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하와이에 가지고 갈 짐을 준비해 놓고,
11:00경 싸이클을 포장하기 위해 논현동에 있는 협이 형네로 갔다.
뒷드레일러에 문제가 있어 전날 저녁 오현형 싸이클을 빼앗아 왔는데 혹시나 하고 케이블을 갈아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해 진다. 싸이클 스프라킷(티타늄 소재 12T∼26T)을 바꾸고, 시합코스에 바람이 많이 불고 언덕이 많다고 하여 크랭크의 큰 체인링을 53T에서 51T로 바꿔 장착하고 짐을 꾸렸다.
협형네 가게에 자주 들르시고 평소 안면이 있던 분께 빌린 하드케이스에 잔차를 분해해서 넣었는데 구입후 한번도 사용치 않으셨다 한다.
여행이 끝나고 난 후 후기를 쓰니 여기서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튼튼하고 값도 꽤 나가는 하드케이스인데 공항 직원들이 막 집어던지는 바람에(탑승 대기중 유리창을 통해서 다 보이더군요) 아래 바퀴 있는 부분이 파손이 되었답니다.
앞으로 잔차를 가지고 항공기를 이용하실 회원님들은 참고를 하셔야 할 겁니다. 수하물을 좀 소중히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손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
지영이가 잔차 샾으로 왔고, 협형보다 먼저 집으로 출발했다. 지영이의 초췌한 모습! 어제 밤새 내가 입고 뛸 시합옷 상의 뒤에 태극기를 십자수 놓고 앞부분에는 태극기와 아이언윙 로고를 바느질 했단다. 아직 미완성이라 협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 바느질을 한다. 너무 사랑스럽고 고맙다. 나중에 시합장에서 선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 지영이의 바느질 솜씨. 지영이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협 형님 차에 짐을 싣고 비행기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보딩하고 출국심사를 끝내니 이제 정말 가나보다 싶다. 잠시 기다리다가 탑승. 자리가 텅텅빈다. 예쁜 스튜어디스 누나(?- 좀 징그럽다)가 자리가 많이 남으니 중간에 이어진 5좌석을 확보해서 누워 가라고 귀띔을 해준다. 그래서 한 줄 확보해 놓고 9시간의 여행을 준비했다. 밤에 동쪽으로 비행을 하는 바람에 계속 밤이란다. 이륙하여 얼마가지 않아 나누어주는 저녁을 먹고 비몽사몽. 비몽사몽. 정말 지겨웠다.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긴장이 되긴 되나?
카보로딩 한답시고 서울서 사온 빵이니 떡이니 잔뜩 먹고 잠을 청했다. 2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비행기 밖이 밝다. 1시간 정도 후면 호놀룰루에 도착한단다. 나누어주는 빵을 또 먹고 입출국 심사서, 관세관련 서류 작성하고 드디어 착륙. 10. 2일 아침 9시다. (타임머신)
생각보다 덥다. 시합때 어려움이 있을 듯.
짐을 찾아 검색을 받고(이때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빡빡하지 않았다. 김치니 떡이니 쌀이니 "SPECIAL FOOD FOR RACE" 라는 말 한마디에 무사통과) 나와서 부모님은 호놀룰루 관광을 위해 가이드와 함께 가시고 오상미 선수와 나는 INTER-ISLAND 청사로 가서 티켓팅을 하였다. 하와이 내만을 운항하는 항공사도 HAWAIIAN AIRLINE과 ALOHA AIRLINE 두 개나 된다.
우리가 이용하는 항공사는 HA. 대한항공은 잔차BOX에 별도의 운임료를 요구하지 않는데 HA 항공사는 편도 20$의 운임을 요구하였다. - 이 문제와 호놀룰루에서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이덕봉, 양민석, 장상근, 김하련 선수는 도쿄에서 코나로 직항하는 JAL 항공을 이용하였다.(잔차 운임료 FREE & 항공요금도 5만원 정도 저렴 - BUT 귀국시 도쿄에서 1박을 해야 하므로 시간적인 낭비가 좀 많다.)
간단한 탑승수속을 마치고, 12시30분 이륙. 50여분 만에 코나에 도착했다. 호놀룰루 상공은 정말 아름다웠는데 코나공항 상공에서 보이는 것은 검은 현무암과 미국 서부와 같은 건조지대뿐이었다. 빅아일랜드엔 볼 것이 없다고 누군가로부터 들었는데, 정말인가보다. 기온도 호놀룰루보다 더 더운 듯 하였고, 나무가 없어서 그늘도 없다. 죽었다!
공항에 내려서 연맹분들의 도움을 받아 KAILUA-KONA(약 15KM- 싸이클 및 런 코스란다. 좌우로 나무가 하나도 없고 그냥 허허벌판이다.)까지 차를 얻어타고 선수들과 함께 묶기로한 KONA ISLANDER INN에 갔다. 짧은 영어에 한국인들이 묶는 곳이 어디냐고 했더니 여건이 안 맞아 다른 집을 렌트했단다. 조리기구가 없어서 일반가정집을 렌트했다나? 친절하게 연락을 해주었고 부산클럽의 이덕봉님이 차를 몰고 왔다. 베르나만한 승용차를 한 대 렌트했는데 일제같다. 하와이에 돌아다니는 차의 절반은 미제, 절반은 일제인 듯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 선수들과 합류.
이종철, 양민석, 오상미, 김하련 선수와 내가 그 집에서 숙식을 하고, 이덕봉, 민갑호, 장상근 선수는 KONA ISLANDER INN에 숙소를 잡고 식사는 같이 하기로 했고, 주정규, 강동석 선수는 아예 다른 곳에 숙소를 잡았다. 주정규, 강동석님은 작년에도 왔던 분들인데 아무래도 시합전 신경이 예민해 지는데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부담스러워 따로 구한 듯 했다.
여튼 좀 싸게 렌트를 하여 1인당 숙소, 음식, 차렌트 등 기본비용으로 300-350불 정도를 부담했다.(대회 기간중에는 성수기의 1.5-2배의 방값을 요구한단다.)
짐을 풀고 잔차를 조립했다. 타이어는 현지에서 사기위해 준비를 하지 않았다.
벌써 오후 4시경. 수영을 하러 가자고 하여 시합이 벌어지는 해변으로 내려갔다. 공항에서 바라보았던 황량함과는 대조적인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곳이다. 다양한 사람들. 사람들이 엄청 많다.
우리 선수단이 긴가민가 했던 퍼레이드가 있던 날이란다. 수영 훈련은 접고 퍼레이드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대회플랭카드와 성조기를 앞세우고 각국 선수들, 전년도 우승자등 유명 선수들이 퍼레이드를 한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태극기를 제주클럽의 민갑호 선수가 받아왔고 졸지에 수영복 차림으로 퍼레이드를 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옷도 맞춰입고 배지나 사탕, 초컬릿 또는 자국을 상징할만한 기념품들을 연도의 관람객들에게 뿌려주는데, 우리는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었고 지원도 없었던 터라 그냥 미소만을 머금은채 2KM 가까이 되는 거리행진을 해야만 했다. 내년 오시는 분들은 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타이맥스등 스폰서회사는 관람객들에게 타이맥스를 크게 외치게 하고는 물품들을 던져준다. 내게 아무것도 날아오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 상업적인 지극히 상업적인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띈다.
퍼레이드가 끝나는 장소에 엑스포가 개장을 하였다. 수많은 회사들에서 부스를 차려놓고 선전을 한다. 다소간의 기념품도 주었는데 사람들이 넘 많아 오래있지 않고 선수들과 숙소로 올라왔다.
양민석님 부인-이하 형수님과 쇼핑을 가서 먹을 것을 사와 저녁을 해 먹고, 선수들과 일정 및 행동요령, 숙식비 배분 등 논의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시차문제가 이런것인지 잠이 오질 않는다. 뒤척이다가 1시 넘어서 억지로 잠이 들었다.
종맹형님 이글 딱딱해서 못 읽겠다고? 그럼 읽지마.
