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온천 다녀온 제 얼굴을 보고 옆방 시인 왈,
"선생님, 얼굴이 반들반들해요." 하며 부러워하더군요.
"샘도 다녀오세요." 했더니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11시쯤 촌장님과 함께 외출해야 한다고.
"그럼, 온천이 7시에 문 여니까 그때 다녀오세요." 했더니 그러겠다고...
오늘 아침 7시 풍경입니다.
온통 뿌애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앞유리만 간신히 긁어내고 화순온천 가는 중...
데려가 주겠노라 약속했으니 지켜야지요.
온천 앞에 내려주고 다시 돌아오니 오전 7시 30분.
달이 둥그렇게 떠 있고 서리 내린 나무는 온통 하얗습니다.
오전 9시 10분쯤 데리러 가기로 해서 늘쩡늘쩡 시간 보내다 보니 8시 30분.
옆방 시인이 좋아한다는 토란탕과 저 맛보고 가라고 끓여주신 시래기콩탕(맨 오른쪽)
시래기 걸려있는 걸 보고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끓여주신 듯해요.
얼마 전에 시래기국도 끓여주신 것 같은데 그때는 제가 인천 가 있어서 먹지 못했거든요.
오전 9시에 화순온천 앞 도착.
예전에 못 찍었던 공룡 두 마리가 떡 버티고 있는 입구 사진도 찍고.
야외무대도 찍어보고.
어제 온천에 와 보니,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아쿠아나에도 초등학생 손님들이 꽤 많은 듯했어요.
100% 온천수니 얼마나 좋겠어요.
이 지역 아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
담양이고 화순이고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너무 멋져요.
9시 10분에 옆방 시인 다시 태워 글을 낳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옆방 시인은 인기 시인이라 여기저기서 부르는 사람이 많고 하루도 편히 쉬는 날이 없더라구요. 거기다 감기까지 걸려서.ㅠㅠ
에구, 언니뻘인 내가 도와줘야지 어쩌겠어요.
날씨가 영상으로 올라가니 수생식물 기르는 고무대야(?)의 물도 다 녹고.
12월 4일 왔을 때 파릇파릇했던 시래기는 이제 노릇노릇.
목련나무 꽃순도 피어오를 준비를 하는 듯하고
어느 이른 봄날, 힘차게 꽃망울을 터트리겠지요. 그 모습을 보면 참 영광이겠지만.ㅠㅠ
그래도 아직은 겨울.
우단동자와 등심붓꽃에 내려앉은 서리 좀 보세요.
오늘 아침 나무들이 서리 내려앉아 온통 하얗더니 햇빛 퍼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떼는 모습이란!
옆방 시인이랑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침을 함께 먹었어요. 혼자 먹는 것보다는 둘이 먹는 게 훨씬 입맛 돌더라구요.
내일이면 떠날 옆방 시인은 짐 싸서 택배로 부치느라 바쁘더니
동영상 좀 찍어달라고 하네요.
동네책방 행사하는데 보낼 거라고.
옆방시인은 고양에서 책방 하다 올 2월에 접었대요. 잘 안 돼서.ㅠㅠ
11시 되자 옆방시인 창평으로 이 지역 시인들 만나러 나가고.
저는 한갓지게 글 좀 쓰려고 화순에 있는 백아 카페로 왔어요.
카페에서 조금 올라가면 눈썰매장이 있는데 오늘, 꼬마 손님들이 엄청 많이 왔네요.
다행히 카페는 조용^^
카페 주인이 저를 보고 반가워하며 말하네요.
"여기 얼마 전에 오셨죠?"
"예, 글을 낳는 집에서 왔어요. 너무 좋아서 또 왔는데 이제 언제 오게 될지 모르겠네요."
"언젠가 이 근처 오시게 되면 꼭 다시 들르세요."
참 눈썰미 좋은 주인장이네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백아 흑당소금커피'와 대파소시지빵을 시켜놓고.
늘 앉는 자리,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폈어요.
와, 신기해요.
이곳에 오기만 하면 글이 참 잘 써져요.
갖고 간 책 두 권도 샅샅이는 아니더라도 읽었고
얼기설기 짠 시놉도 제법 탄탄하게 끝까지 짜고.
오후 3시 30분쯤 돌아와 다시 뒹굴뒹굴.
오늘 저녁엔 송별회가 있다고 들었어요.
내일 두 분의 시인이 가시고
모레는 저와 강준 소설가 샘이 가시고...
두 분의 남자 샘(소설가 한 분과 시인 한 분)이 남으시게 됩니다.
1월이면 또 다른 작가들이 자리를 메꾸시겠지요?
송별회 준비로 훈제오리고기를 준비해 놓으셨다고 남자 작가분들이 말씀하셨는데
안주인이 어느 새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해 놓으셨어요.
산초장아찌, 봄똥겉절이,
직접 만든 족발, 청경채, 배추물김치
잡채
떡볶이.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다시 만나는 게 사람의 인연이겠지요.
여기 오신 작가분들은 전국의 작가 레지던스를 두루두루 다니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
알고 보니 전국에 작가 레지던스가 상당히 많았었네요.없어진 곳도 꽤 많아요.(대표적인 게 만해마을과 토지마을- 이 두 곳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강준 소설가는 이번에 와서 석 달 동안 쓴 1100매 장편소설을 내년 3월 땅끝마을 집필실에 들어가 수정하여 탈고하겠노라고 하시네요. 해남에는 그러고 보니 작가 레지던스가 두 군데나 되네요.
저는 처음 경험해 보는 집필실살이여서 좋은지 안 좋은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갖고 간 책 '굿바이 미쓰비시'를 지난 번에 강준 소설가와 박서준 소설가는 드렸는데
두 분은 드리지 못해 오늘 만난 김에 드렸네요.
송기역 작가와 이재훈 시인.
그랬더니 이재훈 시인이 시집을 들고나와 주십니다.
오늘 처음 뵙는데 인상이 참 순하고 선하십니다.
헤어지면 어느 곳에서 또 다시 만날 지 모르겠지만
만약 만나게 되면 참 반가울 것 같습니다.
내일 오전 9시 김이듬 시인과 이재훈 시인이 떠나고...
저는 모레 오전 9시 인천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오늘....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바빴던 날.
바빴지만 보람차고 의미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첫댓글 진짜 소문대로 정성스런 상차림들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을, 그것도 매번 바뀌는 여러 사람을 상대로 상을 내놓는다는 게
너무 놀랍습니다.
안샘은 기대하던 성과 얻으신 거 같네요. 축하드려요.
밥이 맛있다는 소문에 '에이, 거기로 밥 먹으러 가나?' 했는데 와보니 대접 받는 기분입니다.
짧은 한 달동안 나름 선전했어요. 나들이도 하면서 글도 쪼끔 쓰고...ㅋ
옆방시인에게도 안주인님께도 선생님은 최고!
글쎄요.ㅋㅋ 배려를 하느라고 했는데...안주인께는 배우고 싶은 음식이 몇 가지 있었는데 워낙 바쁘셔서...ㅠㅠ 시래기콩탕과 무장아찌가 정말 맛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