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습목표 시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시 창작의 기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기존 서정시의 구조 유형을 알아본다.
▲ 정서흐름의 표출
정서흐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논리를 갖춰야 함.
예> 아이들이 두서없이 이야기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재미 또한 없다.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려면 앞 뒤 두서가 있어야 함. 시도 마찬가지임
정서흐름을 표출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기승전결
ㆍ기승전결 : 한시에서 나온 것. 천 여년간의 수많은 모색끝에 당나라 시대에 이르러 확립된 시의 형태
▲ ‘기, 승, 전, 결’ 에 대해 : 시의 정서를 일으키고(起)/ 그것을 이어(承) 발전시키고/ 또한 말을 바꾸어(轉)변화를 구한 뒤/ 맺음(結)을 짓는다.
① ‘기’ : 이야기의 실마리를 꺼내는 것. 일상적이고 평범한 진술로 시작 일어날 사건에 대한 조짐이 보이는 지점 ② ‘승’ : ‘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 즉 평범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그려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지점 ③ ‘전’ : 전환 또는 반전을 의미. 기와 승에서 보여진 이미지는 여기서 시인의 해석과 상상력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절정에 다다른다. 시의 감동이 주로 나오는 곳.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지점 ④ ‘결’ : 시상을 마무리하여 여운을 남겨줌. 주로 시의 맛은 여기서 나온다. 여운, 울림을 안겨주며, 하고 싶은 말을 마무리하는 지점
예> 신경림 <그 길은 아름답다>
산벚꽃이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서도 싫어서
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 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이제 거꾸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 도시의 잡담에 눈을 감고서 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
그러다가 내 눈에서 지워버리지만 벚꽃이 하얀 길을, 갈대가 우거진 그 고갯길을 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 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 봉지가 되어서 잊어버리지만.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길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 길 끝에서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 정서흐름의 표출 point
ㆍ정서 : 감정의 실마리 ㆍ정서표출 : 감정의 논리를 따라간다. 감정의 논리는 발생, 축적, 폭발, 결속의 순으로 진행
→ 정서의 초점을 바로 정하고 끝까지 통일성과 일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 서정시의 구조유형
① 정서적 토로의 시 : 전통적 서정시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
예> 고은 <화살>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년 동안 가진 것 몇 십년 동안 누린 것 몇 십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 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조국의 화살이여 전사여 영령이여
② 객관적 실재를 묘사하면서 자신의 토로를 덧붙이는 경우 : 많은 시인들이 애용하는 방식으로 시인 자신의 정서적 토로와 객관적 실재의 묘사를 결합시킴
예> 김남주 <학살>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떨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④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 : 하나의 사건적인 이야기를 통해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적 주인공의 정서를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를 빌려서 쓰는 것
예> 백석 <여승>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지난 시간의 과제 : 김지하의 <무화과>를 의미론적으로, 음악적으로 분절하라는 것
선생님의 예시답안
① 의미론적 분절 (각 행마다 두 박자의 분절을 가능케 하는 특징이 있다.)
돌담 기대/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섰다. 이봐 내겐/ 꽃시절이 없었어 꽃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뽑아/ 등 다스려주며 이것봐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울창가 따라 비틀거리며/ 걷는다 검은 도둑괭이 하나가/ 날쌔게 개굴창을 가로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