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그렇게 맑지는 않으나 큰비가 오고 난 뒤라서 물에 들어가 놀만 했다.
현수와 현영은 텐트를 치고 가져온 물품으로 점심을 준비하는 영섭을 여자애들이 도왔다
두 개의 버너를 켜고 하나에는 씻어 온 쌀이 들어있는 냄비에 물을 부어 앉히고 다른 냄비에는 매운탕 거리를 넣은 냄비를 올리고 바람막이를 돌리고. 점심을 준비하는 희수와 소란은 재미가 있는 듯 연신 웃고 재잘거리며 몸놀림이 경쾌하다.
두 개의 텐트를 다 칠 때쯤 하여 점심 준비도 끝나 모두는 매운탕과 밥 냄비를 중심으로 빈 양재기 그릇과 숟갈을 들고 둘러앉아 연신 숟가락질하며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은 밥과 매운탕뿐이지만 영섭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매운탕은 그 맛이 일품이다.
서로는 누가 더 먹을세라 말도 없이 열심히 수저를 움직인다.
그늘도 아닌 볕에 앉아 뜨거운 매운탕을 먹으면서도 덥다고 투정하는 사람이 없고 바닥이 난 밥 냄비와 매운탕 냄비를 들여다보며 입맛을 다시고 앉아 있다.
“소란아! 매운탕이 정말 맛이 있다. 그렇지?”
숟가락을 놓으며 한 희수의 말에
“그래 정말 점심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이 매운탕 누가 만든 거예요?”
소란이의 물음에
“어머니가.”
하고 영섭이 멋쩍게 웃는다.
“영섭이 오빠는 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요?”
이번엔 희수가 물었다.
“아니야. 너희들이 온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특별히 만들어 주셨어.”
“피이. 나와 소란이가 온다는 것은 오빠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어떻게 아셔?”
“그래! 내가 말을 잘 못 했다. 현수와 우리가 강변으로 놀려간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다. 됐냐?”
“됐어요. 그런데 이다음에 오빠 색시 되는 사람은 살 많이 찌겠다. 늘 이렇게 음식이 맛있으면 많이 먹게 될 테니까.”
그 말에 모두 하! 하! 호! 호! 한바탕 웃었지만, 현영의 웃음은 골이 지는 것 같고 그런 농담을 한 희수는 무안해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점심 후 가위, 바위, 보로 정한 설거지 당번으로 소란이와 현영이 결정되었다. 두 사람이 설거지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현수는 가져온 튜브에 바람을 넣고, 영섭은 고기 잡는 어항 놓을 자리를 만들려고 물에 들어가기 위해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꾸어 입었다.
반바지를 입고 런닝만 걸친 영섭의 훤칠한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가 희수에게는 다시 한번 다비드의 상을 연상케 하고 지난번 헤어질 때 손들며 웃던 미소와 함께 소녀의 마음에 또 하나의 강한 인상을 심어 놓았다.
영섭의 몸매를 보고 감탄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희수를 본 현영은 반바지만 입고 위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현영도 꾸준한 운동을 하여 몸매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현영의 몸매를 본 소란이
“야! 현영이 오빠 몸매가 짱이네.”
하고 감탄을 한다.
그 소리에 현영은 계면쩍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고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나오던 희수는 현영을 돌아보고
“그러게.”
하고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저쪽에 물 가운데서 어항을 놓고 있는 영섭에게로 향했다.
“이거 난 창피해서 옷을 못 벗겠네.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비하면 괜찮은 몸맨데 얘네들만 만나면 주눅이 든다니까.”
현수의 이 말에 뒤에 남은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를 들으며 희수는 근육질이 많아 보이는 현영의 몸매가 영섭의 미끈하고 탄력이 있는 몸매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쩜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의 몸이 소녀에게는 더 좋게 보였는지 모른다.
