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7.(월)
오늘의 詩 감상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ㅡ시집[산호림1938]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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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詩는 노천명의 <사슴>과 함께 널리 애송되는 작품으로서 황토색의 정감있고 섬세한 시어에 음악적인 효과까지 가미하여 옛 고향의 추억을 되새겨 준, 남달리 예민한 성격과 고독벽으로 시인은 운명과 현실에 타협하지 못하고 ,감상적이며 감정적인 것을 절제한 서정시를 많이 남겼습니다.
현대인들의 로망,전원생활에의 함수를 주제로 한 시로서. 읽으면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게하고 한적한 시골의 고향을 연상하게 하는 이 시는 고독한 시인의 소박한 심상이 감동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절실한 인간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까닫게 하며, 현실 도피적 경향의 詩라기 보다는 가슴을 저미는 고독과 운명적 가학이 여과된 높은 경지의 시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겠습니다.
사진 노민숙 작 가
제공 화산시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