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명의 시인이 퇴소하는 날.
옆방 시인 김이듬 시인과
또 한 명, 별로 얘기 나누지 못한 이재훈 시인.
옆방 시인은 석 달 동안 있어서 그런지 눈물까지 글썽이더라구요.
옆방 시인이 떠나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컵이라면서 주고 갔어요.
나 닮아서 귀여운 컵이라면서.ㅋㅋ
제가 크리스마스 연주 때문에 자주 쓰는 모자에 이런 장식 붙이고 나타난 거 보고
깜짝 놀라더니....
그 후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떼지 않고 쓰고 다니는 거 보고 문화적 충격을 느꼈나 봐요.ㅋ
그 후로 계속 귀여운 선생님, 귀여운 선생님 하고 부르더라구요.
두 사람이 떠나고
저는 부엌 청소를 했어요.
닭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따로 담아 놓았다가
작별인사도 할 겸 닭장에 갔지요.
역시 반갑게 총총총 달려나오네요.ㅋㅋ
두 사람이나 퇴소를 하니까 분위기가 뒤숭숭.
아마도 연말이라서 더 그런 듯도 해요.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그래서 고서 로컬푸드 매장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단감 한 박스, 감말랭이 두 봉지, 황금배추 두 포기(여기서 처음 봤는데 정말 먹음직스럽더라구요)
밤호박 조그만한 것 두 개,
표고버섯 3봉지(1kg에 4,000원. 가격이 내렸어요.)
계산하러 가는데 앗! 청양고추다!
청양고추는 며느리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것.
산모퉁이 청양고추로 장아찌를 담갔는데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150g 한 봉지에 1,500원.(며느리 선물로 10봉지를 샀어요.)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외식을 해 보자 결심했지요.
사람들이 맛있다면서 자주 먹고 오는 창평국밥을요.
어디가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눈에 띄는 간판이 있어 들어갔더니만....
세상에나, 여기가 바로 유명한 맛집이었던 거예요.
차들이 주차장에 꽉 차 있고, 음식점 안은 그야말로 바글바글.
어찌나 놀랐는지...
내장, 머리, 순대가 들어있다는 모둠국밥(9,000원)을 시켜보았어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창평국밥, 창평국밥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가, 했더니만...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국물이 시원하더라구요.
건더기는 사실 제가 그닥 선호하지는 않아요.(특히 비계는 질색)
미션 클리어한 느낌으로...ㅋㅋㅋ
이곳 글을 낳는 집(세설원) 안주인께서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먹거리들.
산야초 식초, 된장, 마늘 꾸지뽕 약선 고추장, 국간장.
국간장은 파는 건 아닌데 제가 특별히 부탁드렸어요. 나물 무칠 때 국간장을 넣어야 맛있거든요.
그동안 정들어서
저만 나타나면 냥냥대면서 다가오는 이 구역 최고참 방울이에게도 이별 선물로 맛있는 캔을 듬뿍 주고.
다른 냥이들은 도대체 어디를 간 건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네요.ㅠㅠ 갖고 간 캔이 제법 남았는데...
12월 한 달 동안 머물렀던 글을 낳는 집.
글을 낳지는 못하고 품고만 갑니다.
집에 돌아가서 잘 다듬어서 내년에는 낳도록 해야겠지요.
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고 먹을거리 풍부한 담양땅에서 잘 먹고 잘 쉬다 갑니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겠죠?(격년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하니)
그때는 꽃 피는 계절에 오고 싶습니다.
굿바이, 담양!
굿바이, 글을 낳는 집!
첫댓글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오시니 고마운 일이네요.
글을 품었으니 때되면 숨풍 낳겠지요. 수고하셨어요.
예, 선생님^^ 일단 반찬 걱정 안 하니 살 것 같더라구요.ㅋㅋ
맨날 하는 얘기지만, 집이 제일 좋아요^^
멀리 가서 있다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
멀어서 좀 힘들었지만 멀어서 또 좋기도 했어요.
해남 백련제 작가 모집한다고 저희 남편이 선생님께 알려리래요 ㅎㅎ
집 밖에 계셔서 피곤하실껀데요
저도 들어가 봤어요. 그곳은 6개월 있어야 하더라구요.
처음보다 점차 여유가 느껴져서 편히 구경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처음엔 엄청 힘들었지요. 낯설고 두렵고...
이제 좀 익숙해지니 떠나야하네요.
한 달 이상 있는 사람들, 참 대단해요.
작별 인사가 진합니다. 저도 좋으면서 서운해지네요. 좋은 날에 꼭 다시 다녀오셔요~
예, 다시 갈 수 있기를...꽃 피고 초록초록한 풍경을 꼭 보고 싶어요.
벌써 끝나다니 시간 참 빨리도 흐르네요.
글 쓰실때 어디선가 추억이 묻어서 나올 것 같아요
아는 작가가 없으니 외롭긴 해요. 시인들은 서로 잘 알더라구요.ㅋ
담양살이 느낌 왠지 알것같아요 ㅎㅎ
저도 비록 짧지만 비슷한 추억들이 있었으니.
아하, 어딘지 알겠어요. 아마 비슷할 것 같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