하와이 갈만한 실력 되는 분들 많으니까. 그분들이 많이 읽으시겠지. ㅋㅋㅋ
[ 10월 3일 ]
방에서 자면 더울 것 같아 혼자 넓은 거실 소파에서 뒤척이다 1시가 훨씬 넘어 잠이 들었다. 6시가 되니 이종철 회장님이 수영하러 가야한다며 깨운다. 파워바와 비슷한 걸 하나 먹고 바다로 향했다. 6시만 넘어도 날이 밝아진다. 6시 30분경 일출을 하여 18:30분경 일몰. 생각보다 해가 빨리 진다. 해떨어지기 전에 골인하려면 11시간 30분 이내에는 들어와야 된다는 이야기.
바다에 나가니 부표가 설치되어 있다. 작년에 출전경험이 있는 이덕봉 철인 이야기가 지금 설치된 부표는 연습을 위한 것이고 시합 전날 오후에 새로 설치를 한다고 한다. 크고 작은 부표가 수없이 설치되어 있는데 마지막 것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편도 2km 가까이 되는 거리. 수영연습을 하려는 선수들이 엄청 많다. 바다색은 코발트 블루라고 해야하나. 아주 짙은 군청색이다. 파도는 거의 치지 않지만 먼 곳에는 약간의 너울이 보인다.
비디오에서 보던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되는 부두가 보이고 초입에 야외 샤워시설이 딸린 화장실이 있다. 이곳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오니 갈아입은 옷과 샌들을 넣을 수 있는 비닐 봉지를 준다. 그리고 손등에 번호를 적어주며 수영 끝날 때까지 맡아 준단다. 옆엔 게토레이 부스가 설치되어 있어 물과 게토레이가 무한정 공급된다. 역시 코나 대회는 뭐가 틀려도 틀리다는 생각이 든다.
몸에 물을 묻히고 바다에 들어가보니 약간 차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시합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하다. 바닷속도 훤희 들여다보인다. 제주도처럼 한참 걸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5m만 들어가면 키가 훌쩍 넘는 정도의 깊이가 된다. 부표 하나마다 휴식을 하면서 같이 가기로 하고 양민석, 오상미, 김하련 선수와 같이 출발을 했다. 김하련 선수가 허우적 거린다. 수영만 시간내에 들어오면 완주는 한다는 이야기가 농담인줄 알았는데 수영하는 폼이 심상치 않다. 계속 안정을 시키며 같이 연습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생기는 듯. 약 1.5KM 정도로 가볍게 연습을 끝냈다.
외국 선수들은 킥도 거의 차지 않는데 스트록 한 번에 쭉쭉 나간다. 여자 선수들도 내가 3번 스트록 해서 가는 거리를 2번정도의 스트록으로 헤엄친다. 어려서부터 수영을 해서 그런지 몸 자체가 유선형으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실제 시합시 1시간 16분으로 국내에서는 크게 쳐지지 않는 기록이었지만 여기서는 1470명중에 900등이 넘어간다.
수영을 끝내고 게토레이 한 잔 받아마시니 Gu 회사 선전을 하는지 길거리에서 Gu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구 뿐만이 아니라 이회사 저회사에서 자기네 상품을 선전하느라 이곳저곳에서 물건들을 그냥 나누어준다. 이것들만 챙겨가도 어디냐 싶지만 시차적응이 잘 되지 않는지 몸도 피곤하고 기분도 좋지 않아 모든게 귀찮게 느껴질 뿐이다.
숙소에 올라와 식사를 하였다. 김치와 김 등을 미리 준비해 갔고, 형수님이 밑반찬을 많이 준비해와 식사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식사후 선수들은 싸이클을 타러 나갔고, 나는 형수, 승면(양민석 선수의 아들)이와 함께 타이어를 사려고 자전거 샾에 들렀다.
코나에는 두 개의 잔차 샾이 있다. 중심가 가까이에 B & L이란 샾이 있고, 좀 떨어진 곳에 BIKE & WORKS란 샾이 있는데, B&L은 잔차보다는 옷, 신발등이 주류이고 BIKE&WORKS는 전문 잔차 샾이다. 대부분 미주제품인데 거의 모든 상품이 다 갖추어져 있다.
주로 전시되어 있는 모델이 케스트랄, 소프트라이드, 케논데일, 트렉, 콴타나루, 라이트스피드 등 미주 제품이고 다른 부품도 대부분 미주 제품이다. 참고로 케스트랄, 케논데일 브랜드는 시합장 부근에 자체 부스를 차려놓고 자기네 상품을 타는 선수들에게 무료 수리 등 서비스를 해주고 케논데일 같은 경우는 화요일 저녁에 디너파티도 개최하였단다.
자전거 부품 가격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저렴하였으나 오히려 비싼 제품도 있고 유럽쪽 제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비토리아의 PRO-TEAM 타이어(시합용으론 거의 최고 수준)를 사려고 했으나 두 샾 모두 가지고 있지를 않아 컨티넨탈 PRO 3000 모델을 100불(한짝에 50불정도 하는데 싼편은 아니다.)을 주고 구입하였다.
어차피 싸이클 훈련에 늦어 차로 싸이클 코스를 한 번 돌아보려고 주도로로 나갔다. 많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도로 곳곳에 큰 게토레이 통이 준비되어 훈련중인 선수들이 무료로 보급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양민석 선수는 오늘 120km 정도 연습을 한단다.
숙소에서 약 30km 정도 되는 곳까지 차를 타고 갔다 왔는데, 도로주변에 나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고 보이는 것은 검은 돌과 흙 그리고 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들 밖에 없었다. 간혹 관광객들이 하얀 돌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글씨 등을 제외하면 돌과 산과 바다 뿐. 그리고 언덕은 또 왜 그리 많은지. 평지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완만한 경사의 연속. 형수 말로는 반환점 가까이에는 가파른 언덕이 4-5정도 계속 된다고 한다. 시간을 내서 한 번 가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언덕이래봐야 얼마나 되겠어 하고 생각하다 시합날 정말 혼쭐이 났다.
미리 시합코스를 한번 경험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와이에서 뼈져리게 느낄수 있었다. 초반에 좀 무리를 하는 바람에 100KM를 넘어서는 언덕에서 힘을 거의 쓰지 못했다. 주종목이라고 자부하는 싸이클에서 노견으로 빠져 힘없이 페달링을 하는 비참함이란... 담에 다시 가면 10-20분은 당길 수 있으리라.
숙소에 돌아오니 다른 선수들은 이미 런닝 훈련을 나가 있었다. 하와이 와서 지금껏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바심은 나지 않는다. 지금 하는 운동이 시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실제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시합직전 많은 훈련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적어도 격한 훈련은 큰시합 1-2주일 전까지 완료를 짓고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생각에 그냥 푹 쉬었다.
레이스오피스가 설치되어 있는 킹카메하메하 호텔에 선수등록을 하러 갔는데, 여권과 정확한 숙박지 주소 및 전화번호가 필요하단다. 내일 선수등록을 하기로 하고 메인스트리트(킹카메하메하 호텔에서 엑스포가 차려진 곳까지. 나중에 결승대 및 관중석이 길게 설치되는 거리로 바다 바로 옆에 나 있는 길이다)와 엑스포 구경을 하였다. 현영 형님이 팜플릿을 부탁해서 이것저것 챙기는 데 나중에 귀국하다보니 내 짐무게보다 팜플릿 무게가 더 나간다. 현영 형님은 찐하게 한턱 쏘지 않음???
엑스포장에 가니 타이멕스사에서 부스를 차려놓고 철인경기 관련 질문을 하면 선물을 주는 등 곳곳에서 많은 쇼같은 것이 열린다. 집안에 설치할 수 있는 작은 수영훈련 욕조(?), 새로운 잔차 모델, 갖가지 지역철인대회 안내, 스포츠 음료 및 음식, 철인대회 역사관 등 여러 가지가 설치되어 있다. 한바퀴 도는데만 2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넘 피곤하다. 다 돌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지만 그다지 실속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판매하는 철인관련 물건이 싼 것도 아니다.