어항 놓기를 다한 영섭이 일어나 나오다가 자기 쪽으로 오고 있는 희수를 보고 수영복 위에 가벼운 웃옷을 걸친 희수의 자태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숙한 여자의 몸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동생 같은 여고생인 여자애에게 지나친 감정 이입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싱긋 웃으며 따라오라고 한다.
다시 영섭은 손짓하여 현수 등을 불렀다.
그래서 그곳에 있던 현영과 현수, 소란이도 같이 따라왔다.
영섭이 데리고 간 곳은 지대가 좀 높은 곳으로 그곳은 강물이 휘돌아 가는 수심이 깊은 곳이나 물이 맑아 강의 바닥이 보이는 곳이다.
그곳에서 영섭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본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탄성을 발했다.
흔히 말하는 팔뚝만 한 고기들이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움직이는 고기 떼를 손으로 가리키며 연신 탄성을 지르는 희수 등을 바라보며 영섭은 강물의 흐름을 따라 때로는 적당히 거슬리고 때로는 순응하면서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유려한 몸놀림에 마음을 빼앗기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깨닳게 된다고 말씀하시던 낚시광이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중풍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하시기 전 틈만 나면 낚시가방을 메시던 아버지는 어린 영섭을 데리고 낚시 가시기를 좋아하셔서 종종 동행했던 영섭은 아버지가 고기도 잡지 못하면서 또 낚시를 가느냐는 어머니의 핀잔을 듣고 나오셔서도 낚시로 낚은 어린 물고기를 놓아주시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낚시로 고기를 낚기보다는 낚시질 자체를 즐기시는 것을 알았다.
텐트로 돌아온 영섭이네들은 가져온 튜브를 타고 물장구를 치고 놀다가 적당한 때에 물속에 어항을 꺼냈다.
은빛 비늘을 퍼덕이는 피라미들이 들어있는 어항을 꺼낼 때마다 희수와 소란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저녁때가 되어 잡은 물고기에 배를 따 가지고 이모네 집으로 가서 이모에게 부탁하여 튀김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집 안 청소까지 하여 놓고 영섭이네를 기다리던 이모는 사랑스런 조카가 모처럼 친구들과 같이 왔다며 무엇이 그렇게 좋으신지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로 “이것 좀 먹어 보아라 저것 좀 먹어 보아라.” 하시며 딸기다, 수박이다, 참외다, 내오신다.
강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에 평상에 앉아 과일을 잔뜩 먹은 이들에게 이어서 나온 저녁상을 보고 영섭이네들은 입이 벌어졌다.
자기들이 잡아 온 물고기 튀김 외에도 연어 회와 낙지회가 곁들어진 저녁상은 진수성찬 그대로다.
“이모님 감사합니다.”
영섭이 먼저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고 다른 사람들도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래!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많이 먹어라. 음식을 장만한 이모의 성의를 생각해, 특히 연어는 강에서 이모부가 낚시로 오늘 잡은 것이다. 맛있게 많이 먹어라.”
“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이들은 웃고 떠들며 긴 시간 동안 저녁을 먹었다.
긴 여름의 해가 서산으로 숨은 지도 오랜 깊은 밤이 되었다.
여자애들을 위해 이모님이 방을 하나 더 비워주셨지만, 이들은 아직 잘 생각이 없어서 모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모기향을 피워 놓고도 모자라 모기장을 친 큰방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심심한데 내가 수수께끼를 낼 테니 너희들 맞추어 볼래?”
영섭의 말에
“무슨 수수께낀데요?”
역시 희수가 제일 먼저 반응했고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이 동하는 듯 영섭을 쳐다본다.
영섭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어느 나라 왕자님이 어느 늦은 가을날 사냥을 나갔어.
그 왕자님이 산속에서 사냥에 정신이 팔려 짐승을 쫓다가 산중에서 길을 잃었지.
길을 잃고 헤매던 왕자님은 지친 몸을 이끌고 헤매다 산속에 있는 커다란 연못가에 이르게 되었어.
