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눈매 곱던얼굴에 세월에 풍상으로 주름진 옆얼굴에서 축은함이 묻어나온다"
결혼기념일에 옆사람 얼굴 바라보며 이런글로 여기에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 얼마전입니다
한겨울에 진눈깨비 비바람속에 오돌오돌 떨면서 털털거리는 트력에 태워
비포장 돌자갈길을 달려오던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5년 되었네요
1,000원짜리 월세방에서 시작한 신혼생활에
돈방석에 앉혀 마누라 받든다고 방석밑에 1,000원짜리 돈깔아 앉혀놓고
"어때? 내가 마누라 돈방석에 앉혔지?"
출타하는길 자가용으로 모신다면서 고물 중고 자전거에 애업은 사람 실고
시장을 다녀오면서
"자가용 탄 기분이 어떠신가요? 싸모님!"
지지리도 가난한 청춘시절에 신혼을 이런 너스레로
못난 남편노릇을 얼렁뚱땅 넘기든 시절이 엊그제 였는데
벌써 35년이랍니다
초라한 말단 공무원 쥐꼬리 봉급에
그래도 그것중에 몇푼 적금들고 나면 뭐 변변히 반찬하나 없어도 우린 즐거웠답니다
힘겨운 젊은 시절이 견딜수없엇는지 일찍이 찾아온 못된 병마와 30여년을 싸워오면서도
3남매 잘키워 다 출가시킨 올해 맞이한 35년이 새삼 감회 스럽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 이루 다 어떻게 표현하겠습니까?
"난 애들 다 출가시키면 꼭 애 하나씩 출가시킬적마다 당신을 업어줄거야!"
풍요로운 삶을 주지 못하는 대신 이런 말로 돈안드는 약속만 해대다가
정말 3남매 출가시키면서 3번 업어줬습니다
"어허 둥가 내사랑아!"
어처구니없는 너스레에 그래도 행복해 하는모습에서 조금은 덜 미안합니다
그런데 젊어서는 그래도 말로 때워 넘기는 결혼기념일에도
"고마워요"
하던 사람이
"뭐야? 그냥 말로 넘기자는거야 뭐야? 내가 아들을 못났나 딸을 못났나
왜 아직도 말로 적당히 넘기려고 그래요?"
눈꼬리 올라갑니다
' 뭘 사줄까? 까짓거 다 사주지 뭐!"
"피--! 능력도 안되면서 허풍은!"
말은 그러면서도 시장으로 잡아끌어당기니 못이기는척 따라옵니다
실은 지난 연말 어느부처 혁신워크샵에 강사로 초대받아
몇번 다녀왔더니 제법 짭잘한 강사료가 들어와 꼭꼭숨겨놨거든요
웬일인가? 의아해 하면서도 즐거워 하는 옆사람 바라보며
"결혼 35주년은 산호혼식(珊湖婚式)이라는데 산호반지 하나면 되는거 아냐?"
가만이 있으면 되는걸 공연히 한마디 했다가 옆구리 줘박혔습니다
"그거 가지고 돼?"
"40주년은 뭐해줄건데?"
참내 벌써 40주년 챙기고 있네요
"40주년은 홍옥혼식(紅玉婚式)이라는데 홍옥 사과 한개 사주지 뭐"
"그땐 홍옥만한 메달달린 금목걸이 한개 사주면 좋겠다 낄낄낄"
"내일은 동해안으로 가자"
"그래요 가서 요번 토요일 내 육순생일날 친정식구들이 온다니 해물종류 반찬거리라도 좀 뭐"
"내일 우리 정동진에서 자고 올까?"
"자기는--------얼른 와야지 거기가면 해산물 살것도 변변 찮은데-다른 항구로 갈까!"
"작년에 다녀온 정동진 그 모텔말야 깨끗하고 해돋이도 잘보이던데 말야"
"물오징어가 좀 싸면 많이 사서 애들도 주고 옆사람도 주고 그래야겠네"
"내일 자고 오자고.... 아버님 식사는 애들 외숙모한테좀 부탁하지뭐"
"해물탕거리를 거기서 사야겠어요 반찬하고"
"우리 거기서 자면서 요 하나만 펼까? 작년 그모텔 쿠숀도 좋더만"
"그냥 온다니까 자꾸 잡음넣네 참!
자기는 어디서 자요 얼른 다녀와야지 노인네를 혼자 집에 두고 거기서 잠이 와요?
그러다 아버님 한테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자고 온다고 그러실까?참내!"
"처제네 애들보고 와서 자라고 하지뭐?정동진에서 자고 오자 응?"
"거 참 꽤 보채시네"
잘못하다간 효자손 눈앞에 어른거릴것 같습니다
동해안을 다녀오자고 해놓고 우리 부부는 이렇게 동상이몽(同床異夢)입니다
모처럼 맞이한 우리끼리 여행에 고목나무 꽃도 좀 피면 안되나요?
"오늘 사준 선물로 토요일 육순생일선물 같이 한거야?"
"결혼기념일은 결혼기념일이고 생일은 생일이지 왜 한꺼번에 챙기고 말라고 그래요
생일날은 두둑한 봉투나 한개 주면 되지ㅎㅎㅎㅎㅎㅎ"
아주 나를 쥐어짤려고 합니다
내일 갑니다
자고올지 그냥 올지 그건 정동진 가서 다시 시도해봐야죠 ㅎㅎㅎㅎ
첫댓글 참 재미 있게 사시네요.친구님의 유머가 돋보이기도 하구요.그렇게 항상 즐겁게 사세요.건강에 좋타네요.
결혼35주년 축하합니다. 나는 결혼36년 지났어요 두달전에..진주반지 해줘서 받았구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