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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1篇 在宥篇 第2章(장자 외편 11편 재유편 제2장)
최구가 노담에게 물었다.
“천하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착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노담이 대답했다.
“그대는 삼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 마라. 사람의 마음은 남을 밀쳐 내리고 자신을 올리려고 하는데 위에 있는 자와 아래에 있는 자가 서로 죽이려 하여 나긋나긋하게 하면서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하며 모질게 해쳐서 새기고 쪼아 대니 그 뜨거움은 타오르는 불길 같고 차가움은 얼어붙은 얼음 같고 빠르기는 고개를 숙였다 드는 순간에 온 세상을 두 바퀴나 돌 정도이고 가만히 있을 때에는 깊은 물처럼 고요하고 움직일 때에는 어느덧 하늘에 걸린다. 이처럼 제멋대로 내달려서 붙들어 둘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옛날 황제黃帝가 처음 인의仁義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댔으니 요堯와 순舜이 이 때문에 다리의 털이 없어질 정도로 부지런히 일해서 천하 사람들의 몸을 기르고 온몸을 수고롭게 하면서 인의를 행하고, 혈기를 괴롭히면서 법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 감당하지 못해서 요堯가 결국 환도讙兜를 숭산崇山으로 추방하고 삼묘三苗를 삼위三峗에 몰아내고 공공共工을 유도幽都로 유배 보냈으니 이는 천하를 감당하지 못해서이다.
이윽고 삼왕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크게 놀라게 되었으니 아래로는 걸桀과 도척盜跖 같은 대악당이 나타나고 위로는 증삼曾參이나 사추史鰌 같은 큰 인물이 나오게 되어, 유가儒家와 묵가墨家가 모두 일어나 이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가 서로 의심하며 어리석은 이와 지혜로운 이가 서로 속이며 착한 이와 악한 이가 서로 비난하며 거짓된 자와 신의를 중시하는 자가 서로 비웃어 천하가 쇠퇴하게 되었다. 현동玄同의 대덕大德이 해체되고 타고난 성명性命이 어지러워지고 천하 사람들이 지식을 좋아하고 욕심을 끝까지 부리게 되었다. 이에 이르러 자귀나 톱으로 자르는 형벌이 가해지고 새끼줄이나 밧줄로 묶어 죽이고, 몽치나 끌로 사람을 결딴내게 되어,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졌으니 이 죄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데에 있다. 그 때문에 현자들은 높은 산이나 험준한 바위 아래 숨어 살게 되고 한편 만승萬乘 대국大國의 군주는 조정의 권좌 위에서 근심 속에 두려워 떨게 되었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사형당해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서로 베개를 베고 누워 있고, 차꼬를 차고 칼을 쓴 죄수들이 서로 밀칠 정도로 바글거리고, 형륙刑戮을 당한 자들이 서로 마주 볼 정도로 많은데 유가와 묵가의 선생이란 자들은 차꼬와 수갑을 찬 죄인들 사이에서 뛰어다니며 팔을 걷어붙이며 뽐내고 있으니 아! 심하구나! 그들이 부끄럼 없이 수치를 모름이 심하다. 나는 성聖과 지知가 차꼬나 목에 씌우는 칼 따위의 쐐기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하겠고, 인의가 질곡桎梏을 채우는 자물쇠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하겠으니 어찌 증삼이나 사추가 걸桀이나 도척盜跖의 효시嚆矢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 때문에 성과 지를 끊어 버려야 천하가 크게 다스려질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崔瞿問於老聃曰 不治天下安藏人心
老聃曰 女愼無攖人心 人心排下而進上 上下囚殺 淖約柔乎剛彊 廉劌彫琢 其熱焦火其寒凝氷 其疾俛仰之間 而再撫四海之外 其居也淵而靜 其動也縣而天 僨驕而不可係者 其唯人心乎
(최구 문어노담하햐왈 불치천하면 안장인심이리오
노담왈 여 신하야 무영인심하라 인심은 배하이진상하나니 상하수살하며 탁약유호강강하며 염귀조탁하며 기열이 초화며 기한이 응빙이며 기질이 면앙지간에 이재무사해지외하며 이거야에연이정하고 기동야에현이천이라 분교이불가계자 기유인심호인저)
최구崔瞿가 노담老聃에게 물었다.
“천하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착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노담이 대답했다.
