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으로 느껴 본 내 조국 산하의 아름다움(下)

[김동국]

 

          목욕하는 즐거움과 내가 뛰는 이유

어떤 분은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워주는가 하면, 다른 운전자들은 “빠빠 빠빠 빠~”라고 대한민국 응원 가락으로 힘을 실어 주신다. 그러다 보니, 임곡이란 곳을 지나는데, 대형 해수사우나가 있더라! 내일도 뛰어야 하니, 근육에 무리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한 과제이다. 냉큼 냉탕으로 들어가 ‘앞으로 갓’과 ‘뒤로 갓’을 수십 회 반복했다. 이런 쯧~쯧! 요새는 목욕탕엘 가면 마치 스모선수처럼 젖가슴이 출렁대는 초딩들을 꼭 한 둘쯤 보게 된다. 자식 키우는 이가 막말을 쉽게 할 수 없는 법이긴 하지만, 이 참에 다소 딱딱한 이야기라도, 하나 말씀드려 보자! 사람이 한 생애동안 겪게 되는 수많은 경험들을, 큰 시각으로는, 즐거움․성공․행복․평화 등의 국면과 슬픔․좌절․불행․갈등 등의 국면으로 나눌 수 있겠다. 후자의 처지에서는 그 상채기를 누군가가 핧아주는 것이 꼭 필요하겠지! 반면 전자의 상황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단련시키지 않으면, 방일한 삶의 자세와 태도로 인해 삶의 흔적에 썩어가는 군둥내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 처지는 어떠한가? 이미 나의 여건․처지 그리고 능력 하에서는 (외형적인 측면에서) 이룰 건 거의 다 이룬 셈이다. 이 때 바로 그 자세가 흐트러지기 쉬운 법이다. 끝없이 또 죽을 때까지 나를 단련시켜야 한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어 달리기’라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울트라를 위한 훈련쯤으로 오해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 어떤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고, 약 40시간 동안의 내 삶 그 자체이고 또 구룡포에서 영덕까지의 내 인생 여정 그것인 게다. 그래서 난 k당 몇 분인지? 오늘 몇 시간을 또 몇 k를 뛰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그저 달릴 뿐이다.

          월광쏘나타를 위한 길 안내

알려진 대로, 5/21에는 ‘월광쏘나타’가 있단다. 참가자들의 공통된 걱정 중 하나는 ‘코스 숙지’일 게다. 그것과 관련하여, 이 참에 일부 코스를 확실히 했더랬다. 초행인 참가 회원들은 눈 여겨 보시라! 출발 후 한 동안은 외통수이다. 그러다가 한 20k쯤 가다보면(약 2° 30′ 소요) 머리 위로 큼직한 고가도로(31번 국도)가 지나간다. 그 기에서 조금 긴장한 채 10시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만사형통일 게다.

          길치(道痴)와 헤매는 김00

영일만의 덩치가 아무리 커다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는 법 아닌가! 이윽고 포항공항으로 들어섰다. 소위 ‘DOMESTIC'이기에 출입하는 차량도 적고, 높다란 담 벽 위에 텅 빈 경비초소만이 선하품을 해대는 형국이다. 길이 맞는지? 문득 불안해진다. 그래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지나가는 행인이 있어야 물어보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안 되겠다. 맥 빠진 상태로 한참 돌아 나와 영덕 방면을 물으니, 공항으로 들어가지 말고 직진해야 한단다. 공기도 탁하고 번잡스런 시내길이라 짜증이 날 뿐 더러, 100m를 못 가서 방향을 매번 물어봐야 된다. 안 되겠다. 이 도시의 북쪽 변두리인 롯데백화점까지 택시를 탔다.(요금 6천원) 백화점 맞은편이 백사장이더라. 간단히  스트레칭하는 흉내를  내고 있으니, 매사에 참예하기 좋아하는 듯한 ’중년‘이 깃발을 보고 나더니, 온갖 걸 다 물어본 다음, 혀를 차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 그래도 다문 둘이 정도는 되야지 …” 백화점 앞 도로는 7번 국도가 아니라, 20번 지방도로이더라. 20번 도로를 타고서 한참 가니, 양쪽 길의 폭이 똑같은 두 갈래가 나온다. 판단의 근거로는 내 ‘입맛’밖에 없다. 바닷가로 가야지 … 그랬는데, 한 1k 더 갔지 싶다. 갑자기 비포장으로 바뀌다가, 뜬금없이 갯바위가 나타난다. 허~참!(나중에 지도를 훏어보니, 여남포이고 헛걸음한 길이가 편도에 대충 1.3k쯤 되더라!) 국도에는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지만, 지방도로에는 거의 없다. 어서 시가지를 벗어나야지! 뛰다 보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오늘의 쪼츰바리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 안전을 위해 깜박이를 앞뒤로 하나씩 매단 다음, 적당한 숙소가 나타날 때까정 뛰기로 했는데 제법 한참동안이나 마을이 안 나타난다. 걱정이 조금 되던 차에, 쩌~그, 멀리 네온사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때는 7:30. 간단히 먹었으면 좋겠는데, 이 집이나 저 집이나 모두들, 양이 많은 안주性 식사밖에 없다. 아구찜에 ‘끼비’ 하나 자빠뜨린 다음, 곤하여 샤워도 잊은 채 침대로 쓰러졌다(흥해읍 용한里).

