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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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민중시, 2000년대 이후에 해체시가 범람하는 가운데에서도 서정시의 정서를 고집해 온 이들이 있습니다.
모름지기 詩는 운율, 심상(心象), 상징 혹은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
서울대 국문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모 대학 교수도 지냈던 최서림(본명 최승호) 시인의 고향은 경북 청도 이더군요.
호수나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 같이, 우연히 복지관 서가에서 꺼내어 본 시집의 시들이 번쩍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검색 발췌하여 함께 읽고 싶은 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무엇에 앞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을 1급수에만 살고있다는 버들치와 송사리에 비유하여 쓴 시들이 우선적으로 와 닿습니다.
24.8.22.목.
송사리/최서림
1급수에서만 산다
개울로 흘러드는 샘물을 서로 먼저 마시려 떼를 지어 욜욜거린다
물정 모르는 어린애들처럼 순진해서 곧잘 낚인다
어망에 갇히면 가슴이 답답해서 곧장 죽어버리는 녀석들도 있다
성(姓)이 송씨여서 초등학교 때부터 송사리, 송사리라 불린 진짜 송사리 같이 맑고 여린 친구가 있었다
탁류 같은 서울은 겁이 나서 못 살고, 대구쯤에서 그것도 한적한 변두리에서 겨우겨우 숨을 몰아가며 살고 있다
초등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문구점을 하며 커다란 두 눈 껌벅이고 있다
고향 떠나 잡어가 다 되어버린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친구,
인터넷에다 ‘송사리’란 카페를 열어놓고서 여기저기에다 샘물을 퍼나르는 친구,
나 같이 눈이 퇴화된 잡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 방에 들어가면 누구나 금방 이마가 둥글고 눈이 순한 송사리로 변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