“그대는 삼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 마라. 사람의 마음은 남을 밀쳐 내리고 자신을 올리려고 하는데, 위에 있는 자와 아래에 있는 자가 서로 죽이려 하여, 나긋나긋하게 하면서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하며 모질게 해쳐서 새기고 쪼아 대니, 그 뜨거움은 타오르는 불길 같고, 차가움은 얼어붙은 얼음 같고, 빠르기는 고개를 숙였다 드는 순간에 온 세상을 두 바퀴나 돌 정도이고, 가만히 있을 때에는 깊은 물처럼 고요하고, 움직일 때에는 어느덧 하늘에 걸린다. 이처럼 제멋대로 내달려서 붙들어 둘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 최구崔瞿 : 인명. 실제의 인물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노담老聃 : 인명. 변무騈拇 이하의 네 편은 노자老子와 깊은 관계가 있는데, 최구崔瞿의 질문을 통해 보면 이편 이장의 작자作者는 제1장을 노담의 사상을 서술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안장인심安藏人心 : 어떻게 사람들을 착하게 할 수 있겠는가. 변무騈拇편 제5장에 이미 나왔다. 장藏은 선善의 뜻.
- 무영인심無攖人心 :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 마라. 영攖은 흔들어 대다는 뜻. 이 “무영無攖은 요란하게 흔들어대지 말라는 뜻(임희일林希逸).
- 배하이진상排下而進上 : 밀치면 내려가게 되고 떠받들면 올라가게 되니 쉽게 동요함을 말한 것(곽상郭象), 사람의 마음은 다른 사람은 밀쳐서 아래에 있게 하고 자기를 올려서 위에 있게 하려고 하니 모두 정상적인 마음이다(성현영成玄英).
- 상하수살上下囚殺 : 위에 있는 자와 아래에 있는 자가 서로 죽이려 함. 수살囚殺은 구속시켜 죽인다는 뜻. “수살囚殺은 만물을 가두어 죽임을 말함이다(육덕명陸德明)”. 상하上下는 바로 위 문장에 나온 배하이진상排下而進上의 상하와 같은 뜻으로 인간세人間世편 제1장에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밀치다[以下拂其上].”라고 한 것과 같은 의미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탁약유호강강淖約柔乎剛彊 : 나긋나긋하게 하면서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함. 탁약淖約은 부드럽고 약함. 소요유逍遙遊편 제3장에 이미 나왔다.
- 염귀조탁廉劌彫琢 : 모질게 해쳐서 새기고 쪼아 댐. 염廉은 모질다는 뜻. 귀劌는 해침.
- 기질其疾 : 아래의 其居也, 其動也의 경우를 볼 때 잘못해서 也가 빠진 듯하다.
- 재무사해지외再撫四海之外 : 사해를 두 바퀴 돈다. 온 세상을 두 바퀴 돈다, 두 번 왕복往復한다는 뜻. 무撫(어루만질 무)는 幠(덮을 호)의 가차자假借字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 이거야其居也 연이정淵而靜 기동야其動也 현이천縣而天 : 가만히 있을 때에는 깊은 물처럼 고요하고 움직일 때에는 어느덧 하늘에 걸림. 향수向秀본에는 이而자가 없고 높고 멀기를 바라기 때문에 하늘에 걸렸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육덕명陸德明)
- 분교僨驕 : 제멋대로 내달림. 곽상郭象은 “금지할 수 없는 형세[不可禁之勢].”라고 풀이했다.
昔者에 黃帝始以仁義 攖人之心 堯舜於是乎 股無胈 脛無毛 以養天下之形 愁其五藏以爲仁義 矜其血氣以規法度 然猶有不勝也 堯於是放讙兜於崇山 投三苗於三峗 流共工於幽都 此不勝天下也
(석자에 황제시이인의로 영인지심하니 요순이 어시호에 고무발 경무모하야 이양천하지형하며 수기오장하야 이위인의하며 긍기혈기하야 이규법도하나 연이나 유유불승야하야 요어시에 방환도어숭산하며 투삼묘어삼위하며 류공공어유도하니 차는 불승천하야니라)
옛날 황제黃帝가 처음 인의仁義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댔으니 요堯와 순舜이 이때문에 다리의 털이 없어질 정도로 부지런히 일해서 천하 사람들의 몸을 기르고 온몸을 수고롭게 하면서 인의를 행하고, 혈기를 괴롭히면서 법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 감당하지 못해서 요堯가 결국 환도讙兜를 숭산崇山으로 추방하고 삼묘三苗를 삼위三峗에 몰아내고 공공共工을 유도幽都로 유배 보냈으니 이는 천하를 감당하지 못해서이다.
- 황제黃帝 : 인명. 인류人類 최초의 제왕帝王. 도가道家는 황제黃帝를 이상理想의 인물로 들고 있는데 이 장에서는 그까지도 인간人間의 소박素朴한 성명性命을 손상한 장본인張本人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 편 제3장, 천운天運편 제6장, 도척盜跖편도 이에 가깝고 선성繕性편은 이 생각을 더 미루어 나아가 장본인張本人의 범위를 신농神農, 복희伏犧, 수인씨燧人氏까지 소급遡及하고 있다.
