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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의 원인은 데이터를 이중 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와 함께 데이터센터에 있는 예비 전원용 배터리 문제도 심각하다. 이번 화재는 SK C&C 데이터센터의 지하 3층 전기실에 보관 중이던 예비용 리튬이온 배터리 한 곳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발생했다. 이 배터리는 비상 전력 공급 역할을 하는 일종의 ESS(에너지 저장 장치)다. 자동 소화 설비가 불길을 잡지 못했고 소방 인력이 8시간여 만에 불을 껐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등에 흔히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이 훼손되면 화재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이 화재는 진화하기도 어렵고 폭발·감전 우려가 있다.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로 배터리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배터리 한 개에서 촉발된 화재로 온 나라의 일상이 마비된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에 생각지도 못한 취약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러 배터리가 한데 모여있는 ESS가 안전사고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ESS는 발전소·공장·병원 등에 설치돼 비상 전원으로 쓰이는데, 최근 6년 사이 ESS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가 38건에 이르고 있다.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도 그중 하나로 봐야 한다.
ESS 화재의 원천 차단이 어렵다면 이를 지하가 아닌 지상에 설치하고 ESS의 전원을 주(主) 시설과 분리하면 설사 불이 나더라도 다른 피해는 막을 수 있다. SK C&C 데이터센터가 이런 기준으로 설치돼 있었다면 카카오 먹통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시설의 안전 기준을 전면적으로 검토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