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故김영한 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일부. 불교를 비롯한 종교 각계의 사찰과 외압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제공=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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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 신성민·노덕현 기자] 청와대가 조계종 등 불교계에 대한 사찰(査察)과 조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은미 콘서트장 대여 발단된 불교계 전반 査察 정황 증거 “1970년대 공안 통치로 퇴행 정교분리 위반, 헌정 유린해”
故김영한 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일부를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11월 22일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 장소제공 관련 조치 要’라는 내용과 3일 뒤인 11월 25일 ‘장(長)’이라는 표시와 함께 ‘조계사-황선 장소제공-경위 조사 후 조치(자승)’라고 쓰여진 내용을 확인했다. ‘장(長)’은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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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중 11월 22일 부분.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 장소제공 관련 조치 要'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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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발단인 ‘황선&신은미 콘서트’는 2014년 11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서 열린 행사다. 하지만 이들의 콘서트는 종북 논란이 가열되며 장소를 대여한 조계사에 대한 보수단체들의 비난이 집중됐다. 비망록에 기록된 11월 22~25일은 종북 논란이 집중된 시기와 맞닿는다.
비망록에 의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 조계종 측은 12월 8일 현재 관련자료 파악 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부는 불교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는 이미 2012년 정부의 불교계 불법사찰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는 범불교도대회 전 당시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했다”고 규탄했다. 중앙종회는 불법사찰이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주요소임자와 주요사찰 주지에 대한 계좌추척 등으로도 이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사찰 의혹에 대해 불교계 승가 및 시민단체들은 모두 공분했다. 현재 구성된 시국회의를 중심으로 한 대응도 계획 중이다. 실천승가회 공동대표 일문 스님은 “청와대 회의에서 조치를 요구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배한 심각한 사건”이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강력한 대응을 통해 불교계를 기망한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소장은 “이는 1970년대 공안통치의 모습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며 “한국 사회를 감시·통제하려는 가장 비민주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불거진 의혹에 대한 내용을 파악해 시민사회의 입장을 조속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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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중 11월 25일자 부분. 비서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과 '조계사-황선 장소제공-경위 조사 후 조치(자승)'이라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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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사찰과 외압은 불교뿐만 아니라 종교계 전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12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종교계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비망록에서 ‘신부-뒷조사/ 경찰, 국정원 Team(팀) 구성 → 6급 국장급’이라는 8월 7일자 메모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원장은 “청와대가 특정시각으로 종교계를 좌우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이런 대응 자체가 정부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교계도 청와대와의 조치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함께 종교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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