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이숙병을 우렸다. 검은 탕빛이 우러나왔다. 한약 같은 탕빛의 그 맛은 어떨까. 맛은 부드러웠다. 특징적으로 튀는 맛은 아니다. 향은 대추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뜨겁게 우려 한 잔 마시니 좋았다.
숙병은 내포성이 좋은 편이다. 나는 이 숙병에 또는 다른 숙병일지라도, 유자차를 넣어서 같이 우리곤 한다. 그러면 유자향이 어우러져 풍부한 맛이 난다. 이 풍부한 맛에 의해 입 안에서 바디감이 살아난다.
숙병은 여러 차와 블랜딩해서 마시면 좋다. 물론 다기로 우리지 않고 주전자나 탕기에 끓여서 마셔도 좋다. 겨울에 여러 약재나 허브차를 넣고 끓여 마셔도 좋고, 꿀을 첨가해 마셔도 좋다.
이 차를 펼쳐보니,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찾은 내용을 그대로 메모해 놓은 것이 보인다. 차 포장지의 한자어는 때로는 행서체나 초서체로 써 있으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들이 있다. 아마도 이 보이숙병 차도 그랬는가 보다.
물론 이렇게 한자를 그때는 익히는가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이 자가 뭔 자이지?' 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한자를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도 검색으로 다 알 수 있으니까, 분명 좋은 세상이다.
아래는 이 차를 왜 '지'라고 이름 지었을까?에 대해서, 네이버 한자 사전에 나와 있는 그대로를 옮겨 본 것이다. 여기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지'는 '차나무 가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차의 '엽저' 상태를 보면 줄기보다는 차나무의 어린 잎으로 만들어진 차이다.
여기서 줄기는 쇤 차나무 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돋아난 차나무 줄기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줄기도 지난해 가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형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줄기는 잎보다 거칠다. 청명 무렵에는 줄기가 아예 없이 새싹만 돋아나고, 곡우 앞뒤로는 줄기가 생긴다. 곡우 이후에는 줄기가 부쩍 자란다. 입하 이후에는 줄기가 길어진다.
그러므로 이 차는 봄차에 해당하고, 곡우 이후에 채취한 찻잎일 것이다. 차 포장지에는 2018/04/27일이라고 쓰면서 확인해보니 그리 적혀 있다. 그러니 곡우 이후가 맞다. 아마도 찻잎 채취한 날짜를 기준으로 한 것 같다. 숙병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원재료가 될 모차를 만든 날을 기준 해서 포장지에 적어 놓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차를 '지'라고 한 이유는 봄에서 자라난 줄기가 포함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지'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봄차의 가지, 즉 일아이엽 또는 일아삼엽의 찻잎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라는 의미가 가능해진다.
차에서 차나무 잎이나 또는 차나무 자체를 모티브로 이름을 지을 때, 그 원료의 특성을 간과한 채 이름을 지을 수는 없다. 그 차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부합하지 않으면, 그 차의 의미가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차 이름들을 보면, 어떤 이해가 엿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그것은 저 깊은 곳을 언뜻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건 나의 생각이다. 원작자의 생각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다만 이렇게 유희적 방식으로 유추해보았다는 것이다.
'지'의 의미로, '금지옥엽'의 의미가 가장 합당할 것 같다. 「금(金) 가지에 옥(玉) 잎사귀」
차나무 가지에서 채취한 옥 잎사귀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남지락북지개'에서도 이렇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겨울을 버티고 봄을 열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만개했다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연리지'는 몸통만이 아니라, 모든 가지들마다 서로 갈라져 있지만, 한 줄기를 공유하고 있다. 차나무 잎도 그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계림일지곤산편옥'은 '겸손'을 의미한다고 표현되었는데, 차에서는 '하심'의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초심'의 의미가 언제나 ' 차 한 잔'의 의미라고 보이니까 말이다.