- 고무발股無胈 경무모脛無毛 : 넓적다리에 털이 없어지고 정강이에 털이 없어짐. 다리의 털이 없어질 정도로 부지런히 일했다는 뜻. 고股는 넓적다리, 경脛은 정강이.
- 수기오장愁其五藏 : 오장을 근심스럽게 함. 온몸을 수고롭게 한다는 뜻.
- 긍기혈기矜其血氣 : 혈기를 괴롭힘. 긍矜은 괴롭힘.
- 방환도어숭산放讙兜於崇山 : 환도를 숭산으로 추방함. 환도讙兜는 인명.
- 투삼묘어삼위投三苗於三峗 : 삼묘를 삼위에 몰아냄. 三苗는 진운씨의 아들로 바로 도철이다.(육덕명陸德明)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는 “삼묘는 강수, 회수, 형주 지역에 살면서 자주 반란을 일으켰다[三苗在江淮荊州 數爲亂].”라고 기록하고 있다.
- 공공共工 : 관직명 궁기. 궁기는 신수神獸의 이름으로 모습은 소와 같고 고슴도치 같은 털을 가지고 있으며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신화 속의 괴물이다.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에 의하면 환도驩兜가 요堯에게 추천하였을 때 요堯는 “말은 번드레하지만 행실은 어긋난다.”라고 비판하고 그의 천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유도幽都 : 지명. 유주이다.
夫施及三王 而天下大駭矣 下有桀跖上有曾史 而儒墨畢起
於是乎喜怒相疑 愚知相欺 善否相非 誕信相譏 而天下衰矣
(부이급삼왕하야는 이천하 대해의니 하유걸척하고 상유증사커늘 이유묵이 필기하야
어시호에 희로상의하며 우지상기하며 선비상비하며 탄신상기라 이천하쇠의니)
이윽고 삼왕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크게 놀라게 되었으니 아래로는 걸桀과 도척盜跖 같은 대악당이 나타나고 위로는 증삼曾參이나 사추史鰌 같은 큰 인물이 나오게 되어, 유가儒家와 묵가墨家가 모두 일어나, 이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가 서로 의심하며, 어리석은 이와 지혜로운 이가 서로 속이며, 착한 이와 악한 이가 서로 비난하며, 거짓된 자와 신의를 중시하는 자가 서로 비웃어 천하가 쇠퇴하게 되었다.
- 부이급삼왕夫施及三王 : 삼왕의 시대에 이르러. 삼왕三王은 하夏‧은殷‧주周 삼대三代의 성왕聖王(우禹‧탕湯‧문文‧무武)을 말함. 이施는 도달하다.
- 대해의大駭矣 : 크게 놀람.
- 하유걸척下有桀跖 상유증사上有曾史 : 상하上下는 행실의 상하, 곧 상등의 행실과 하등의 행실을 의미한다.
- 선비상비善否相非 : 착한 이와 악한 이가 서로 비난함. 비否는 음은 비이고 악함이다.
大德不同而性命爛漫矣 天下好知而百姓求竭矣
(대덕이부동 이성명이 난만의며 천하호지 이백성이 구갈의니라)
현동玄同의 대덕大德이 해체되고 타고난 성명性命이 어지러워지고 천하 사람들이 지식을 좋아하고 욕심을 끝까지 부리게 되었다.
- 대덕부동大德不同 : 대덕이 같지 않게 됨. 현동玄同의 대덕이 해체되었다는 뜻. 대덕大德은 마제馬蹄편과 거협胠篋편 등에 나온 지덕至德과 같다. 마제馬蹄편에 “저 사람들은 일정하게 타고난 본성이 있어서 길쌈을 해서 옷을 지어 입으며 밭 갈아서 먹을 것을 장만하는데 이를 일러 타고나면서부터 다 같이 얻은 덕이라고 한다[彼民有常性 織而衣 耕而食 是謂同德].”라고 나왔으며, 거협胠篋편에도 “천하의 덕이 비로소 하나 될 것이다[天下之德 始玄同矣].”라고 나온 것처럼 본래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갖추어졌던 대덕大德이 요堯임금과 삼왕三王의 정치에 의해 희喜와 노怒로, 선善과 비否로, 탄誕과 신信으로 갈라지게 되었음[부동不同]을 말한다.
- 성명난만性命爛漫 : 난만爛漫은 흩어지고 어지러워짐.
