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사랑하며 기도하며
저- 김진수 시집
출- 그루사
독정-2024년 11월 15일 금
흰 책 표지 바탕에 『사랑하며 기도하며』 책 제목이 적혀있다. 언뜻 보면 수필집 제목 같지만 김진수 시인이 보내온 첫 시집 이름이었다. 반가웠다. 시인을 잘 아는 터라 제목만 봐도 시인의 삶 전부를 본 듯 향기가 진동하였다.
‘발가벗은 겨울나무는 팔을 들고 섰네/ 하느님께서/ 너에게 입힐/ 연두색 두루마기를 마름질하고 계신단다 <겨울나무>에서’
시인의 마음은 늘 하느님의 은총에 머물러 있다. 은총에 감사하는 일상이기에 벌거벗은 겨울나무에서도 하느님의 은총이 상상력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봄비 맞으며 싹을 틔우는/ 연둣빛 잎새/ 꽃이 아니어도 아름답다/ 생명을 품었기에/
사람도 아름답다/ 장애가 있고 노인이 되어도/ 영혼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에서‘
연둣빛 잎새의 생명, 장애자나 노인을 보아도 영혼을 먼저 보는 시인이기에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찬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하늘 맑은 빛/ 잎새 연둣빛/ 봄 향기로 덮인 숲길/ 오지 않았으면 못 봤을 풍경// 허전했던 마음 한구석이/ 환히 밝아온다/ 만남은 소중한 선물/ 자연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나<끌리다>에서.
봄날, 자연 속 숲길을 걷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가슴에 파고드는 끌림이 우리를 활기차게 하는 날의 이야기로, 별스러운 꾸밈없이 순수하고 정겹게 다가와 절제된 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래서 이태수 시인도 해설에서 ‘김진수의 시는 소박하고 진솔하며 따스하고 정결하다’고 정리했다.
‘틈새를 메우는 작은 돌과 진흙이 되는 것/ 그것이 되려고 늘 감사하며 산다 <틈새>에서.
은유와 비유로 자신의 삶을 이 한 편에 담은 시가 빛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된다. 평소 남을 도우며 살고, 자신을 낮추며 겸허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시인의 품성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시로서, 시가 품은 함축적 이미지를 잘 투영해 준다. 이태수 시인도 ‘김 시인은 인식의 바탕에 자연(하늘)의 섭리와 순리에 따르려는 겸허한 마음이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해설하고 있다.
‘늙은 어머니 가슴 깊은 곳에/ 젖 항아리 묻혀 있어/ 아들이 올 때마다/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나보다 <어머니의 향기>에서.
‘어머니를 부르기도 전에/ 내 발걸음 소리 듣고/ 마당 가로 먼저 바삐 나오시던 어머니/ 이제는 반겨줄 힘마저 떨어져/ 겨우 방문만 여시는 어머니. <고향 집 어머니>에서
‘시린 손으로/ 아궁이 불 지피고/ 애타는 마음 적시며/ 온기를 전하시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품속으로 갈 수 없고/ 거칠어진 손길/ 잡을 수 없어도/ 봄이 오는 고향 땅에/ 연푸른 잔디 만들어/ 당신의 봄날에 피우겠습니다. <당신 봄날에>에서.
이같이 고향 찾으면 먼저 마당에 나와 계시다가, 기력이 없어 문만 여시다가, 이제 거칠어진 손길도 잡을 수 없이 멀리 떠나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림 그리듯, 시로 그려낸 사모가가 절절히 읽히고, 절절한 공감만큼 시가 빛나고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