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불법포획 사이의 고래여, 고래여
고래는 지금도 작살에 죽어가는데
울산은 축제만 즐길 뿐 현실은 외면
정작 시급한 것이 뭔지 되돌아봐야
2015.05.21
고래의 외형적인 정체성은 ‘힘’이다. 고래를 뜻하는 영어 ‘Whale’이 바퀴를 뜻하는 ‘wheel’에서 왔다고 한다. 고래가 바다를 헤쳐 나가는 모습이 큰 바퀴가 굴러오는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어원의 상상력에 동의한다.
그러나 고래의 생태적 정체성은 ‘모성’이다. 사람처럼 새끼를 낳고, 젖을 물려 키우는 고래의 모성애는 지극정성이다. 자식 하나 낳아 기르는데 제 살과 피를 다 녹여 젖 먹여 키우느라 등뼈가 드러나도록 앙상해진 흰긴수염고래 어미의 모성은 상상만으로 감동이다.
정호승 시인은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다면 바다가 아니다’고 노래했다. 시인의 노래처럼 바다가 고래에 의해 완성된다면 바다의 가르침 중에 고래의 모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래바다는 모성의 바다다. 2009년 울산시는 울산 해안선 155㎞밖의 바다를 ‘고래바다’로 명명했다. 그 바다가 모성의 바다며, 고래에게서 모성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푸른 현장이다. 그러나 그 현장이 흔들리고 있어 문제다.
울산 바다인 ‘귀신고래회유해면’은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돼있다. 이름뿐이지 귀신고래는 오랫동안,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울산 바다로 하염없이 귀신고래의 회유를 기다려왔다. 현상금을 내걸고 귀신고래를 찾았다.
울산으로 돌아오지 않는 귀신고래가 멕시코만으로 회유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나왔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바르바라’라는 애칭이 붙은 암컷 귀신고래를 위성으로 추적했다. 바르바라는 172일 동안 무려 2만2500㎞ 이동했다. 그 경로는 우리가 기다리는 이른 바 한국계 귀신고래 서식처인 러시아 사할린에서 태평양을 향해 항진해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로 이동한 뒤 해안을 따라 멕시코 바자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나는 동물의 회유는 DNA에 저장된 ‘운명’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 오리건주립대 연구진 보고로 귀신고래 회유는 자식을 낳아 기르는데 안전한 곳을 찾아간다는 ‘모성 진화설’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부모 고래가 그물이 지뢰밭처럼 펼쳐져 있고, 불법포획이 판을 치는 울산 바다로 자식을 낳아 기르게 하기 위해 목숨 걸고 오겠는가. 귀신고래가 한때 자신들의 주요 서식지인 울산 바다를 포기하고 멕시코만을 택한 것이 공식화되면 울산은 천연기념물 제126호를 자진 반납해야할 형편이다.
28일부터 시작되는 고래축제가 장생포로 옮겨갔다. 고래축제는 고래 사랑을 축제 전면에 표현하여 모두 함께 즐기기 좋은 축제로 진행된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고래축제가 막대한 ‘예산폭탄’을 퍼붓고 유망축제에서조차 탈락된 것은 고래를 음식으로 보는 울산시와 남구청의 정책 때문이다. 축제장에서 고래고기를 삶아 팔면서 고래 사랑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축제장이 한국 고래고기 본산지인 장생포로 옮겨갔으니 많은 관광객이 고래축제가 고래고기축제인지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축제를 앞두고 울산 남부경찰서가 불법으로 포획된 밍크고래 12마리를 사들여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판매해 21억3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박모 씨를 구속하고, 고래를 공급한 안모 씨 등 8명을 불구속한 울산발 뉴스 앞에서, 고래축제보다 무엇이 더 시급한지를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 시간에 고래가 죽어가고 있다. 울산은 축제로 즐거울 뿐, 그런 현실을 방치하는 공범자인 것을 모른다는 말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언론출판원장
* 위 기사 원문은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1718 에 있습니다.
