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스님의 백문백답
1.사찰마다 왜 탑이 있나요?
탑을 세우려고 하면 먼저 부처님의 사리가 있어야 합니다. 사리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나서 다비, 즉 화장을 하고 나서 나온 모든 유골을 말합니다. 이 사리를 부처님처럼 생각하면서 절의 가장 중심인 대웅전 앞쪽에 모시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불상을 모시기 이전에는 불상보다 더 먼저 탑 신앙이 발전을 했었던 것이죠. 그러다가 이후에 부처님의 모습을 딴 불상에 대한 신앙이 시작되고, 따라서 탑은 그 절의 중심에서 우리 신앙의 대상으로서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탑은 더 많이 세우고 싶고 하다 보니, 후대에는 탑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법신사리라고 하는 법화경을 모시는 것으로서 탑을 신앙하게 되었습니다.
2. 사리란 무엇인가요?
사리는 신앙적으로 보면 삼학인 계(戒) 정(正) 혜(慧), 즉 계율(戒)을 잘 지키고, 참선(正)을 통하여 마음을 고요히 하여 지혜(慧)가 밝아지는 이런 수행을 꾸준히 일생을 함으로서, 그 수행의 결과로서 사리가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사리는 수행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8섬 4말이나 되는 사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 계량의 개념으로 8섬 4말이 아니고, 인도 당시의 표현으로 많다는 뜻으로 8섬 4말의 사리가 나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리가 나오니까 부처님을 존경하던 많은 제자와 나라의 국왕들이 서로 부처님 사리를 모시기 위해서 사실은 경쟁을 했던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아쇼카왕은 인도를 통일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널리 펴고자 봉안했던 사리를 다시 나누어서 8만 4천 탑을 세웠다고 합니다.
사리는 부처님의 수행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수행의 결과로서의 사리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높이 사서 우리 생활 속에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진신사리도 신앙의 대상으로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서는 법신사리,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3. 탑돌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시 어릴 때 다리 밟기라고 하는 것을 해 본적이 있나요? 정월대보름이 되면 동네에 큰 다리가 있으면 그 다리를 나이 숫자만큼 왔다갔다 밟기를 합니다. 그러면 그 한 해는 모든 액운이 다 없어지고 좋은 일만 온다고 하는 민간신앙이 내려왔습니다.
마찬가지로 탑을 도는 것은, 첫째는 신앙적으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존경, 공경, 예경을 나타내는 것이며, 두 번째는 부처님에 대한 그런 존경심을 다시 내 삶 속에서 구현하겠다는 서원의 한 기도로서 하는 것입니다. 촛불을 켠 연등을 들기도 하고, 아니면 합장을 하고 돌기도 하는데 보통 탑을 세 바퀴 돌고 합장반배를 합니다.
그러면 탑을 돌 때는 어느 쪽으로 돌아야 할까요? 우리가 오른손은 부처님 손, 왼손은 중생의 손, 이렇게 통상 얘기를 합니다. 인도에서는 오른손으로 음식을 먹고 왼손으로는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나서 뒷일을 하는 손이죠. 인도에 가서 왼손으로 음식을 집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은 실례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나의 오른쪽이 부처님 쪽으로 향하게 서면 시계방향이 됩니다. 그것은 나의 소중하고, 깨끗하고, 청정한 것을 부처님 쪽으로 향해서 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탑돌이를 할 때는 시계방향, 즉 자기 오른쪽 손이 탑을 향해서 도는 것, 이것이 올바른 탑돌이 방향입니다.
4. 언제부터 스님들은 화장을 했나요?
화장법은 인도에서부터 내려오는 하나의 전통입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같이 들어 온 외래문화라고 할 수 있겠죠. 불교적 정신에서 보면 사실 이 육신이라고 하는 것은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의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져 있다가 인연이 다하면 흩여져버리니, 흩어져 버리는 이 육신은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원래에 있던 지수화풍으로 다 돌려놓는다고 하는 차원에서 화장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그런 마음의 한 표현으로써 화장을 하게 됐고, 화장을 하다 되니 수행의 한 결정체인 사리를 수습하는 일은 종교적 의식으로서 중요하게 내려오고 있는 하나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시청자질문 : 부도탑은 왜 사찰 입구에 있나요? 그리고 마당에 있는 탑과 어떻게 다른가요?
질문에 부도탑 이라고 한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냥 부도(浮屠)라고 해야 합니다. 탑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 또는 법신사리를 모셨을 때만 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님의 사리를 모셨을 때는 탑이라고 하지 않고 부도라고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탑은 신앙의 중심이 되어져서 대웅전 앞쪽으로 자리를 잡지만,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는 절의 경내로 들어가질 않고 절 입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스님들의 묘를 모아놓은 곳이라고도 하겠지만, 묘하고 다른 것은 스님들의 사리만 모셨기 때문에 부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심산스님의 정말 쉬운 불교 한 문장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부처님의 육신을 통해서 나온 사리만 생각하고 거기에 집착한다면 이것도 어리석은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사리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인 법신사리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법신사리라고 표현할 때는 법화경을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법화경은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설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이는 것에만 너무 얽매이지 말고 진짜 우리가 다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그 마음, 이것을 우리가 챙긴다면 그것이 올바른 신앙이고 신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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