참고로 철인관련 물품을 파는 곳에 대해 살펴보면 위에서 말한 두 잔차 샾에서 철인관련 옷, 신발, 양말 등 거의 대부분을 살 수 있으나 가격이 거의 고정적이고, 메인스트리트의 중간쯤에 철인경기용품 전문점이 하나 있지만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리고 메인스트리트에 리복, 아식스 등 비상설 부스가 차려진다. 나중에 하와이 가시는 분들이 참조할 만한 것은 B&L과 메인스트리트 중간부분에 있는 철인용품 전문 샾의 경우 시합이 끝난 다음날 대부분 20-40%까지 저렴하게 물건들을 할인한다는 점이지요. 즉 시합에 필요한 물건들은 국내에서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고 시합 끝나고 저처럼 금방 돌아오기보다는 관광도 할겸 좀 여유를 가지고 며칠 더 쉬다 오면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이것저것 무슨 말을 이렇게 많이 쓰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거리 구경하고(참! 거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아름답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습도가 높지 않아 청량함을 느낄 수 있고 곳곳에 꽃나무들이 많아 좋더라구요. 그리고 가벼운(?) 옷차림의 여인들, 연인들이 자유롭게 사랑을 표현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8시가 다 되었고, 다시 장을 보러 다녀오니 9시. 늦게서야 저녁을 차려먹고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선수들은 11시경 자러 들어갔으나 마찬가지로 잠이 오지 않아 메인스트리트까지 한바퀴 가볍게 뛰다 걷다 들어오니 12시가 좀 넘더군요.
이 곳 하와이는 그래도 명색이 관광지인데, 우리나라의 관광지처럼 저녁 늦게까지 휘황찬란 하지도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없답니다. 성조기·주기·회사기가 나란히 꽂혀있는 맥도날드, 월마트, 세븐일레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들은 8-9시를 전후해서 문을 닫고 BAR 1-2곳 주변을 제외하면 거리를 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좀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리와는 틀리더군요. 숙소에 돌아와서 씻고 1시경에 잠이 들었습니다.
앙꼬없는 찐빵 같은 글이라고? 어여 달려와 쫑맹 성아! 내가 찐빵 사줄테니...
[ 10월 4일 ]
6:30 기상을 하여 수영을 하러 내려갔다. 오상미 선수는 계속 잔단다. 몸이 안 좋은 듯. 어라! 오늘은 수영복 맡아주는 곳이 없어지고 게토레이만 제공이 된다. 이곳저곳에 샌들과 옷가지 놓아둔 것들이 보인다. 선수들이 싸이클 또는 운동용품들을 자유롭게 놓아두지만 자기 물건이 아닌 것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없다. 이런 점도 조금은 부러웠던 부분중에 하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이 좋은 잔차 및 운동용품 등이 눈앞에 산재해 있지만 아무도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하루빨리 마음놓고 지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는 것이지요 뭐... 그러면 경찰이 필요없어질라나???
1.5km 정도 가볍게 수영을 하고 아침을 먹고 싸이클을 마저 조립을 하였다. 시험삼아 30km 정도 타보았는데 이상 무! 생각보다 바람도 강하지 않다. 강한 바람은 반환점으로 갈수록 세진다고 한다. 바로 런닝을 좀 하려고 했는데 너무너무 더워 2km정도만 뛰어주고 점심을 먹었다.
여권 등 준비를 해서 등록을 하려고 킹카메하메하호텔로 내려갔다. 여기서 제주대회와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등록을 하러가면(본인이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 바로 손목에 선수식별 팔찌를 해 주고, 나누어주는 가방안에 바꿈터 용품을 맡길수 있는 비닐가방들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본인이 직접 등록을 하러 가야하며 일일이 선수 얼굴까지 확인을 하고 가방을 나누어준다. 그 가방 안에는 배번, 싸이클 번호표, 칩, 스페셜푸드 가방 등 만이 들어있다. 팔찌도 주지 않는다.
팔찌는 바꿈터 용품을 맡겨야지만 채워준단다. 바꿈터 용품을 집어넣는 비닐도 주최측에서 일괄 보관을 하고 있고 선수들이 짐을 가지고 오면 구별해서 집어넣게 한다. 한가지더! 싸이클 번호표 외에 시합용 싸이클임을 증명하는 스티커를 레이스오피스에서 별도 수령해 탑튜브 왼쪽편에 붙여야 하며, 바꿈터 용품을 맡기는 곳에 들어가려면 호텔 밖에 차려진 검색대에서 미리 신발과 옷에 야광스티커등을 붙였는지 등 선검사를 하고 번호표를 받아야만 한다.
집에 올라가서 싸이클과 헬멧, 싸이클화(내일 검차시에 함께 맡기면 된다)를 제외한 모든 시합용품을 챙겼다. 보급소에서 파워젤 또는 파워바를 충분히 준비해서 제공한다는 형님들의 말씀에 간단하게 준비를 했다. 싸이클 바꿈터 비닐에는 손목 밴드, 헤드 밴드만을 마라톤 바꿈터 비닐에는 운동화, 양말, 모자, 라디오 만을 챙겼는데, 후에 후회를 많이 하였다. 10월 6일 글에도 언급을 하겠지만 마라톤 보급소에서 지급하는 것은 파워젤이나 구 같은 젤리형태의 에너지푸드가 아니라 파워바 였던 것. 미리 입맛에 맞게 훈련된 음식을 꼭 챙겨야 할 것 같다.
여튼 물품을 준비해서 다시 호텔로 내려가 물품을 맡기고 팔찌차고, 숙소로 올라와 이번에는 싸이클을 치장하기 시작했다. 치장이라? 먹을 거 달아야죠. 유바에 파워바 4개, 파워젤과 구, 붐 등 젤리형태 에너지푸드 6개, 프레임에 스폰서(독일제 에너지푸드인데 제가 주로 먹는 것이지요. 파워젤, 구보다 훨씬 부드러우면 맛은 꿀맛과 비슷, 튜브형태라 좀 불편하긴 해도 시합때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에 제일 적합 했던 것 같습니다) 5튜브를 덕지덕지 붙였다. 안장 뒤에 예비 튜브 2개와 타이어 분리 공구를 감아놓고. 대강 준비를 끝내고 잔차를 들어보니 15kg은 족히 나갈 것 같다.
시간이 벌써 5시가 넘었다. 6시부터 있는 카보로딩 파티를 위해 일행들과 호텔로 내려갔다. 호텔내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큰 주차장에 임시로 테이블과 무대를 준비해 놓았다. 일반인들은 37$을 줘야 입장을 할 수 있고 4세이하는 무료 입장. 들어가자마자 음식들이 준비된 테이블이 있고, 접시에 음식을 담아 가면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무대 바로 앞 부분 가로 20m, 세로 30m 정도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들어가지 못하는데 스폰서 등 귀빈들이 앉는 곳이고 음식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무대에는 큰 스크린 한 개와 양 옆으로 2개의 보조 스크린이 설치 되어 있고, 테이블 옆으로는 음료수와 케익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준비된 음식은 샐러드, 이태리음식인데 스파케티 비슷한데 면이 아니라 만두같은 것이 들어있는 음식, 과일, 빵, 닭 가슴살, 소고기(다소 질기다) 등등 다들 느끼하고 향신료 맛도 우리 입맛에 맞지 않다. 대식가인 내가 1.5접시정도 먹으니 더 이상 못먹겠는 그런정도의 음식인데, 주정규님은 카보로딩 파티에서 배터지게 먹고 경기후 시상식장에서는 걸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먹어야 한다며 5-7접시는 드시는 것 같다.
미국 테러관련 추모식에 이어 원주민의 훌라춤, 불쇼, 이름모를 가수(철인인 듯 하다)의 노래, 작년 입상자들 소개, 70대 이상 고령자들 소개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리고 선수와 함께하는 시간도 있는데, 뭐냐면 코나 대회를 몇 번째 참가하는지 숫자를 부르면 그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일어서는 것! 79년부턴가 시작된 대회에 20번 넘게 참가한 사람도 있다. 정말 대단하다.
느끼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부담스럽다. 바다를 따라 혼자 거닐다 늦게서야 집에 들어갔고 다시한번 싸이클 점검을 하고 잠이 들었다. 12시가 다 되었던 것 같다.
