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를 통치하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던 것이 바로 원주민과 소수민족 사이에 갈등 조성이다. 아무리 대단한 제국이라해도 식민지를 통치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식민지들이 보통 본국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만큼 본국에서 대규모 통치인력을 식민지로 파견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용된 것이 주를 이루는 원주민과 소수민족 사이에 갈등을 이용한 통치방법이다. 우선 식민지의 다수를 이루는 원주민보다 소수민족에게 식민제국들은 손을 내민다. 안그래도 다수인 원주민에게 이런 저런 박해를 받던 소수민족이기에 그들은 식민제국의 제안에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소수민족들이 다수인 원주민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그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소수민족들은 그동안 당한 분풀이를 다수 원주민에게 행할 것이고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행한 행동이 있기에 할 수없이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통치 정책은 일반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에 있는 모 회사도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대규모 회사는 이른바 서울인원으로 선발한 직원과 지역 인원으로 선발한 직원이 나뉘어진다. 아무래도 서울 직원들이 훨씬 많다. 도청소재지별로 선발된 지역 인원들은 서울 직원에 비해 승진도 보직도 차이를 보이게 되어 있다. 동기라고 하지만 서울 직원과 지역 직원은 엄연히 차이를 보었다. 처음 지원할 때는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지역을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인원들은 이에 대해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다. 비록 경쟁률에서 서울 직원에 비해 다소 약한 경쟁률을 통과했지만 같은 공채시험을 치르고 입사했는데 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당시 서울 직원들은 회사 경영자들의 정도를 벗어난 경영과 권력에 눈치를 보는 자세에 큰 반감을 가지고 저항했다. 하지만 지역 직원들은 그런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자 본사 경영진들은 요상한 방법을 동원한다. 차장승진때 서울과 지역을 순환시킨다는 조치이다. 물론 이런 조치가 별다른 배경이 없이 이뤄졌다면 뭐라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역에서 본사 경영진에 순종하는 인물들이 대거 본사로 발령을 받는다. 그리고 일년 정도 지나면 원대복귀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었다. 본사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신입사원을 뽑으면 되지 굳이 자신들의 본거지에다 가족들이 다 있는 지역에서 인원을 차출하는 것인가에 대한 원성이 높아진다. 본사 경영진들은 말잘듣는 지역 직원이 더 다루기 편했을 것이다. 본사 직원에서 졸지에 지역 직원으로 내려가 원대복귀가 늦어지는 직원들은 당연히 불만이 쌓이고 이것이 집단 항거로 나타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식민제국들이 그들의 식민지를 통치하는 방법과 상당히 비슷하지 않는가.
실제로 세계 열강들에 의해 이용당하다가 결국 버림을 받는 소수민족이 참으로 많다. 대표적인 소수민족이 바로 쿠르드족이다. 중동의 이란과 이라크,튀르키에에 인접지역인 쿠르디스탄과 이란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이다. 인구는 모두 3천여만 명정도이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단일 민족으로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가장 큰 종족이다. 쿠르드족은 예로 부터 용맹했다. 1,2차 대전부터 영국 등에서 쿠르드족 독립이라는 말만 내세운 정책을 믿고 전쟁에 참전해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전에 파견된 튀르키에 용사의 상당수가 이 쿠르드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라크 전쟁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해 공을 세우지만 결국 이리 저리 이용당하다가 지금도 중동 곳곳에 흩어져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변국들의 공격 등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민제국의 식민지 통치의 최대 희생양은 아무래도 미얀마의 로힝야족이 아닌가 생각한다.식민제국인 영국은 미얀마를 지배하면서 다수인 버마족(미얀마족) 거주지와 소수 종족 거주지를 분리하고 버마족 대신 소수종족인 로힝야족을 중용했다. 자치권 획득이나 독립을 원했던 소수종족들은 영국과 연대했다. 그동안 다수 종족인 버마족에게 당한 서러움도 큰 이유가 됐다. 이에 아웅 산 장군이 만든 버마독립군이 일본군의 도움을 받으며 영국에 저항했다. 영국군에 앞장서 전쟁을 벌인 것은 바로 로힝야족이었다. 버마인들은 2차대전후 독립했지만 버마인들과 로힝야족들의 깊은 갈등과 복수심이 불러온 것이 바로 로힝야족 대량 학살사건이다. 더구나 인종도 종교도 서로 다르다. 오직 같은 영토안에 공존한다는 것뿐이다. 미얀바 로힝야족 학살사건은 당사자가 아닌 제3국에 눈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는 피맺힌 역사속에 자행되는 것이다.
러시아의 체첸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 서남쪽 끝의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체첸은 인구 140만명에 한국의 경상북도만 한 크기이다. 체첸은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러시아인들과 달리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언어도 다르다.체첸은 원래 독립국이었지만 러시아의 팽창정책의 희생물로 합병당했다. 그이후 체첸독립군들은 소련과 러시아를 상대로 엄청난 테러와 저항운동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자신들이 힘든 전쟁을 치를때는 항상 이 체첸 용사들을 동원했다. 세계에서 용맹하고 거칠기로 소문난 체첸 병사들은 혹시 러시아가 자신들을 독립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지금껏 온갖 힘든 상황을 러시아의 개를 자처하며 행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이 체첸 용사들이 동원되었다.
이외에도 중국의 속국이 된 티벳과 신장 위구르지역 ,몽고지역도 다 마찬가지이다. 어느날 엄청난 병력으로 침범해와 자국을 속국화시키고 고유의 문화를 말살하며 중국 한민족과 강제 결혼시켜 한민족화하려는 그런 상황속에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신장 위구르지역에서는 지금도 저항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버림받은 소수민족들이 분연히 일어나 자주 독립국가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2023년 1월 2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