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경기 시작 시간은 1시간 남짓 남아있었으나 Memorial Stadium의 관중석에서 거의 반 정도가 차 있었다. 아무리 연습경기였지만 이웃도시인 Boston과의 경기는 일반 시민에게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태양이 뜨겁게 그라운드를 내리쬐고 있었다. 선수들은 땀을 많이 흘릴것이며 그만큼 체력소모도 심할 것이다. 2틀 전 부터 짜오던 전술을 다시한번 검토했다. 수비위주의 4-4-2를 기본으로 잡아놓고, 변수가 생길시에는 3-5-2로 시스템 전환을 해 유사시 대비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대팀의 역습을 조심하는 플레이를 주문해놓았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Charlie씨가 건네준 상대팀 보고서와 그라운드의 Boston선수들을 비교,확인했다. charlie씨의 보고서에 체크되어 있던 상대팀 10번 Honest선수를 실제로 보니 체격 또한 건장했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던 Smith(MF)선수를 불러 상대팀10번을 철저하게 마크하라고 지시했다. Smith와 Tinkler, 이 더블 보란치작전 역시 오늘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였다.
어젯밤 내게 주전요청을 했던 Williams의 상태를 체크했다. 후반조커로 투입시킬 계획인 Williams는 Tony와 Stephen과 함께 드리블을 하며 그라운드 감각을 익히고 있었다. 세명의 포워드가 운동장을 돌아 상대팀 코치진 자리를 지나갔다. 나는 선수들을 쭉 지켜보다가 슬쩍 상대팀 코치진을 살펴보았다. Boston감독으로 보이는 흰머리의 Kottichi는 몸을 풀고있는 선수들에게 피를 토하듯이 목소리를 높여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그 지시를 듣고있는 Boston선수들의 표정은 얼어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첫 시합에 대한 부담감때문인 것 같다.
시합시작 20분 전 나는 선수들을 불러모아 라커룸에 집결시켰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오늘은 우리의 첫 정식게임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라운드에서 워밍업을 하고있을 동안 관중이 차고있는 모습을 보았겠죠? 우리는 이 도시, 또 매스컴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 승패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으나 우리는 열심히 연습했으니 좋은 결과 있을꺼라 믿습니다."
"걱정마세요 Baker감독님! 전천후 스트라이커, 이 Tony가 있잖습니까!."
"너무 잘난체 말아라 Tony, 내가 너보다 두골 이상 더 넣어줄테다."
Stephen이 Tony에 질세라 한마디 했다. 포워드들이 서로 골을 많이 넣겠다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공격력이 그만큼 증가된다는 것을 의미하였기때문에 내심 흐뭇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지나칠지도 모르는 약간의 불안감 또한 있었다.
"모두들 좋아요, 그 마음가짐으로 오늘 시합에 임해주세요. 하지만 첫번째나 두번째나 팀웍이 우선이라는 것 잊지말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우리팀의 기둥 Clark씨께서 한마디 하실까요?"
"이 Clark가 있는 한 실점은 없을테니까 아우분들께서는 열심히 뛰어주시게."
"그럼요, 아예 공조차 못가게 해서 Clark씨 심심하게 만드릴게요."
Robson의 한마디로 선수들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경기전 선수들의 부담감이 약간이나마 덜해진것같다. 그리고 다소 흥분이 되었는지 선수들 전체의얼굴은 홍조빛깔을 띠고있었다.
라커룸에서 나와 그라운드로 향하는 통로에 선수들이 정렬해 있었다. 바로 옆에 서있는 Boston선수들은 왠지 몸이 굳어있는 듯 했다. 나는 선수들 뒤에서 그라운드로 향하는 빛의 출구로 따라 나갔다. 어느새 Memorial Stadium의 4000관중석은 꽉 차 있었다. 하마터면 내가 다시 선수시절로 돌아간 착각을 하여 그라운드 중앙으로 선수들을 따라갈 뻔 했다.
정신을 차리고 코치석에 앉았다. 마치 내가 경기에 뛰는 선수인양 내 몸의 근육들이 긴장했다. 숨결은 거칠어지고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한순간 내 주위의 모든 소음들이 없어진 듯 했다.
"이봐 Baker!!!!! 오늘 시합에 10달러 걸었으니까 지면 알아서해!!"
나는 그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가 들렸던 곳을 쳐다봤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관객은 나와 조기축구에서 뛰었던 Steve씨였다.
그 외에도 조기축구회 사람들의 얼굴이 많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하,준비 많이 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겠죠. 아무튼 오늘 시합 즐겁게 봐주세요"
"안돼!!꼭 이겨야된다구! 이겨서 우리 조기축구의 원한도 갚아주고 Boston놈들 콧대를 꺾어버려!알겠지? 절대 내 10달러가 아까워서 하는 말이 아니야!"
"하하, 그럼 우리팀이 이기도록 주님께 기도하고 계시던가요."
주심은 동전을 던져 앞뒷면을 확인 한 뒤 우리팀에게 공을 건네주었다. 이 시합은 우리의 공격으로 시작 될 것이다.
관중석의 관중들은 한순간 잡음을 멈추었다.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이 경기장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듯이 침묵하고 있었다.이윽고 주심은 경기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첫댓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경기 시작~... 건필요~~
영국이죠? 영국이면 파운드하고 실링이던가? 하여간 그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