          우리는 매니아들

창밖이 훤하니, 절로 눈이 떠진다. 먼저, 팔다리를 움직여 본다. 어~ 이상타! 어제는 한 40여k쯤 뛰었지 싶은데, 근육이 뭉쳐지는 기미가 전혀 없다. 맛있는 정구지 김치가 나오고 또 콩나물국이 매우 시원한 백반 한 그릇을 달게 비운 다음, 요산수 선생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그러다가 어딘지? 모르겠네!(서울교대 여름학교 부근) 두 갈래 길에서 젊은 아주머니께 길을 물었는데, 성의 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길 한다. 좀 미심쩍스럽지만 어쩌겠나? 한 5분쯤 갔나? 깊은 산속으로 가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그 다른 길로 이어지는 농로를 타고 내려갔다. 그 다른 길로 마악 접어드니, 먼천달을 하고 있는 남 4, 여 2의 매니아들과 반갑게 맞닥뜨렸다. 혼자 뛰는 걸 보니, 매우 신기한 갚다. 난 한 마디도 못 물어봤다. 내심으로는 ‘No Money, No Interview"싶지만 …. 이제 갈림길이다. 건네는 인사말의 성별 차이는 이렇더라!

       남 : 힘 내십시오!

       여 : 교수니~임~!

우리는 흔히 누군가로부터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건네받을 때가 있다. 나물랄 수 없는 인사법이지만, 다소 기계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음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조금이라도 연장자인 분에게는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반면, 학생들보고는 시도 때도 없이 ”밥 뭇나?“로 일관한다(^!^).

          새로운 취약지구

이틀째로 접어드니, 발꿈치 인대 ․ 발바닥 ․ 일명 Y계곡(허벅지와 아랫배가 만나는 지점) 등이 조금 쉬었다가 뛰든지 아님 그만 뛰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이런 곳보다 더 통증이 심한 데는 허리 정중앙의 뼈 하나가 쌕과 으르렁거리고 있다. 통증이 예사롭지 않아서 등과 쌕 사이에 주먹을 하나 끼워 넣고서 뛰어보기도 하고, 또 쌕의 한 쪽 끈을 잡아당겨서 두 놈(?)이 맞추치지 않도록 오만 몸부림을 다 쳐봤다.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 쌕 안에는 딱딱한 물건이 하나도 없는데 …

          ‘家和萬事成’의 인문사회과학적 의미

칠포해수욕장을 지나니, 전국 최대 규모의 유람선式 레스트랑이라고 선전해대는 ‘사랑의 유람선’이 바다 쪽 언덕에 거만한 자세로 자리하고 있다. 허나, 그런 정도로는 이 김00의 안목에는 도무지 차질 않는다. 차라리 난 잔돌 하나 없이 고운 흙으로 파종한 이랑과 고랑의 풍경이라든지 삭막하기 십상인 군부대 막사의 한 켠에 깔끔하게 심겨진 나팔꽃․맨드라미․채송화 등 민초民草들로 더 눈이 간다. 레스트랑이야 돈만 많으면 지을 수 있기에 상업주의적 의미 외에 무엇이 있을까? 허나, 빡센 말단부대의 소총수 신세로서는 화단의 돌담 하나하나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아로새겼을 게고, 꽃 한 송이송이 심을 때에는 눈물이 나도록 보고픈 애인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함께 심었을 게 틀림없을 것 같다. 그러다가 낡을 대로 낡은 슬레이트집 마루 벽에 ‘家和萬事成’이라는 편액(25×200cm)이 선뜻 눈에 들어온다. 옛날식이니 천장은 낮을 게고 집은 비좁은데다가 모진 비바람에도 닳아빠지는 게 아니기에, tv처럼 안방 차지하고 있지 않는 갚다. 나이 많은 노인네가 저 귀물을 어디서 구했을까? 아마도 대처로 나간 아들이 부모를 편히 모시지 못한 여한으로 “내 본심은 이게 아닙니더!” 라는 마음을 대신하여 구해다 드린 게 아닐까? 노인네는 오고가는 길손들에게 아들 자랑을 과시하고픈 짠한 심사에서 마루 벽에 걸어 놓은 건 아닐까? "이 땅의 모든 어르신들이여! 만수무강하소서!“