2014 고래축제 태화강 행사장에 마련된 술고래광장 고래고기 판매 부스. 올해도 고래축제장엔 고래고기 판매가 성업이었다. 고래문화보존회는 고래고기 판매를 장려하는 단체다. ⓒ용석록 기자
고래 보호부터 해야 진정한 고래축제
포경 금지에도 고래유통은 합법
용석록기자 2014-07-09
고래 고기 식용을 전통적인 식문화로 볼 것인지,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란은 지속돼 왔다. 울산 남구청은 적극 고래 고기 식용을 권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울산시와 남구청이 고래를 보호하고 감성 교감을 할 수 있어야 울산의 고래관광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울산 고래축제는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고래축제 행사장에서는 고래고기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남구청은 2011년 울산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남구 독자적인 먹거리 개발’ 연구 용역을 맡겨 주고 범고래밥상, 고래밥상, 아기고래밥상, 고래한정식 등을 개발했다. 남구청은 2013년 ‘고래밥상’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고래밥상’에는 ‘고래할매집’을 포함한 11개 업소가 등록돼 있다. 남구청은 고래축제장은 물론 남구청 홍보물에 고래밥상을 홍보하며 고래 고기 식용을 권장하고 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1986년 상업포경을 금지시켰다.
김두겸 전 남구청장은 2006년 남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정부를 향해 포경 허용을 요청했다. 2009에는 김두겸 당시 남구청장이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열리는 포르투갈을 직접 방문해 일정량만 잡는 ‘제한적 포경’ 허용을 주장했다. 2012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과학적인 연구 목적의 포경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과학포경’ 방침을 발표했지만 정부는 당시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과학포경 방침을 포기했다.
국제포경위원회(IWC)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고래 불법포획이 가장 심하다. 2011년 89개 IWC 회원국이 보고한 규정위반 사건 23건 중 21건이 울산 앞바다와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했다. 포획된 21마리는 모두 밍크고래다. 우리나라 연안에만 매해 300여 마리의 밍크고래가 혼획되거나 좌초되어 해안으로 밀려온다.
한국에서 불법포경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고래 고기를 소비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고, 높은 가격에 거래돼 밍크고래 한 마리면 수천만 원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고래 고기는 그물에 걸려죽은 사고사한 고래에서 가져온 것이다. 경매에 붙여지면 수천만 원을 받는다.
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해경이 출동해 고래의 사인을 확인한다. 사고사로 판명되면 고래 소유권은 선주에게 돌아간다. 고래를 의도적으로 죽였다고 판단되면 처벌을 받는다. 사고사로 확정되면 부패가 진행되기 전에 부둣가 수협에서 즉석 경매가 이뤄진다. 포경은 불법이어도 혼획된 고래를 합법적으로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환경운동연합이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지원으로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부산과 울산, 포항의 고래 고기 시장과 식당에서 구입한 113개의 고래류 고기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57%인 64개 고래류 고기가 0.5ppm 이상 수은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8건은 총 수은 오염치가 1ppm 이상, 최고 155.6ppm까지 오염된 토종고래 상괭이의 간도 버젓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었다. 155.6ppm이라면 한 젓가락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주일간 수은 최대 섭취기준인 ‘0.005mg/체중(1kg)/1주일’을 초과한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 고래축제에 고래 고기 식용을 장려해면 안 된다는 성명서를 냈다.
환경운동연합은 울산의 일부 고위공직자가 공공연히 고래 고기를 접대용으로 먹는 행위도 비판했다. 환경련은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 때 멸종 위기종인 참다랑어를 먹었던 일이 국제적 비난을 받았던 사건에 비추어 볼 때 깊이 자숙해야 할 관행”이라고 했다.
환경련은 “시민 축제가 자칫 혐오스럽고 반 환경적인 고래 고기 식용 장려 축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고 고래축제가 생태친화적으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고 했다.
* 위 기사 원문은 http://www.usjournal.kr/News/58366 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