그 연못에는 연못 가득 연꽃이 만발하고 연못가에는 숲이 우거지고 나무가 어우러진 가운데 잔디가 잘 자란 정원 같은 곳이 있었어.
몸이 지친 왕자님은 쉬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하고 하루 저녁을 거기서 유하기로 하고 잡은 사냥감을 모닥불에 구어 배를 채우고 하늘에 무수한 별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느직하여 자리를 깔고 누어서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연못에서 은은한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 처음에는 자기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소리가 점점 커져 놀래서 눈을 떠보니 연못에서 선녀들이 배를 타고 왕자님이 자려고 하는 곳으로 나오고 있는 거였어.
그 모습을 보고 남의 정원을 자기가 차지 하고 있다고 생각한 왕자가 자리를 걷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자 그 선녀들 중 한 사람이 왕자님! 왕자님! 하고 부르는 거야.
그래서 멈칫거리고 있는 동안 배가 연못가에 닿고 선녀들이 모두 내려 왕자에게로 오는데 그중에 제일 곱게 차려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왕자에게로 와서 사뿐히 절을 하고는
‘저는 연못 속 용궁에 사는 용왕의 딸이고 이들은 저의 시녀들인데 왕자님이 홀로 여기에 오신 것을 용왕님이 보시고 길을 잃고 외로우신 것 같아 저희를 보내어 위로해 드리라고 하시어 왔습니다.
그러니 저희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시고 날이 새면 떠나시기 바랍니다.’ 하고는 시녀들이 가져온 음식을 차려놓고 연희를 베푸는 거야
그래서 왕자님은 용왕 딸의 손을 잡고 밤새도록 춤추고 노래하며 즐겁게 지냈어. 즐겁게 지내던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됐는데 용왕의 딸이 갈 시간이 되어 떠난다고 인사를 하는 거야. 밤새도록 용왕의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왕자는 아름다운 용왕의 딸한테 반해 그렇게 헤어기가 싫어 자기와 자기 나라에 가서 결혼하자고 프로포즈를 했어.
그랬더니 용왕의 딸이 이렇게 말하는 거야
‘왕자님의 용안과 늠름한 모습에 반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그러려면 왕자님이 한 가지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그래서 왕자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어.
‘왕자님! 지금 왕자님이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연못에는 수많은 연꽃이 만발하여 있고 또한 안개가 짙게 많이 끼었습니다. 지금 내가 연못으로 들어가서 내 연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를 하면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여 내 꽃이 피어 만발함과 동시에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아침 해가 빛날 것입니다.
그러면 왕자님이 수많은 연꽃 중에서 내 연꽃을 찾아 그 꽃을 따서 가지고 가시면 제가 왕자님을 따라가도록 용왕님이 허락하실 것입니다.
단 꽃을 찾으실 때는 이 꽃 저 꽃 살펴보시는 것은 좋으나 왕자님이 이거다 생각하시고 따실 수 있는 꽃은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단 한 번 따시는 것으로 내 꽃을 따셔야 합니다. 연못을 돌아다니시려면 배을 사용하실 필요하실 것이기에 작은 배도 한 척 두고 갑니다.’
하더니 시녀들을 데리고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홀연히 사라지는 거야 올 때처럼, 그런데 용왕의 딸이 물속으로 들어가고 좀 있더니 정말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아침 해가 찬란히 빛나는 거야
눈부신 아침 햇살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왕자님은 용왕 딸의 말이 생각나 그녀의 꽃을 찾기 시작했지만, 왕자는 그 많은 연꽃 중에 용왕의 딸 연꽃을 찾는 것이 망막했어. 한참을 애를 태우고 다녔지만, 왕자는 꽃을 찾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여러분한테 부탁했어. 여러분이 찾아 달라고.
어떻게 하면 용왕 딸의 연꽃을 찾을 수 있을까?」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즐독
지키미님!
구리천리향님!
무혈님!
기상조건님!
감사합니다. 벌써 5월입니다. 봄이 가려합니다. 가는 봄 즐거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