[ 10월 5일 ]
시합 전날이 밝았다. 긴장이 좀 된다. 내색치 않으려고 노래도 흥얼흥얼 거려본다. 아침수영은 1km 정도만 가볍게 했고, 오전에 동료선수들과 BIKE&WORKS 샾에 가서 시합에 필요한 용품(튜브, 가스 등)들을 사고, 호놀룰루에서 관광을 마치고 오시는 부모님을 모시러 갔다.
공항에 좀 일찍 도착을 하여 쉴 곳을 찾았으나 나무도 거의 없어 그냥 뙤약볕이다. 버스 주차장에 그늘이 좀 져 있길래 잠시 들어가 쉴 요량으로 차를 대고 누웠다. 슬쩍 잠이 들었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니 옆에 경찰관이 딱지를 끊고 있다. 말을 걸어도 일체 대답을 않는다. 25$짜리 딱지를 끊어주면서 이의가 있으면 법정에 가서 이야기 하란다. 태어나서 처음 끊겨보는 딱지를 미국땅에서. 웃음이 나온다.
잠시 더 기다리니 부모님께서 도착하셨고, 숙소로 모시고 왔다. 호놀룰루는 가을 날씨 같은데 코나는 훨씬 덥다고 하신다. 부모님 쉬게 해 드리고, 숙소에서 다시 잔차 등 점검하고 오상미, 김하련 선수 잔차 점검해 주고 14:00경 검차를 위해 수영 출발장소로 내려갔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고, 초입에 번호표를 다시 달아주는 사람이 있다. 잔차 오른편에 번호가 세워지지 않게 즉 가로로 반드시 매달아야 한다. 사이클화는 페달에 부착된 상태로, 바퀴 바람은 뺀 상태로 헬멧과 함께 맡겨야 한다. 이덕봉 선수는 헬멧에 약간의 흠이 있다고 검차를 통과치 못했다. 급하게 샾에 가서 헬멧 하나를 사서 한국 선수 모두 잔차를 거치시켰다. 잔차 거치대에 선수들은 들어갈 수 없다. 이건 제주대회랑 똑같네. 잔차 거치 위치 확인을 하고 나오니,
이제 할 일이 없다.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긴장을 푸는 일 외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엑스포장에 가 보았는데 이미 모든 부스가 치워진 상태였다. 경치 좋은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보았다.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 일몰도 정말 멋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7시 반정도 된다. 아침에 해야할 일을 한번 생각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잘 보이는 곳에 준비하고 일찍 잠을 청했다. 10시-11시경에 잠에 든 것 같다.
[ 10월 6일 ] - Race Day
드디어 시합날이네요.
04시 :30분 거의 저절로 눈이 떠진다. 엎드려서 허리, 어깨 등 스트레칭을 하고, 원활한 배변을 위한 특수체조(?- 필요하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알려드릴께요)를 하였다. 화장실에서 일을 본후 어머님께서 새벽부터 준비해주신 찰밥과 된장국을 김반찬과 함께 먹었다. 시합복(하의)과 레이스칩을 착용하고 수경과 수모를 준비하였다. 마라톤 스페셜푸드 봉지에 포도즙 1봉지와 소금(에너지 솔트라고 2g인가 포장된 제품이 있다)을 넣었다. 이제 시합준비는 끝.
5시 30분경 부모님 및 동료선수들과 숙소를 나섰다. 숙소 앞에서 서로의 선전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친다. 아직은 어둠이 짙어있지만 30분만 지나면 날이 밝아오리라. 시합장에 가니 벌써 길게 줄이 이어져있다. 스페셜 푸드를 맡기고 바디넘버링 하는 장소에 줄을 섰다. 김하련 선수와 같이 넘버링을 한 후 싸이클 거치대로 갔다. 어제 빼 놓은 바람 집어넣고 안경 놓아두고 잔차 한 번 쓰다듬고 부모임이 기다리시는 결승점으로 돌아왔다.
06시 30분 날이 밝았다. 조금 있으면 해가 뜨리라. 시합복장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벗어 부모님께 맡기고 수영 출발 장소로 갔다. 덩치 좋은 외국 선수들 사이에 끼어서 겨드랑이에 바세린 좀 바르고, 바다로 들어가려고 줄을 섰다. 옆에 이덕봉 선수와 김하련 선수가 보인다. 다시한번 서로의 무사한 경기를 기원하고 바닷가로 내려섰다.
06시 45분 연습때보다 바닷물이 따뜻하다. 많은 선수들이 데워놓아서 그런가? 이미 많은 선수들이 출발선 부근에 떠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입영 모습. 출발선의 모래사장이 10평 남짓하여 선수들이 제주대회처럼 모래사장에서 출발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래사장에서 3∼40m 정도 앞에 배를 한 대 띄어놓고 부표와 배 사이를 출발선으로 정해 놓았다. 50분쯤 돼서 출발선 후방 10m 지점까지 나아갔다. 부두를 따라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를 하고 있고, 선수들 바로 옆에는 카누를 타고 있는 봉사자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긴장이 되어 몸이 떨려온다.
57분쯤 되었을까?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앞의 선수들이 바다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한다.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높아진다. 아무런 출발 신호도 듣지 못하였는데...
나중 어머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먹이를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 새끼들 같았다나? 구경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도 선수니까. 벌써 뒤에 있던 사람들이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마음을 차분히 먹고 한스트록 한스트록 가볍게 출발을 하였다.
50여미터 정도 가다보니 나와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 3명정도가 무리를 지어가고 있다. 선수들과 부대끼기 싫어 제일 좌측에서 출발하였고, 그로인해 주변에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20여미터 우측에 많은 선수들이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다. 편도 1.8km 정도 되기 때문에 처음에 20m 정도 외곽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크게 뒤쳐지는 것이 아니다. 반환점에 있는 배를 향해 똑바로만 나간다면. 앞에 가는 선수들 뒤에 붙어서 가는데 힘이 좀 남는 느낌이다. 추월을 하려고 시도하였지만 만만한 선수들이 아님을 이내 알수 있었다. 나와 실력이 거의 비슷한 선수들이었다. 반환점까지는 힘을 좀 아끼며 뒤에 따라가기로 한다.
정말 한참을 헤엄쳤다. 잠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지만 아직도 반환점의 배는 까마득하다. 훤히 들여다보이던 바다는 이제 너무 깊어졌고 현무암인 듯 검은색 외에는 모든 것이 희미해 보인다. 한참을 더 가니 우측에 있던 선수들이 좀 가까워진다.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하니 반환점의 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비디오를 보면 배 위에서 많은 관중들이 구경을 하던데, 생각보다 배가 높아 관중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환호소리는 들리는데.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첫 번째 큰 배를 돌고 다시 작은 배를 돌았다. 이제 반 남았다. 해안가의 건물을 확인하고 다시 팔에 힘을 가해본다. 반환점까지 나를 끌어주던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출발할때는 없었던 너울이 선수들을 괴롭힌다. 1∼1.5미터는 되는 것 같다. 물도 여러번 먹었다. 비슷한 페이스의 선수들을 찾을 수 없어 혼자 헤엄쳐 나갔다. 평소 장거리 수영시 마다 애를 먹이던 오른쪽 손목에 조금씩 통증이 증가한다. 남,남,여 일렬로 줄을 맞추어 나를 추월해가는 선수들 옆에 붙어서 한참을 헤엄쳐간다. 옆에서 따라가는 내가 걸리적 거리는지 몇차례 팔로 치는 것 같지만 뭐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으리라.
힘도 빠지고 파도도 좀 심해져 초반보다 많이 힘들다. 반환점을 돌아 2km 정도 헤엄을 쳤으니 부근에 있는 선수들은 거의 비슷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었을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한참을 헤엄쳤을까.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맘 같아서는 후다닥 골인을 하여 싸이클을 시작하고 싶은데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바닥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물속으로 선수들이 어려움없이 부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계단(장애인들 다닐수 있게 설치해 놓은 통행로처럼 층이 지지는 않았다)이 보인다. 드디어 골인. 시계를 보니 1시간 16분이 좀 넘는다. 반환점에 갈때까지만 해도 1시간 10분정도면 들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는데 6분이나 오버가 되었다.
