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8일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1-10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백성에게 들려주시던 말씀들을 모두 마치신 다음, 카파르나움에 들어가셨다.
2 마침 어떤 백인대장의 노예가 병들어 죽게 되었는데, 그는 주인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3 이 백인대장이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유다인의 원로들을 그분께 보내어,
와서 자기 노예를 살려 주십사고 청하였다.
4 이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이렇게 말하며 간곡히 청하였다. “그는 선생님께서 이 일을 해 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5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도 지어 주었습니다.”
6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가셨다. 그런데 백인대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르셨을 때,
백인대장이 친구들을 보내어 예수님께 아뢰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7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8 사실 저는 상관 밑에 매인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9 이 말을 들으시고 예수님께서는 백인대장에게 감탄하시며, 당신을 따르는 군중에게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10 심부름 왔던 이들이 집에 돌아가 보니 노예는 이미 건강한 몸이 되어 있었다.
예수님의 명함
어떤 사람이든지 자기를 알아주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아느냐 모르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명함도 만들고, 그 명함에 많은 것들을 덧붙여서 소개도하고, 그렇게 선전도 하고, 광고도 하고, 홍보도 하고, PR(public relations)도 하면서 자신을 알리려고 애를 씁니다. 대중에게 어떤 사실을 알리기를 원하는 PR의 주체는 사업체, 개별 정치인, 배우나 작가, 정부나 정부기관, 자선단체, 종교단체 및 기타 특정 개인이나 단체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PR은 의뢰인에 대한 정보를 집중·생략·과장·확대하여 공중에게 전달함으로써 공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날 나는 정치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명함을 받았는데 사진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념하고, 그동안의 경력이나 학력이 정말 화려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자세히 알게 되었지만 너무 과장하고, 허풍이 많다는 것을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명함을 만들기를 은근히 두려워한답니다. 또한 복음묵상의 시간이나 다른 시간에 나 자신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을 꺼리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내 글을 대하는 사람이 내 실체를 알고 더 실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겁도 나고, 내가 묵상에서 내 삶을 속속들이 전부 드러냈기 때문에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말하는 것을 내가 살지 못하고 묵상하고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심적 중압감도 아주 크게 작용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낱낱이 토해 놓으면, 나는 묵상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께서 지금 이 세상에 계신다면, 어떤 명함을 가지고 다니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명함을 만들라고 제자들에게 시키셨을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어떻게 당신 자신을 PR하시고, 사람들에게 ‘당신을 알아달라고 주문하실까?’생각해 보았습니다. 도저히 상상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대부분 당신에 대하여 떠드는 사람들에게 함구령을 내시고, 제자들에게도 함구령을 내시는 주님이시니 명함을 만드실 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백인대장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명함도 없고, 소문내지 말라고 그렇게 함구령을 내리신 주님의 진면목을 알아본 백인대장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광고나 선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구전(口傳)이라고 합니다. 입소문이 가장 무섭고,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떠들고 다니는 것보다 사람들이 자신이 들은 것에다가 살을 붙이고, 거품을 붙여서 다른 사람들의 ‘귀에 소리’가 가장 선전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입소문을 내고 다니는 사람들을 몇 명만 확보해도 장사를 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음식점, 미용실, 병원, 학원 등도 그렇게 입소문으로 잘 되는 사업이랍니다.
구전을 100%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은 확인도 하고,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백인대장은 주님의 진실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신뢰하며, 자신의 처지와 경험을 바탕으로 주님께 믿음을 고백합니다. 백인대장은 점령국가에서 파견된 사람입니다. 주님을 직접 불러 명령할 수도 있고 군인들을 보내서 강제로 끌고 갈 수도 있으며, 구금할 수도 있는 신분입니다. 그러나 그는 감히 직접 부탁도 하지 못하고, 유다의 원로를 통해서 주님께 청을 넣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는 주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집으로 찾아오시는 주님께 친구를 보내 자기 집에 오시는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두려워합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느님을 이방인의 집에 모시는 것은 하느님을 불결하게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죄인이라서 주님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부정한 자라고 생각하고, 부정한 채 주님을 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그냥 말씀만 하셔도 종의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살펴보니 나는 정말 얼굴을 들 수 없이 부끄러운 모습이랍니다. 칭찬 받을 짓을 하나도 하지 않았고, 죄를 짓고도 아주 뻔뻔합니다. 그리고 주님을 더러운 몸에 아무 생각 없이 모시려고 합니다. 믿음의 수준이 정말 아주 낮은 수준에 있으면서도 상당한 수준에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뽐내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명함을 돌리고, PR도 하고, 그렇게 세상을 살았습니다. 초라한 자신을 바라보면서 지금은 그냥 멍청하게 앉아 있을 뿐입니다. 백인대장의 고백을 자꾸만 되 뇌일 뿐입니다. “주님, 제가 주님을 모시기에 부당하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낫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하느님께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1서 말씀입니다. 2,1-8
사랑하는 그대여, 1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
2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여, 우리가 아주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3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구원자이신 하느님께서 좋아하시고 마음에 들어 하시는 일입니다.