* 이상은 오래간만에 우려 본 보이숙병의 '지'를 보고 생각해 본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차공부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많은 차 이름 또는 한자들에 대해서 매번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찾아볼 때만 그렇게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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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지'의 뜻
枝자는 ‘가지’나 ‘버팀목’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枝자는 木(나무 목)자와 支(가를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支자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버티다’나 ‘지탱하다’라는 뜻이 있다. 枝자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支자를 응용한 글자로 여기에 木자를 더해 ‘나무의 가지’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목(木 나무) 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支(지 갈려 나온다)로 이루어짐. 나무 줄기에서 갈려 나온 가지의 뜻. 뜻을 나타내는 나무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支(지 갈려 나온다)로 이루어짐. 나무 줄기에서 갈려 나온 가지의 뜻.
_______아래는 '지'가 사용된 고사성어_____
南枝落北枝開 남지락북지개
「매화(梅花)의 남쪽 가지에서는 꽃이 떨어지고 북쪽 가지에서는 꽃이 핀다.」는 뜻으로, 한난(寒暖)의 차이(差異)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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連理枝 연리지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通)한 것」의 뜻으로, 화목(和睦)한 부부(夫婦) 또는 남녀(男女) 사이를 비유(比喩ㆍ譬喩)하여 이르는 말.
_유래_
백낙천(白樂天)은 당나라(唐--)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에서 양귀비(楊貴妃)의 맹세(盟誓)로 「하늘에 있어서는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기를(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鳥 連理枝)」이라고 노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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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枝玉葉 금지옥엽
「금(金) 가지에 옥(玉) 잎사귀」란 뜻으로,
1. 임금의 자손(子孫)이나 집안을 이르는 말.
2. 귀한 자손(子孫)을 이르는 말.
3. 아름다운 구름을 형용(形容)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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桂林一枝 계림일지
「계수나무(桂樹--) 숲의 한 가지」라는 뜻으로,
1.「사람됨이 비범(非凡)하면서도 겸손(謙遜)함.」의 비유(比喩ㆍ譬喩).
2.「대수롭지 않은 출세(出世)」의 비유(比喩ㆍ譬喩).
_유래_
진나라(晉--)의 극선(郤詵)이 현량(賢良)으로 천거(薦擧)된 것을 가리켜 계수나무(桂樹--) 한 가지를 얻은 데에 불과(不過)하다고 한 데서 온 것으로, 전하여 대수롭지 않은 출세(出世)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과거(科擧)에 급제(及第)한 것을 자랑하지 않고 겸손(謙遜)하게 말한 중국(中國)의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이다.
____계림일지의 유래는_____
桂林一枝崑山片玉 계림일지곤산편옥
「이제 겨우 계수나무 숲에서 가지 하나를 얻은 셈이요, 곤륜산(崑崙山)에서 나는 옥 한 조각을 얻었을 뿐입니다.」는 뜻으로,
1.「사람됨이 비범(非凡)하면서도 겸손(謙遜)함.」의 비유(比喩ㆍ譬喩).
2.「대수롭지 않은 출세(出世)」의 비유(比喩ㆍ譬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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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숙병 #지의의미 #금지옥엽_금가지에옥잎사귀 #하심_초심의_의미는_언제나_차한잔
첫댓글 늘 읽을 때마다 그래, 그렇구나를 연발함서요.
저도 숙차에 뭔가 다른 걸 섞어 우리면서, 느낌서 하나 둘 유추함이 더 심심하지 않음을요.
네 그렇게 차맛들을 살펴가는가 봅니다. 얼마전에 사진 정리하다가 생목님 사진 발견했어요. 생목님께서 댁에서 찻자리 펼치시던 그때가 떠올라서 사진 올려봅니다. 그때가 언제였었나 싶게 가물거리다가도, 사진 보니 다시 또 선명해집니다 ㅎ^^
@아란도 저 사진속의 때가 행복한 날이었답니다!
회색옷의 그 남자는 거의 7년이라는 날을 내게 말한마디 못하고 먼저 가버렸기에 늘 그리움만 남는답니다.
파주 지나가시거든 꼭 들리셔서 차향 느끼고 가세요.
감사드립니다!
@생목 같이 건강하게더 오래 계셨으면 했었는데, 나중에야 소식을 들었습니다. 네... 같이 건강하게 함께 하셨던 그때가 행복한 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기억 잘 간직하시면서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ㅎ 파주를 지나가고픈 마음이 콕콕 듭니다. 이곳으로 이사온 후 거의 어디를 잘 못 가고 있지만, 기회가 오기를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