설치된 샤워장을 지나 싸이클 가방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무런 말이 없길래 제일 마지막에 있는 줄 알고 열심히 뛰어가니 제일 처음에 있단다. 봉사자가 백을 가져다 주었고, 옷 갈아입는 장소에 들어가 수영모와 수경 벗고, 상의와 레이스 벨트를 착용하고 싸이클 거치대로 뛰어갔다. 싸이클이 많이 없어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기록은 제주도대회때와 비슷했는데 등수는 1470명중에 900등을 넘어갔단다. 우우 -.-
하와이 비디오 보면 사람들이 웃으면서 경기를 하는데 나는 아직까지 기록에 대한 욕심을 초월치 못한 선수인 듯. 모든 것이 바쁘다. 싸이클 위에 놓아두었던 안경쓰고, 헬멧쓰고 싸이클화 신고, 손목아대 및 장갑까지 착용하고(같이 싸이클을 출발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싸이클을 타면서 아대와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조금은 위험할 듯 싶어 약간의 시간이 지체) 싸이클을 끌고 나갔다. 싸이클에 올라타니 수많은 관중들이 보인다. "남형이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양민석 선수 형수님이었던 듯.
나름대로 자신하는 종목이 시작되었다. 카일루아-코나를 한바퀴 돌아 서쪽으로 공항을 지나 하위라는 곳까지 갔다오는 코스. 시작부터 바로 언덕이 시작된다. 고속도로는 도로가 좋은데 시내부근을 많은 선수들이 근육을 풀고 있는 것인지 그다지 속도를 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을 추월해 갔다. 초반에 도로상태가 좋지 않아 조심스럽게 라이딩을 했다. 700*20 사이즈의 타이어는 갈아 끼우기기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펑크여부가 기록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긴 언덕을 돌아 올라가니 고속도로다. 명칭은 high way인데 다소 넓은 왕복 2차선 도로이다. 노견이 3m정도 되는데 표지판으로 미루어보아 애초에 자전거 훈련을 위해 넓게 만들어 놓은 듯 하다. 공항에 갈때까지 그러니까 약 25km지점 정도까지는 그다지 바람이 불지 않았다. 일렬로 늘어선 많은 사람들을 추월해 나갔다. 만만치 않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나를 추월해 가는 선수도 있다. 한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는데 체격조건이 엄청나게 좋다. 긴 다리로 한번씩 페달링하면 잔차가 쑥쑥 나간다. 오토바이를 탄 레프리들이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 어림잡아 4-5분에 한번씩은 지나가는 레프리를 보았던 것 같다. 작년에 싸이클에서 주귀남 선수가 아웃되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서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추월해 바로 앞으로 끼여드는 선수도 있다. 참 난감했다. 브레이크를 잡아 거리를 늘이자니 아깝고 차고 나가자니 힘이 들고. 여튼 누군가를 따라가면서까지 기록을 줄이긴 정말 싫었다. 그래도 명색이 아이언윙 잔차3부장인데. 정정당당히 시합에 임하리라.
공항을 지나 얼마를 더 갔을까. 오른쪽에서 슬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참고로 왼쪽은 계속 바다이고 오른쪽은 산악지대가 이어진다. 오상미 선수가 보인다. 파이팅을 외쳐주니 오늘은 완주만을 목표로 한단다. 오선수를 추월하고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돌풍이 몰아친다. 유바를 잡고가던 내가 휘청거렸다. 아찔할 정도로 놀랐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간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모르긴 몰라도 넘어지는 선수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같이 달려가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람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하긴 하와이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은 얼마 안되고 몇 차례씩 참가해온 사람들이 훨씬 많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어서 계속적인 강풍이 이어진다. 앞에서 부는 바람은 많이 경험을 했는데 이렇게 심한 옆바람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머리와 싸이클을 오른쪽으로 약간 눕히고 계속되는 바람속에서도 특히 유별난 돌풍에 대비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까지는 나를 추월하는 선수보다는 내가 추월하는 선수가 훨씬 많다. 역시 자연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한 것인가. 선수들 싸이클이 모두 오른쪽으로 누워있다.
몇 킬로를 왔는지 제주도에서는 그렇게 잘 나가던 잔차가 나가질 않는다. 시속 18-25사이만을 왔다갔다 할뿐. 내리막에서도 30km를 넘기기가 힘들다. 50km지점에서 만난 오르막에서 제일 심한 바람을 만났던 것 같다. 시속 10∼12km. 미치겠다. 순간 같이 경기중인 한국선수들이 걱정된다. 오상미, 김하련 선수.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해야 할텐데...
60km 부근에 잠시 왼쪽으로 코스가 바뀌는 곳이 있다. 일단의 관중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좌회전을 하여 내리막길에서는 뒷바람을 받아서인지 페달링을 하지도 않았는데 시속 75km/h가 나온다. 바람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겠죠? 계속 서쪽으로만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우회전 반환점이 있는 하위(북쪽방향)를 향해 나아간다. 형수님 말씀으로는 이곳에 어느정도 가파른 언덕이 계속되고 바람도 더 세게 분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언덕이 시작된다. 가파른 언덕이 계속 이어지고 오른쪽에서 부는 바람도 계속 위세를 부린다.
우리 회원들중에 잔차타면서 물을 자유자재로 못 먹는 회원들이 아직도 몇분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냐구요? 바람이 얼마나 세냐면 주행중에 물통을 꺼내서 물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세게 불어서랍니다. 그래서 언덕 정점에서만 목을 축이고 파워젤 등을 먹을 수 있었답니다. 언덕 정점의 도로는 좌우 지형보다 다소 낮아 바람을 잠시나마 피할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언덕 5-6개를 넘고 있는데,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몇 킬로미터 지점이었는지 정확치 않지만 거기서부터 반환점까지 15km정도를 더 갔던 것 같다. 나는 왼손은 유바, 오른손은 핸들바를 쥐며 바람과 싸우고 있는데, 선수들은 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바만을 잡고 라이딩을 한다. 폼도 죽인다. 긴 언덕이 시작되었다. 이 언덕이 끝나면 곧 반환점이란 것을 알고 있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뭐야. 정상이라고 생각되던 곳에 열심히 올라가면 다시 좌측으로 또 언덕. 이번에는 우측으로 또 언덕. 언덕만 5km가 훨씬 넘는 것 같다. 바람 때문에 더 길게 느꼈을 지도 모르지만.
반환점을 2km정도 남겨두고 양민석 선수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이때까지 거리로 따져보면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후에 말씀하시길 하와이 지형과 특성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반환점까지는 별 힘들이지 않고 갔고 올 때 열심히 탔단다. 반면 나는 반환점까지 열심히 가서 돌아갈 때 퍼져서 노견으로 4번이나 나가 힘없이 라이딩을 했으니...
조금 더 올라가자 내리막. 완만한 내리막의 끝에 반환점이 있었다. 100∼105(?)km 지점 역시 많은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반환점을 돌자 스페셜 푸드를 나누어준다. 나는 맡긴 것이 없었다.
참! 여기까지 보급소 및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었네. 솔직히 보급소가 얼마마다 한번씩 있는 지 확인하지 못했다. 실제 보급소 도움을 2-∼3만 받으려는 의도도 깔려있었지만. 대략 10마일 정도에 한번씩 있었던 것 같다. 미국은 아직까지 미터보다는 마일 개념이 더 일반적이다. 제주도에서는 싸이클 보급소가 약 50m 정도 늘어져 설치되어 순서대로 물, 콜라, 음료수, 바나나 등을 건네주는데, 여기는 100m가 넘게 늘어서 있다. 물, 게토레이, 소다, 파워바, 과일, Gu(처음 4-5 보급소에서만 공급 - 돌아오는 길에 힘이 빠져 받아 먹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시 게토레이, 물 순서로 기억이 되는데 간격도 길게 늘어서 있고, 공급을 해주는 자원봉사들이 대기하다가 뛰어가며 건네줘 보급물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거의 없다. 사소한 점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내가 먹은 것에 대해서...
