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에는 총을 든 엄마가
등장한다.
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사라 코너다.
근육질 팔뚝에 선글라스를 끼고 한 손엔 담배, 한 손엔 AK-47을 들고서
아들을
죽이려는 터미네이터들과 처절한 전투를 벌인다.
그가 처음부터 전사(戰士)는 아니었다.
인류의 명운이 아들 존에게 달려 있음을 알게
된
사라는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연마한다.
이런 비장한 말도 남긴다.
"운명은 없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갈
뿐이다."
사라 코너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조사한
'우리 엄마였으면 하는 영화 속 엄마 10명'에 선정됐다.
▶총
을 든 엄마가 영화에만 있는 건 아니다.
시리아 쿠르드족 여성 수비대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에 맞서 싸우는
여전사들이다.
두 아이 엄마인 아린 미르칸은 몰려오는 IS 대원들 사이로 뛰어들어
몸에 두른 수류탄을 터뜨리며 산화해갔다.
18~40세 1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은 고향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명예살인'으로 여성 인권을 짓밟는 가부장제 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총을 들었다고 했다.
▶
총이 없어도 모성(母性)은 강했다.
IS 대원과 사랑에 빠져 무작정 시리아로 가버린 열아홉 살 딸을 엄마가 구출했다.
네덜란드에
사는 49세 모니크다.
'도와달라'는 딸의 구조 요청을 받은 그녀는 경찰 만류를 뿌리치고 독자적인 구출 작전에 나섰다.
부르카로
온몸을 가린 채 터키·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페이스북으로 딸과 '접선 장소'에서 만난 뒤 극적으로 시리아를 탈출했다.
그녀는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모성이 본능이냐 이데올로기냐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
다만 모성이 생명을 살리는 원천인 건 사실인 듯하다.
미숙아 치료법 '캥거루 케어'는 태어난 지
20분 만에 사망한 아기가
엄마의 맨 가슴에 안기자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기적적인 사건에서 시작됐다.
▶모성,
하면 한국 여인들을 당할 수 없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뼛국물까지 쥐어짜는 게 우리네 엄마들이다.
배우 니콜 키드먼은 한국인
친구가 아기를 낳자 호주까지 날아와
딸과 손자를 밤낮으로 돌보는 친정어머니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타이거 마더'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한국 엄마들의 지나치게 강한 모성을 걱정했다.
신(神)의 대리인인 양 자식 인생 전체를 지배하려는 엄마들
탓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 쉬지 못한다는 얘기다.
어머니는 강하지만, 너무 강한 엄마는 때로 독(毒)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