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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텐슈타인 연구-이이남

'젝슨폴록연구'

이이남의 `달항아리 풍경’

행복한 눈물’로 잘 알려진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포토그래픽으로 패러디한 작품이다.
명화를 영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과 질주를 꼬집고 있다

작가 이이남씨의 '자연으로부터'(42inch, 미디어설치 작품.2007년)
조선의 천재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비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의 인상적 모습을 잘 포착해 ‘인왕제색도’를 그렸
다. 산 아래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산 위쪽은 멀리서 위로 쳐다보는 시선으로 그려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주고 있다.
그런데 후대의 작가 이이남(39)은 이 ‘인왕제색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낮에서부터 저녁과 밤으로 가는 시간의 흐름
을 포착하는 영상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인왕제색도’에 등장하는 인왕산 기슭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어둠의 기운이
깔리고 어느덧 산 속의 집에서는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겸재의 ‘인왕제색도’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느
낌이다.
10년째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명화로 작업의 폭을 확대했다. 모네, 조르주 쉬라,
겸재 정선, 남농 허건, 추사 김정희 등의 동서양 명화가 등장하는가 하면 추상 표현주의 작가 잭슨 폴록과 팝아티스트 앤디 워
홀 등 현대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달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아트페어(CIGE)에서는 한국작가 이이남(39)의 흥미로운 미디어아트 작품이 출품돼 눈
길을 끌었다. 서울의 학고재화랑이 그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들고 나간 것. 신사임당의 ‘초충도’ 속 나비와 벌레가 애니메이션
기법에 의해 움직이고, 그 위로 꽃잎이 난분분 날리는 작품이었다. LCD화폭에선 새의 지저귐과 가야금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
었다. 그런데 바로 옆 중국화랑 부스에 이이남 작품과 너무나 흡사한 중국작가 작품이 내걸려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이 ‘짝퉁
작품’ 역시 꽃밭에 나비가 날아드는 미디어아트였다.
이이남의 작품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아 중국에서도 지난 3년간 일곱차례 선보여졌는데 드디어 그의 컨셉을 그
대로 모방한 짝퉁이 탄생(?)한 것. 중국은 ‘짝퉁대국’이어서 동양고전과 첨단과학의 절묘한 만남을 시도한 이이남의 독특한 작
품이 소개됐을 때부터 이미 카피(copy)가 예상됐었다.
이이남 작가는 “고풍스런 산수화와 문인화에 눈이 내리고, 새가 날아드는 애니메이션 설치작업이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언젠가는 유사작품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작품을 보니 몹씨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더구나 남의 작품을 모
방한 작품임에도 ‘중국작가 작품’(중국인들은 자국작가 작품을 특히 선호한다)이라는 이유로 이이남 작품보다 20~30% 높게
팔려 한국측 관계자들은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최근들어 이이남은 동양 고전 뿐 아니라 모네, 르느와르 등 서양고전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등 작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
다. 첨단테크놀로지와 만나는 ‘클래식’의 영역을 더욱 확대한 셈인데 요즘 LG 등도 거의 흡사한 방식으로 명화패러디 CF를 선
보여 눈길을 모은다.

이처럼 유사작품이 늘어나자 이이남 작가는 LCD모니터를 병풍처럼 꾸민 ‘디지털 병풍작품’의 특허를 출원, 5월말에는 특허가
나올 예정이다. 이이남 작가는 “미디어아트는 참신함과 아이디어가 생명인데 비슷한 작품이 잇따라 나와 ‘앞으로 더 잘 해야겠
구나’하고 바짝 긴장하게 된다”며 “주재료로 쓰던 초박막 LCD모니터도 컴퓨터가 내장된 MMC2로 바꾸는 등 작품 테크닉과 내
용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중국 작가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