잔차에 파워젤 3개, Gu 2개, Boom(파워젤과 비슷) 2개, 파워바 비슷한 제품(이하 파워바- 춘천에서 뭔지 보여드릴께요. 필요한분께 공급예정. 10개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4개, 스폰서 튜브 5개를 달고 갔는데, 더위와 바람에 지쳐있어 파워젤을 넘기기도 힘들었다. 먹어본 바에 의하면 스폰서(독일제)가 제일 부드러워 무리가 없었고, 그담은 Gu였다. 파워젤은 좀 뻑뻑해 1개를 남겼고, Boom이란 제품은 맛이 맞지 않아 바로 뱉어버렸고, 파워바는 모두 버렸다. 좀더 일찍 미련없이 버렸어야 하는데 괜히 무게만 저항만 많았던 것 같다. 여튼 스폰서 4튜브와 구 2개, 파워젤 2개를 2-30분에 한 개씩 꼭꼭 먹어두었다. 그리고 음료수는 물과 게토레이를 준비해서 번갈아 가며 먹었다. 게토레이는 보급소 2-3번에 한번씩 보급을 받았고, 물은 거의 매번 보급을 받아 먹기도 하고 몸에다 붓기도 하였다. 보급소가 대부분 오르막이나 언덕정점에 설치되어 있어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원활히 보급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하와이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음료수 보급은 원활하고, Gu등 파워젤 제품은 처음에 계속 받아서 드시고, 나중에는 파워바만 제공이 된다는 사실을...
싸이클 반환점을 돌아 약간을 올라가니 긴내리막이 시작된다. 페달링을 하지 않고 안장에서 편안히 쉬었다. 60km/h를 넘나드는 시속으로 몇 명을 더 추월했다. 옆바람- 이제 좌측에서 불겠지?- 이 그다지 심하지 않아 바람이 끝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르막내리막이 계속 되는 구간에서 한번 날아갈뻔 했다(좀 심했나? 넘어질뻔 했다.) 다시 왼손은 유바, 오른손은 핸들바를 잡고 계속 라이딩. 반환점으로 갈 때 느꼈던 그런 힘든 오르막은 아니지만 계속 이어지는 언덕에 힘이 조금씩 빠진다.
바람도 계속 불어온다. 시계의 삐삑소리! 12시다. 속도계를 보니 120km를 왔다. 그렇다면 남은 거리 60km. 평속 30km/h만 유지해도 7시간 이전에 싸이클을 끝낼 수 있고, 목표였던 SUB11이 달성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 아닌가. 순간 약간의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시속 30km/h를 넘나들고 있으니 이 페이스만 유지하면 되는데...
카일루아-코나가 있는 방향으로 우회전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측면 바람이 많이 줄어들고 대신 맞바람이 불어온다. 반환점까지 가는동안 다소 무리를 했는지 힘이 부친다. 웬만한 바람이면 그냥 힘으로 밀고 나갈텐데. 철원대회에서 반환점 돌아오면서 경험했던 맞바람을 기억하시죠? 잔차의 속도가 눈에 띠게 느려졌다. 다시 길고 완만한 언덕들이 이어진다. 몇몇 선수들을 따라잡고, 또 몇몇 선수들에게 따라 잡혔다. 7∼80km 지점에서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어라! 여자선수 두명이 7-8m 간격을 유지하며 나를 추월해 간다. 복장으로 봐서는 같은 나라의 여성 같은데 서로 약간의 드래프팅을 하며 도움을 주고 있는 듯 했다. 다리굵기가 장난이 아니다. 혜연누나 다리만 하다. 자전거도 특이하다. 카본 일체형 프레임인데 프레임 안쪽으로 물통이 달려있는 듯 하다. 솔직히 하와이 싸이클 타면서 자존심 많이 구겨졌다. 물론 추월한 선수들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나를 추월해 간 선수들도 상당히 있고, 그 중에는 여자선수들도 4-5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제주도에서는 천안듀애슬론 우승자인 캐나다 남자선수를 비롯해 남자선수 3명인가 한테만 추월을 허용했던 것 같은데...
어느덧 150km 지점. 6시간이 조금 지났다. 바람이 불긴 했어도 평속 30km/h 가까이 유지를 했다는 이야기인데, 반면에 힘이 너무 많이 빠졌다. 언덕을 만나도 치고 올라갈 힘이 없다. 그냥 페달링 위주로만 올라가다 힘이 들면 노견으로 빠져 회복용 댄싱을 하며 페이스 조절을 했다. 평속이 많이 떨어진다. 이렇게 노견으로 3-4번 정도 빠져나왔다. 앞뒤로 선수들이 별로 없었던 점 또한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속도계를 점점 많이 보게된다. 그만큼 힘이 든다는 이야기인데. 마라톤 뛸 일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코나공항! 속도계는 벌써 거의 180km를 가리킨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그리 힘이 들던지. 장갑을 벗어 유바에 꽂아 넣고, 마지막으로 게토레이 한 모금 마시고 모든 물통을 내 버렸다. 시합 시작 7시간이 넘어갔다. 이미 속도계의 거리도 180km를 넘겼다. 코나읍(?)에 들어가기 2-3km 전 지점의 큰 공터에 관중들이 많이 보인다. 185km!!! 드디어 싸이클이 끝났다. 시계는 7시간 7분을 가리킨다.
싸이클과 신발 건네주고 헬멧 쓴채로 마라톤용품 백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백을 받아들고 탈의장으로 들어서니 목부분에 시원한 수건을 대준다. 이런 서비스까지. 양말 신고 신발 신어 끈 묶고(외국 선수들은 대부분 일일이 끈을 묶지 않고 어제 나누어드린 뭐라고 해야 하나, 끈 고정하는 기구를 써서 편하게 갈아신는다.) 시원한 수건으로 잠시 얼굴과 목, 다리 부분을 맛사지 했다. 바로 옆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에 가서 소변 색도 확인하였다. 제주대회때는 싸이클시 수분 섭취가 너무 적었는지 아주 샛노란 아니 거의 붉은 색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그런대로 양호한 상태인 것 같다.
바꿈터에서 약간의 지체가 있었다. 시계를 보니 7시 10분쯤. 마라톤을 3시간 50분내에 뛰어야 SUB11이 가능하다. 좀 힘들긴 하겠지만 가능할 것도 같다는 욕심이 든다. 드디어 마라톤 출발.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코나와 반대방향으로 약 500m정도를 뛰어가다 반환, 코나 읍내쪽으로 뛰어갔다. 리듬감 있게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있는데 많은 선수들이 추월을 해간다. 키가 150cm정도 밖에 되보이지 않는 일본(?)여성도 나를 추월해 간다. 좀 속도를 올렸다. 관중들이 계속 이어져 응원을 해준다. 시합 며칠전부터 상점 등지에서 나누어준 대회 안내책자를 보고 이름까지 불러주는 관중들도 있다. 1000번이란 번호가 좋긴 좋은가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번호를 가졌다고 열심히 하라고 한다.
결승점이 있는 킹카메하메하 호텔로 내려가는 길을 그냥 지나쳐 숙소부근의 맥도날드가 있는 사거리까지 뛰어가 우회전해서 바닷가쪽으로 내려간다. 거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3"을 가리킨다. 한참을 뛰어온 것 같은데 3km밖에 오지 않았나? 시계를 보니 벌써 30여분 가까이 지났는데 말이다. 단위가 km가 아니라 mile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mile이 대략 1.6km이니 "26"을 나타내는 표지판까지만 가면 오늘 시합은 끝이 난다.
맥도날드 맞은편에 부모님이 보인다. 싸이클에서 지친 상태였고 날씨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지는 않았지만 다소 더워 점점 퍼져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화이팅을 외쳐주시고, 어머니는 힘들어하는 아들의 모습이 안타까우신지 걱정스런 눈빛을 하고 계신다. 바닷가쪽으로 뛰어내려가니 점점 관중들이 많아진다.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코스는 대략 이렇다. 바닷가길을 따라 공항반대쪽(동쪽)으로 6km정도 뛰어갔다가 되돌아 코나읍내를 거쳐 공항 부근까지 가서 반환. 다시 코나까지 뛰어와 읍내를 한바퀴 돌고 결승점으로 들어간다. 바닷가에 다다라 좌회전을 하니 큰 마이크 목소리로 나의 넘버와 국적 이름을 불러준다. 힘이 들었지만 대한건아가 힘든 내색을 할 수는 없지. 손을 한번 흔들어 주었다.
