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47일만에 어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은 자신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통치권자의 고유한 권한의 일환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특히 공수처에서 담당하는 대통령을 향한 내란죄수사에 대해서 윤대통령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을뿐 아니라 서울 서부 지법에서 발급받은 체포영장은 불법이고 무효라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영장 실질 심사를 신청하여 법원에서 이유 없다고 기각 당 한 바 있습니다. 또 18일 서울 서부 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윤대통령 본인과 변호사들이 직접 참석하여 구속영장발급이 부당하다는 이유를 판사에게 설명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공수처의 구속영장 발급저지에 실패했습니다.
심리학에서 의미 있는 기다림보다 생각 없는 행동을 선호하는 인간의 심리를 행동편향(Action Bias)라고 합니다. 행동 편향은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축구경기에서 페널티 킥의 장면을 떠 올려 봅니다. 페널티 킥을 차는 킥커 입장에서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기 위해 골대를 중심으로 세가지 경로 즉 중앙,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공을 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골키퍼의 경우 작전상 한쪽을 포기하고 예상되는 쪽으로 미리 점프해야 킥커가 찬 공을 겨우 잡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골키퍼는 오른쪽이나 왼쪽 중 한쪽을 포기 하고 한쪽방향으로 점프하며 킥커의 공을 잡을 작전을 구사하는 일이 현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골 키퍼가 킥커보다 먼저 움직일 경우 키퍼는 확율면에서 킥커보다 불리합니다.
즉 킥커의 공격 루트는 3가지(오른쪽 중앙 왼쪽) 방향인 반면 골 키퍼의 선제적인 수비 방향은 오른쪽 또는 왼쪽 중 한쪽 방향으로 치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축구경기의 경우 아무래도 골 키퍼가 받는 심리적 압박이 더 크기 때문에 골키퍼가 대개 킥의 방향을 예측하고 미리 움직입니다. 이 경우 킥커는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빈 공간(만일 키퍼가 오른쪽으로 점프한 경우)즉 가운데나 왼쪽으로 킥 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 집니다.
아무튼 공수처의 수사를 불법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공수처에 변호사 선임계를 냈고, 서울 중앙지검에 체포영장 실질심사를 신청하여 기각당 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 영장 담당 판사가 공수처의 서울서부법원 영장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서울 중앙지검을 기피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편법으로 shopping 했다는 주장을 펼쳐봐야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또한 공수처가 서울서부 지방법원에 낸 구속영장 신청에 윤석열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로 직접 참석하여 40여분에 걸쳐 presentation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장 담당 판사가 공수처의 구속영장 신청을 허가하여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불법수사라는 윤대통령의 논리가 허구였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변호인은 법적 절차상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여 방어권에 충실 함으로서 지지계층의 감성적 여론에 호소하는 부수적 효과를 일정부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중대사는 지도자 한사람의 결단에 의지하기보다 엘리트 그룹이 함께 참여하는 제3자의 시각을 반영해야 좀더 완전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도 결국 한사람의 나약한 개인에 불과하기 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판단의 실수를 하거나, 이기적인 동기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원래는 안 그랬던 사람이 권력의 맛을 본 지도자가 순간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도자의 독단을 제도적으로 견제할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제도는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을 시성(諡聖)하기전에 후보자를 엄격하게 조사하는 방법으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후보자들은 평소 교회에서 신도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후보자의 자격을 조사하는 사람도 개인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마련입니다. 악마의 변호인은 검증과정에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으로 보일 만큼 후보자의 작은 결함까지 찾아내어 집요하게 의혹을 제기합니다. 악마의 변호인이 집요하게 제기하는 모든 의혹의 관문을 통과한 경우에 만 지도자는 비로소 성인의 칭호를 받게 됩니다.