          우연히 만난 친정 오래비

칠포 ․ 월포 해수욕장을 지나 화진해수욕장 인근에서 지금까지의 20번 지방도로가 7번 국도에 합류되고 만다. 변변한 그늘 하나 없다! 매연도 만만찮다. 그래도 어쩌겠나! 국도를 타고, 한 10k쯤 오니, 삼사三思해상공원 입구의 교차로에 다다랐다. 무엇 무엇 세 가지를 기린다는 걸까? 하나는 LSD, 또 하나는 Ultra! 요까지는 알겠는데, 나머지 하나가 뭘까? 차라리 마, 제4회 미리내 퀴즈문제로 대체해 삐까? 하여튼, 많은 차량들이 대기 중인 교차로의 건널목을 지나는데, “와~아! 부산대학교, 화이팅!” 웬 봉고차의 아주머니가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두 손을 흔들면서 춤을 추는 정도이다. 마치 생각도 않은 곳에서 친정 오래비를 만난 것처럼 …

          ‘효원마라톤클럽’을 휘날리면서

교차로 한 모퉁이의 과일 행상으로부터 참외를 하나 사먹으면서, 해변도로가 아닌 7번 국도의 삭막함을 이야기하니, 여기서 영덕 읍으로 바로 가지 말고 강구 항을 거쳐 가면 경치가 좋다나 어쨌다나! 그 말을 듣기로 했다. 강구 입구의 철다리鐵橋(강구교)를 지나면서 밑을 보니, 와~! 소리를 두 번 지르게 된다. 먼저, 읍내의 강이 아주 맑다는 거다. 완전히 에메랄드 빛깔이다. 이게 바로 연어가 돌아온다는 오십천! 또 하나는 도로가 완전 주차장이다. 한 1k쯤의 항구 내 도로에 차들이 꼼짝도 않는다. 메스컴에는 불경기라고 아우성이던데 … 그래도 효마클 홍보는 기차게 했다고 여겨진다. 꼼짝도 않는 차 안에서 좀 지루했을까? 그러니, 심심하던 차에 박수나 치는 거다. 한 1.5k쯤의 강구 항을 벗어나니, 아뿔사! 안민고개(진해)만한 언덕이 하나가 시비를 딱 건다. 오르막은 모조건 걸으면서 영덕 읍에 도착한 다음, 돼지국밥으로 노고를 스스로 위로하고서, 귀가 길에 올랐다.

추신 : 다음 주말에는 영덕~울진(85k) 구간입니다. 많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서정목]

교수님! 동해안종주 성공하시기 바랍니다,아울러 동해 해신님께 북한땅도 밟을 수 있도록 빌어주이소^^,동국이 교수님!힘!!!

[김일79]

교수님,정말 존경합니다.강구에 가서 요즘 제맛나는 러시아산 대게 맛보시고,울진 덕구온천에서 한탕하면서 피로를 푸세여~ DK 힘!!!!!!!!!!!!!!!!!!!

[손우현]

교수님의 동해안 이어달리기가 별 탈없이 성공하시기를 기원하오며, 언제나 참신한 이이디어로 가끔씩 회원들을 놀래키고 신선한 자극을 주시는 김동국교수님! 힘!!!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서덕일]

김 교수님! 즐거운 마라닉되시기 바라며, 존경의 마음을 가득담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히~임!

[강정수]

교수님 드디어 시작하셨군요. 글을 읽어 보니 새삼 구룡포까지의 지난 피디피데스 코스가 생각 납니다.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부상없이 완주, 완성하시길 기원합니다. 교수님의 열정 과 실천에 존경을 보냅니다. 김동국 교수님 히~~~임!!!

[김호진]

교수님! 우째 중편없이 하편으로 바로 갑니까? 그래도 뒷편 또 있길 바랍니다. 재밌거든요. 부상없이 원하시는데로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힘!!!

[최임숙]

교수님! 진짜 멋지십니다. 끝까지 즐겁고 여유로운 달림길 되길 바랍니다. 김동국 교수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