읍내를 좀 벗어나니 한적한 시골길 같다. 좌우로 별장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집주인인듯한 관중들이 편안한 자세로 지나가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들을 던져준다. 이때가 제일 힘들었다. 정말 걷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별 생각을 다했다. 보고싶은 사람들 생각, 내가 왜 이 힘든 경기를 뛰고 있을까 등등. 그러나 그 상태에서 어떤 해답을 얻기는 힘들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누구나 해볼 수 있을 만큼 쉬운 그런 하찮은 경기가 아닌 정말 값지고 멋진 경기를 함께 하고 있으며 좋은 경험, 쉽게 맛보지 못할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즐기자. 누구 말대로 끝까지 즐기는 거다!' 이내 마음이 편해진다. 억지로라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기 위해 노력을 했다.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보급소에 도착하여 걸어가며 뭐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물, 게토레이, 콜라, 얼음, 바나나, 오렌지, 파워바(한 잎에 들어갈 정도로 잘라서)가 준비되어 있었다. 모자를 벗어 얼음을 가득 채워 심장 부분에 대고 계속 얼음을 깨물으며 몸의 열기를 식혀 나갔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보급소와 보급소 사이에서는 절대 쉬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고 계속 앞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힘들게 약 8-10km미터를 뛰었을까. 몸의 열기가 좀 식는 것 같다. 얼음이 없었더라면 분명히 퍼졌을 것이다.
보급소마다 얼음을 보충하여 심장과 뒷목 등에 대어 체온을 낮추었고, 물은 받아서 머리에 쏟아 붓고 콜라 1잔과 오렌지 1-2조각 만을 받아 먹었다. 물을 좀 먹고 싶었지만 보급소마다 물 맛이 틀리고 어떤 곳의 물은 유황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콜라를 대신 먹게 되었고 오히려 속이 더 편했던 것 같다. 다시 부모님이 계신 곳을 지난다. 대략 14km 정도 뛰었다. 3분의 1을 뛴 것이다. 통상 모든 시합에서 1/3에서 2/3 지점이 젤 힘들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라톤 초반에 너무 힘이 들었고 그것을 견뎌내서 그랬는지 아직 2/3나 가야함에도 마음이 가볍고 힘도 나는 듯 하다. ENJOY THIS GAME!!! 부모님께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고속도로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가파른 언덕을 뛰어올라갔다. 언덕에서 걷고 있는 많은 선수들을 추월했고 힘있게 나아갔다.
언덕 정점에 한국인 관광객인지 교포인지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해준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관중도 거의 없고 제주에서의 대회와 비슷한 상황이다.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계속 거리를 계산하며 뛰어갔다. 긴 언덕을 넘고 또 넘고 몇 사람을 추월하기도 하고 추월당하기도 하고.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들이 조금더 많았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보급소에서만 걸으며 얼음과 콜라, 오렌지로 영양보충을 하고 나머지 구간은 쉬지 않고 뛰었다. 공항 1mile을 남겨두고 좌회전하여 바닷가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계산상으로 고속도로에서 마지막 반환점까지의 왕복거리가 6-7km나 된다. 눈으로 보기에는 얼마 안 되어 보이는데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갈수록 나를 추월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추월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반환점에 다가가면서 계속 양민석 선수를 찾았는데 보이질 않는다. 보급소에서 보급을 받는 동안 지나갔나 보다. 내심 한국 최초로 SUB 10 선수가 나오길 바랬는데, 시간으로 봐서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스페셜푸드(미리 맡겨둔 포도즙 1봉지와 소금을 조금 먹었다) 보급소를 포함해 보급소 2곳을 지나니 드디어 마지막 반환점. 반환점을 도니 간이 샤워장이 설치되어 있다. 마치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듯하게 설치를 하여 선수들이 물무게로 인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되어 있다. 잠시 얼굴에 시원한 물을 축이고 다시 뛰어갔다. 이제 남은 거리는 대략 13∼14km 정도. 시계는 10시간을 지나가고 있다. 정말 열심히 뛴다면 SUB11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의 몸상태로는 그 정도 스피드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며 그 긴 언덕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언덕 정상에서 야광봉을 나누어준다. 받지 않았다. 해지기 전에 들어가려는 굳은 의지 표현이라고 해야하나? 드디어 10여km 지점. 10시간 20분 정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언덕이 많은 것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목표달성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내 앞뒤로 선수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의지력이 조금 약해지고 있었으나 걷지는 않았다. 보급소 2개를 남겨놓았을까? 어떤 자원봉사자(교포 2-3세쯤 되보임)가 한국어 몇 단어로 격려를 해준다. 그래 뛰자. 결승점까지 거리 계산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목표시간도 계속 수정되고 있다.
마지막 언덕이 보이고 이젠 2-3km 정도 남은 것 같다. 11시간이 넘어가고 있고 금방이라도 해가 질 듯이 붉은 석양이 빛나고 있다. 늦어도 해지기 전에는 들어가야 되는데. 마지막 언덕을 올랐다. 이제 코나읍내 한바퀴만 돌고 들어가면 된다. 옛부터 상당수의 선수들이 이 돌아가는 코스에서 퍼졌다고 한다. 뛰어보니 생각보다는 긴 거리임에 틀림없다. 5-6명을 계속 추월해 나갔다. 무리를 좀 했는지 이제 약 1km 정도 남은 것 같은데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든다. 11시간 10분!
마지막 코너를 돌자 멀리 결승점이 빛나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세계 각국의 깃발들이 좌우로 꽂혀 있고 수많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소개되는 나의 국적과 이름 소리마저 묻어버릴 정도로 축하를 해준다. 지금까지의 모든 어려움과 갈등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고 결승점의 밝은 라이트에 내가 영화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해진다. '여유있게 걸어들어갈까? 아님 끝까지 전력질주를 할까?' 손을 뻗어 관광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결승점 가까이에 아버지가 계셨다. 11시간 14분 25초. 505등. 결승점을 통과한 후 뒤돌아서서 크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하와이에서의 축제는 그렇게 끝이 났다.
자원봉사자 두분이 다가와 메달과 화환(?)을 걸어준다. 좌우측에서 나를 부축하며 괜찮냐고 묻는다. 감정이 격앙되어서인지 아무런 통증이 없다. 결승점을 통과할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나올뻔 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감동스럽게 만들었을까? 암튼 제주대회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칩을 건네주고 기념 촬영을 하러 줄을 섰다. 아무래도 혼자 찍기에는 너무나 아까워 부모님을 어렵게 찾아 모셔왔고 같이 기념촬영을 하였다.
할 것 다하니 다리가 부서질 정도의 통증이 시작된다. 마사지를 해주는 곳에 가서 마사지를 받는데 너무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 주어서 그런지 좀처럼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침대에 누워 잠시 쉬겠다고 하고 누워있는데 온몸이 떨린다. 의료봉사자인 듯한 분이 와서 이것저것 묻는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참 한스러웠다. 가져다주는 모포를 덮고 따뜻한 야채스프를 좀 먹고 누워있으니 좋아진다.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일어나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피자 한 조각(정말 짜다. 전라도 김치보다 짜서 콜라를 벌컥벌컥 마셔야 했다)과 콜라를 마시고 완주 티셔츠를 찾고 시합전에 한국선수들과 약속했던 장소로 갔다.
쉬고 있던 동안에 장상근, 이덕봉, 민갑호 선수까지 들어왔단다. 마라톤 시작때 상근 형님과 5-6km 차이밖에 나지 않아 따라잡힐 줄 알았는데 음식이 잘 못되는 바람에 뛰다가 길가에 누워 쉬었단다. 하와이 와서 제일 많이 긴장하며 준비도 많이 해서 일을 낼 줄 알았는데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숙소에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기 싫을 것 같아서 약속장소(거다란 나무 밑인데 결승점 30m 전 지점이라 골인하는 선수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에서 같이 축제를 즐겼다. 70세가 넘은 분, 장애인 등등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수많은 철인들이 결승점을 향해 뛰어들어간다. 제주대회를 함께 했던 회원님들은 그들의 얼굴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듯한 그 만족스럽고 감격스러운 표정들. 또 한 번 눈물이 나올뻔 했답니다.