사마천의 사기 상군열전(商君列傳)에 千人之諾諾(천인지낙낙) 不如一士之 諤諤(불여일사지 악악)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직역하자면 “천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 무조건 ‘예예’하고 대답하는 것은 한 명의 올곧은 선비가 나서서 ‘아니오’하고 반대하는 것만 못하다” 즉 “천명의 아부하는 소리가 한 명의 정직한 직언만 못하다 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의 스타일은 추측컨데 나라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를 좋아하고, 유능한 인재를 곁에 두고 경청하는 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그에 곁에는 순자(荀子)선생이 말하는 간신(諫臣), 쟁신(爭臣), 보신(輔臣), 불신(拂臣)에 해당하는 참모가 있었는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세간의 소문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그런 참모들의 조언이 결여된 것 같습니다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선생이 쓴 순자(荀子), 신하의 도리(臣道)편에 의하면 “임금에게 그릇된 계획과 그릇된 일이 있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왕권이 무너질까 두렵게 된다. 이 때 임금의 부형 중에 임금에게 진언하여 임금을 설득하여 궁극적으로 나라를 안정시키는 신하의 노력의 정도에 따라 아래와 같이 구분해서 불렀다고 합니다:
간신(諫臣). (임금의 그릇된 계획과 그릇된 일에 대해서) 진언하여 그 말이 받아들여지면 괜찮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간신(諫臣)이라 한다.
쟁신(爭臣). (임금이 그릇된 계획과 그릇된 일에 대해)임금에게 진언하여 그 말이 받아 들여 지면 괜찮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죽음을 무릅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쟁신(爭臣)이라 한다.
보신(輔臣). (임금의 그릇된 계획과 그릇된 일에 대해)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 여러 신하들과 많은 관리들을 거느리고 함께 임금에게 강요하여 임금을 굴복시키고, 임금이 비록 불안 해 하더라도 그의 말을 따르게 하여 마침내 나라의 큰 환란을 해결하고 나라의 큰 피해를 제거하여, 임금을 존중하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보신(輔臣)이라 한다.
불신(拂臣). (임금의 그릇된 계획과 그릇된 일에 대해)임금의 명령에 항거하고 임금의 권력을 절취하여 임금이 하는 일에 반대함으로써 나라의 위태로움을 안정시키고 임금의 치욕을 제거하여, 그의 공로가 나라의 큰 이익을 이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불신(拂臣)이라 한다.
순자(荀子)선생은 군주와 신하의 상호작용에서 파생하는 이로움과 해로움을 기준으로 순종, 아첨, 찬탈 그리고 국적에 대해서도 정의를 내렸습니다.
순종. 명령을 따르며 임금을 이롭게 하는 것.
아첨.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것.
충성.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이롭게 하는 것.
찬탈.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것.
국적(國賊). 임금의 영예나 욕됨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것도 거들떠보지 않으며, 간사하게 영합하여 구차하게 받아들여져, 봉록을 지탱하고 교제 범위를 넓힐 따름인 것. 이런 자를 국적(國賊)이라 한다.
인재등용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순자의 계보인 한비자 설의에서 명군과 암군의 신하를 쓰는 법의 장단점을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명군은 안으로 가까운 인척일지라도 뛰어나기만 하면 피하지 않고, 밖으로 사적인 원한이 있을지라도 탁월하기만 하면 이를 피하지 않고 등용한다. 그 누구일지라도 언행이 실적과 부합하면 발탁하고, 그렇지 못하면 내친다. 그러나 암군은 신하의 속마음과 연행을 속속들이 알지 못 하면서도 남의 말만 믿고 나라일을 맡긴다. 그 화가 작을 경우는 군주의 명성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영토가 줄지만, 클 경우는 나라가 망하고 일족이 몰살당한다. 신하를 쓰는 일이 밝지 못한 탓이다.”
순자 선생과 그 계보를 잇는 한비자는 충간(忠諫)의 중요성에 대해서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은 선포 전 각료회의에서 의결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각료들에게 충분한 의사를 개진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 나라가 겪고 있는 혼란과 미증유의 후유증에 대한 책임을 각료들에게 전부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12.3 비상계엄을 주도했으므로 비상계엄후 혼란과 후유증에 대해서 윤대통령과 김전국방장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당국의 엄정한 수사로 12.3 비상계엄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12.3 비상계엄의 교훈은 대통령도 한사람의 나약한 인간에 불과 하기 때문에 제3자의 견제와 비판이 개입되지 않을 경우 나라에 큰 재앙이 될 매우 큰 잘못을 부지부식 간에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의 공동체 구성원간 공감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그릇된 일과 그릇된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국시대 사상가 순자(荀子) 선생이 말하는 충직한 인재를 발탁하고 등용하는 일이 국정운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대통령의 월권을 견제하고 비판할 제도와 인재의 발탁등용 필요성에 대해서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