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여름
햇살이 구름에 가리워도 덥다. 여름이 깊어가고 있다. 길을 걷다보니 멀리 논에 누런 색깔의 벼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아뿔사! 벼논에다 제초제를 살포한 모양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옛날 어른들은 한해농사를 망쳤다며, "설농했다'라고 하셨다. 전업농시대, 그때 저렇게 해놓았다면 동네가 시끌벅적 했을게다.
일반적으로 벼포기가 노란 것은 어릴때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이다. 다음주 초복을 앞둔 이 시기까지 벼가 노란 상태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벼의 생육기간은 어릴때 90일에서 120일 정도라고 배웠다. 품종에 따라, 기후를 달리하여 재배기간이 틀리다는 말이다.
요즘은 품종개발로 80일 까지 단축되었다고 한다. 동남아 등지에서는 1년 3모작을 한다고 하니,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우리도 벼 2모작이 가능해지겠다. 그때 평화롭게 농사나 지어볼까나...ㅎㅎ
저수지에 연꽃들이 피었다. 나는 연꽃을 보면 그냥 아름답다기 보다는 세속에서 격리된 심오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흔히 연꽃은 불교의 상징으로 만물을 탄생시키는 창조력과 생명력을 지녔다고 한다. 하늘의 보배로운 꽃으로 여겨진다.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도 맺어 인과의 이치와 맞아 불상의 받침대는 연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어머니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고카마싯다르타가 사방 일곱 발자욱을 걸으면 연꽃이 피어났다고도 했다.
연꽃을 불교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는 3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진흙에 뿌리 내리고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러운 곳에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한송이 꽃을 피운다.
둘째는 진리를 상징한다. 연꽃은 꽃잎이 필 때 씨방도 함께 여문다. 즉 꽃이 자랄 때 꽃잎과 씨방이 같이 자란다. 인과를 상징하고, 과거 현재 미래 삼세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는 불성(佛性)에 있다. 꽃을 활짝 피운 연꽃은 씨앗이 떨어져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는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인연이 되면 다시 꽃을 피운다.
참! 연꽃하면 연상되는게 심청이다. 심청의 설화는 중국에도 있다. 아무튼 공양미 300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졌으니...이후 연꽃이 심청이를 떠받치고 올랐다니 심청이 기일이 이때쯤일까?
아무튼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저력과 고마움을 가슴속에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