오상미 선수가 들어오고 주정규, 이종철, 강동석 님까지 들어왔다. 이제 김하련 선수만 남았다. 10시 20분경 상미가 하련이를 마중나간단다. 이 어둠에 어디를 뛰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대단하다. 전국의 철인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오상미. 상미의 저런 면이 있었기때문이 아니었을까. 잠시후 상미가 흥분해서 뛰어온다. 잠시후 두 팔을 벌리고 비행기처럼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결승점으로 뛰어들어오는 선수가 있었다. 예상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들어오는 김하련 선수.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전날 상미랑 약속을 했단다. 싸이클만 시간 내에 끝낸다면 마라톤에서는 절대 걷지 않으리라고. 그리고는 보급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걷지 않았단다. 골인을 하여 의료팀에 들어가 치료를 받는데 괜찮을 거란다. 한국선수들끼리 기념촬영을 하고 일부는 숙소로 올라가고 일부는 12시 축제가 끝날때까지 결승점에서 환희의 순간들을 함께했다. 드디어 12:00시 되었다. 1,470명이 출발하여 1,400여명이 좀 못되는 선수들이 완주를 했단다. 관중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고 다른 한국선수들도 숙소로 올라갔다. 결승점 셋트를 치우기 위한 중장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다년간의 경험이 엿보인다.
의료팀에서 걸어나오는 하련이를 맛사지 센터에 데려다주고 잠시 출발선의 부둣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뭔가를 생각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무엇에 홀린 듯. 입가에 웃음만이 흐른다. 워낙에 부족한 실력에 참가한 하와이 대회라 아쉬움도 많았고, 목표도 달성치 못했지만 나 자신에게 지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홀가분하고 뿌듯한 기분이었다고 해야하나? 마사지를 끝낸 하련이를 데리고 숙소로 올라왔다. 1시가 다 된 시각. 부모님만 아직 주무시지 않고 반겨주신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 10월 7일 ]
결승점에서 약 2-3km 정도 떨어진 곳에 마련된 싸이클 결승점으로 싸이클과 싸이클, 런닝 용품을 찾으러 갔다. 수영 끝날때와 싸이클, 결승점과 기념대에서의 사진들을 벌써 팔고 있었다. 대단히 신속하다. 사진은 큰 것이 한장에 10불, 작은 것은 5불씩 판매를 한다. 몇장 되지 않는 것 같은데 80불이나 된다. 그래도 기념이 될 만한 것 아닌가.
숙소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부모님과 쇼핑을 하러 나갔다. 말이 쇼핑이지 코나에선 물건들 살만한 곳이 몇곳 되지 않는다. 앞서 말씀드린 B&L, BIKE&WORKS, NYTRO(? 철인용품 전문점), 리복, 그외에는 토산품을 파는 곳들뿐이다. 선물용 티셔츠 몇장, GU, 어제 나누어드린 신발끈 고정용품 등등 얼마 사지도 않았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30만원을 훌쩍 넘긴 것 같다.(태그에 써있는 가격에 별도의 세금을 지불해야한다.) 상점마다 조금씩 세일을 하긴 하는데 시합 끝나고 2-3일 후에 본격적인 세일을 한단다. 담에 하와이 가시는 분들은 좀 여유있게 일정을 잡으시면 좋겠지요?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꾸렸다. 잔차 분해해서 싣고 구입한 물건들 꾸리고 한참 걸렸다. 현영형이 부탁한 팜플릿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정리도 잘 안되고.(어제 뒷풀이때 오시라니까 오지도 않고 집으로 와서 찾아가시길) 짐을 다 싸니 오후 5시경.
잠시 후 시상식이 시작된다. 선수들과 함께 카보로딩 파티가 열렸던 장소로 내려갔다. 카보로딩 파티때보다 음식이 더 좋지 않다. 서양사람들은 맛나게 먹는데 우리 입맛과는 좀 다른 듯. 주정규 님은 정말 못걸어가실 정도로 드시는 것 같다. 에이지 그룹별로 5명씩 시상을 하고 프로들은 남녀 각각 10명씩 시상을 한다. 남자 1위는 미국의 팀 데붐, 여자 1위는 스위스의 배드만(?)이다. 수상 소감 길기도 하다. 수상받은 선수들 축하에 이어 약 20분 정도로 편집된 대회 비디오를 시청하였다. 우리선수들도 간혹 눈에 띈다. 나는 나오지 않았지만.
파티 후 한국선수들은 숙소에서 한 잔 하겠다고 올라갔고,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바닷가를 따라 거닐며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였다.
[ 10월 8일, 9일 ]
아침 6시 30분 부모님과 오상미 선수와 함께 공항으로 가서 티켓팅하고 호놀룰루로 갔다. 어렵게 싸놓은 잔차 가방을 열어 일일이 뒤진다. 아마도 테러대응 전쟁이 시작되어서 그러리라. 여튼 비행기 출발시각 15분 전까지 검색을 당했고 호놀룰루에서도 까다로운 검색에 줄을 서는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대한항공에 탑승을 하니 벌써 한국에 도착한듯하다. 올때와는 달리 계속 해가 떠있다. 먹고 자고 깨서 먹고 자고 깨니 한국에 도착. 날짜가 바뀌어 10월 9일 오후 5시이고, 비가 많이 온다.
마중나와 주신 협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공항에서 외곽순환도로 타고 과천지나 남태령에서 졍이 만나 김현수 중령님 축하 파티 참석. 4-5일 이상 시차때문에 고생한 것 같습니다.
제주대회 끝나고 하와이 가게 되었을 때에는 언제 10월 6일이 되냐고 했는데 벌써 하와이 대회가 끝났고 10일이나 더 지나버렸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하와이에서의 감흥을 잊지 못하고 있고,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군요.
아이언윙에 정말 하와이에 가고 싶어하는 철인들이 많은 것 알고 있는데 너무 자랑을 하는게 아닌가 하여 좀 우려가 되기는 하지만 제 마음 다 아시죠? 전혀 그런 마음이 있는 거 아니라 제 경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드리고 싶어서 며칠에 걸쳐 긴 글을 남겼는데 언젠가(내년이 되겠지요) 회원님들 중에 하와이에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새로운 환경에서 풀코스 한 번 더 뛴것에 불과하지만 그 규모나 지원면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대회였구요, 개인적으로는 같이 운동하는 아이언윙 형님,누님들의 사랑과 지영이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더 없이 즐거웠던 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실력있는 한국 철인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구요.
이제 춘천마라톤이 며칠 안남았네요. 지금 격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거 잘 아시죠? 천천히 컨디션 조절 잘 하시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는 잔차훈련3부장이 되겠습니다. 한번 국공철 되었다고 교*해지는 김*맹 ^^ 등등 처럼 되지 않게 스스로 채찍질을 해가며, 회원님들과 오래도록 즐겁고 행복하게 운동했으면 합니다.
다시한번 모든 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드리구요,
지영이에게도 감사의 말씀 남기고 싶습니다. 용환 형이 어제 그러더라구요.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냐고. 잘 못 보신듯 한데. 지영이의 사랑이 담긴 경기복은 내년 제주대회때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ㅎㅎ 사랑한다.
첫댓글 아!~~~ 하와이 하와이 하와이...다 같이 갑시다. 가서 수영연습도 하고....찜질방 할인 티켓도 있는데 내가 쏩니다.
니나 가라 하와이.......ㅋㅋㅋ(친구버젼)
2002년 속초아연맨에서 싸이클 국내 1위 했다는 싸이클 강자인데,,,그땐 왜그랬는지 런을 7시간 했다는군요
왜냐구요?무릎인지,발목인지 부상을 입어서 걸어서 완주했답니다.
엇,,,위철,,,잘있죠,,,요즘 송치오선배 활동 안하는것 같던데...비밀훈련하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