. 자녀
로 1남 2녀를 두었는데 아들은 스페인 탤런트 겸 영화배우고 딸 하나는 태권도 사범이라고
한다.
노는 것도 힘이 들진대 하물며 여행은 체력이다. 전철이나 버스 타면 닭병 걸린 듯 꾸벅꾸벅
존다. 몬주익공원으로 간다.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 때 우리의 호프 황영조 선수가
이곳에서 마라톤 우승하였다고 ‘몬주익의 영웅’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터라 친근하
게 느껴진다.
전철에서 후니쿨라로 갈아타고 산중턱까지 올라간다. 산중턱에 미로미술관이 있다. 입장료
가 10유로로 너무 비싸다. 미로의 작품 또한 나로서는 난해하여 그 핑계로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케이블 카 타고 산꼭대기로 간다. 해발 173m. 우리나라 서울 남산공원과 흡사하다. 남산
은 해발 240m다.
산꼭대기에는 우람한 몬주익 성이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다. 16세기 군사요새로 세운 성인데
프랑코 총통시절에는 반대파를 가두고 처형하는 장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군사박
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벽은 도종환 시인이 자세히 살핀 것처럼 담쟁이만 오를 수 있다. 도종환은 담쟁이덩굴에서
도 사람답게 사는 법을 보았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결국
그 벽을 넘는다.
1. 미로 미술관 입구
2. 몬주익 성벽의 담쟁이덩굴
3. 몬주익 성 내부
4. 콜럼부스 기념탑 하단
5. 콜럼부스 기념탑
6. 람블라 거리 가는 길
7. 람블라 거리
플라타너스 가로수 하늘 가린 람블라 거리. 매우 혼잡하다. 관광객들로 넘친다. 목이 말라 쉴
겸 차일 친 노점에 들린다. 음료수 값이 실내보다 노점이 훨씬 더 비싸다. 갈증 해소하기에는
시원한 맥주가 그만인데 뒤처리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소변보러 화장실 찾기가 어렵다. 그
나마 유료화장실이다. 0.50유로. 원화로 환산하면 745원이다. 맥도날드점이라도 발견하면 횡
재한 기분이다. 스스럼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시장도 들린다.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글씨의 휘장을 본다. ‘마싯따’. 우리
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한 칸 음식점이다. 메뉴로 볶음밥, 잡채, 초밥, 김치. 목울대 침 넘어가
는 소리를 낸다. 반가워 손님 받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더니 주인 여자가 알아보고 눈웃음
지으며 목례한다.
밀랍 인형관(Museo de Cera), 구엘의 집을 지나쳐 레이알 광장에서 서성이다 고틱의 거리를
누빈다. ‘왕의 광장’은 콜럼버스가 왕에게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보고한 장소라고 한다. 다시
둘러본다.
명소에 가보았노라 하는 말을 만드느라 무진 애를 쓴다. 대성당 지나 피카소미술관을 찾는다.
좁은 골목에 있다. 웬 장사진인가 했더니 미술관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다. 피카소는 말라가
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미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 바르셀로나에 왔다고 한다. 초창기
에는 인물화의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색상도 부드러웠는데 1950년 후반에 들어서 삐뚤빼뚤하
여 그걸 보는 내 눈과 귀, 입이 다 근질근질하다. 그림은 약간 거리를 두고 보아야 하는 법. 방
한가운데에 평의자가 있으면 앉아서 본다.
산타마리아 성당까지 구경하고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간다. 큰 빌딩만한 크루즈 두 척이 정
박하고 있다. 지중해 바람은 시원하다. 마레매그넘 상가 음식점 ‘탐파 탐파’에서 저녁을 먹는
다. 메뉴판 그림 보고 비프스테이크 1인분과 빠에야 2인분을 주문했는데 아무리 우리가 배가
고팠기로서니 양이 적어 1인분이다. 그 옆에 있는 맥도날드로 가서 햄버거를 또 먹어야 했다.
벨라호텔이 옆으로 보이는 바르셀로네타 해수욕장. 모래는 곱고 수온은 알맞다. 탁족한다. 수
평선 돛배 한 척이 황혼 빛으로 그림같이 보이기에 사진 찍는다고 숙소로 향하는 발길을 돌렸
다가 아내와 아들을 찾느라 식겁했다. 천천히 바르셀로레타 전철역으로 가고 있으려니 부리
나케 뒤쫓아 갔으나 보이지 않는다.
지중해 바람이 갑자기 덥다. 땀난다. 다시 오고 다시 갔다가 오고. 아들의 전화번호가 생각나
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도 만나면 휴대전화를 빌려 연락해볼 요량인데(내 휴대
전화는 구형이라 로밍이 되지 않아 가져오지 않았다). 이런, 아내와 아들은 헤어진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 지면 선선하여 걷기 좋다. 숙소 앞 슈퍼에서 500cc짜리 캔 맥주 사가지고 들어간다.
8. 람블라 거리
9. 람블라 거리
10. 람블라 거리 시장 입구
11. 시장에서
12. 시장에서, 호박이 이제 막 열리는 것을 따서 판다
13.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마싯따
14. 피카소 미술관 앞
15. 바르셀로네타 가는 길
16. 바로셀로네타 거리의 화가가 그린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