4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5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도 한 분이시니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6 당신 자신을 모든 사람의 몸값으로 내어 주신 분이십니다. 이것이 제때에 드러난 증거입니다.
7 나는 이 증거의 선포자와 사도로,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과 진리를 가르치는 교사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나는 진실을 말할 뿐,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8 그러므로 나는 남자들이 성을 내거나 말다툼을 하는 일 없이, 어디에서나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기를 바랍니다.
축일9월 18일 성녀 리카르다 (Richardis)
신분 : 황후
활동 연도 : +895년경
같은 이름 : 리까르다, 리카르디스
성녀 리카르다는 840년경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Alsace) 지방 노르트가우(Nordgau)의 백작인 에르찬가르(Erchanger)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22세 때인 862년에 독일왕 루트비히(Ludwig der Deutsche)의 아들인 카를 3세(Karl III)와 결혼했다. 그들 사이에는 자녀가 없었다. 결혼한 지 19년이 지난 881년 성녀 리카르다는 남편과 함께 로마로 가서 교황 요한 8세(Joannes VIII)로부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황후로 대관식을 올렸다. 카를 황제의 통치 기간에 노르만인들이 프랑스 북부 해안을 지속해서 침략해 약탈하고 강을 따라 도시까지 내려왔지만, 황제는 효과적으로 이런 위협에 대처하지 못했다. 887년 무능한 황제는 광기에 휩싸였고 위기를 극복하려 남편 대신 노력하는 아내를 시기한 나머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성녀 리카르다를 대신과의 간통 혐의로 위험에 빠뜨렸다.
성녀 리카르다는 남편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타오르는 불길 위를 지나가는 시험을 받게 되었다. 그녀는 맨발로 맹렬한 불길 위를 걸어갔으나 조금도 해를 입지 않아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남편의 불신에 낙담한 그녀는 남편과 별거하기로 하고 친정의 보호를 받으며 황궁을 나와 알자스의 앙들로(Andlau) 수녀원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그녀는 수녀들의 생활을 그대로 실천하며 보속의 삶을 살다가 평화롭게 선종해 그곳에 묻혔다. 카를 황제는 887년 11월 조카 아르눌프(Arnulf)의 반란으로 퇴위당하고 다음 해 1월 사망했다. 성녀 리카르다는 후에 가톨릭교회에서 성인이 되었고, 1049년 교황 레오 9세(Leo IX)는 그녀의 유해를 새로 건립한 수도원 성당으로 옮겨 모셨다.
교회 미술에서 성녀 리카르다는 그녀의 생애에 근거해서 황후 복장 또는 수녀복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성녀 곁에 곰과 쟁기와 함께 그려지곤 한다. 곰은 그녀와 관련된 전설에 따른 것으로, 성녀 리카르다가 황궁을 나와 숲속을 방황할 때 천사가 나타나 수녀원을 세우라고 하며 곰이 그 장소를 알려줄 것이라 했는데, 강변에는 땅을 파고 있는 곰을 보고 그곳에 앙들로 수녀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앙들로 수녀원은 이미 그 이전부터 있었다. 또 다른 전설은 그녀가 숲속에서 이미 죽은 새끼 곰을 안고 있는 곰을 발견하고 그 곰을 만지자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그 기적 이후로 어미 곰과 새끼 곰은 줄곧 그녀 곁에 머물렀다고 한다. 성녀 리카르다는 앙들로와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수호성인이며 화재 예방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다.
오늘 축일을 맞은 리카르다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