- 천하호지天下好知 이백성구갈의而百姓求竭矣 : 천하의 사람들이 지식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욕심을 끝까지 부리게 됨. 곽상郭象이 “지식을 끝없이 좋아하기 때문에 그 요구에 맞출 수가 없다.”라고 풀이.
於是乎釿鋸制焉 繩墨殺焉 椎鑿決焉 天下脊脊大亂 罪在攖人心
(어시호에 근거로 제언하며 승묵으로 살언하며 추착으로 결언한대 천하 척척 대란하니 죄재영인심이니라)
이에 이르러 자귀나 톱으로 자르는 형벌이 가해지고 새끼줄이나 밧줄로 묶어 죽이고, 몽치나 끌로 사람을 결딴내게 되어,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졌으니 이 죄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데에 있다.
- 근거제언釿鋸制焉 : 근釿은 자귀. 제制는 베고 자르다는 뜻. 근거제언釿鋸制焉은 곧 자귀나 톱으로 베고 자르는 형벌이 加해짐을 말한다. 근거釿鋸와 승묵繩墨과 추착椎鑿은 모두 형벌을 집행하는 도구.
- 승묵살언繩墨殺焉 : 노끈[繩]은 묶는 도구이고 먹[墨]은 검은 물로 먹을 치는 것으로, 죄인을 묶는 포승과 묵형墨刑을 말한다.
- 추착결언椎鑿決焉 : 成玄英은 “몽치나 끌은 나무의 구멍을 뚫고, 형법은 사람의 몸과 머리를 결딴낸다.”라고 풀이하여 몽치나 끌로 사람을 직접 죽인다는 뜻으로 보지 않고 형법의 가혹함을 비유한 것으로 이해.
- 척척대란脊脊大亂 :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짐. 척척脊脊은 어지럽게 깔아뭉갠 모양. ≪經典釋文≫의 崔譔은 “서로 밟고 깔아뭉갬이다[相踐籍也].”라고 풀이했다.
- 죄재영인심罪在攖人心 : 성인이 인의를 제창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에 이 같은 혼란상이 빚어졌다는 뜻.
故賢者伏處大山嵁巖之下 而萬乘之君 憂慄乎廟堂之上
(고로 현자는 복처태산 감암지하어든 이만승지군은 우율호조당지상하나니라)
그 때문에 현자들은 높은 산이나 험준한 바위 아래 숨어 살게 되고 한편 만승萬乘 대국大國의 군주는 조정의 권좌 위에서 근심 속에 두려워 떨게 되었다.
- 伏處大(태)山嵁巖之下 : 높은 산이나 험준한 바위 아래 숨어 살게 됨.
今世殊死者相枕也 桁楊者相推也 刑戮者相望也
而儒墨乃始離跂攘臂乎桎梏之間 意甚矣哉 其無愧而不知恥也甚矣
吾未知聖知之不爲桁楊椄槢也 仁義之不爲桎梏鑿枘也
焉知曾史之不爲桀跖嚆矢也 故曰 絶聖棄知 而天下大治
(금세에 주사자 상침야하며 항양자 상추야하며 형륙자상망야어늘
이유묵이 내시이기양비호질곡지간하나니 의라 심의재라 기무괴이부지치야 심의라
오미지성지지불위항양의 접습야며 인의지불위질곡의 착예야로니
언지증사지불위걸척의 효시야리오 고왈 절성기지하야사 이천하태치라하노라)
지금의 세상에서는 사형당해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서로 베개를 베고 누워 있고, 차꼬를 차고 칼을 쓴 죄수들이 서로 밀칠 정도로 바글거리고, 형륙刑戮을 당한 자들이 서로 마주 볼 정도로 많은데
유가와 묵가의 선생이란 자들은 차꼬와 수갑을 찬 죄인들 사이에서 뛰어다니며 팔을 걷어붙이며 뽐내고 있으니 아! 심하구나! 그들이 부끄럼 없이 수치를 모름이 심하다.
나는 성聖과 지知가 차꼬나 목에 씌우는 칼 따위의 쐐기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하겠고, 인의가 질곡桎梏을 채우는 자물쇠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하겠으니 어찌 증삼이나 사추가 걸桀이나 도척盜跖의 효시嚆矢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 때문에 성과 지를 끊어 버려야 천하가 크게 다스려질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 주사자상침야殊死者相枕也 : 사형당해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서로 베개를 베고 누워 있음. 殊는 사형을 당하다는 뜻.
- 항양자상추야桁楊者相推也 : 차꼬를 차고 칼을 쓴 죄수들이 서로 밀칠 정도로 바글거림. 桁楊(항양)은 형틀로, 목에 씌우는 칼과 다리에 채우는 차꼬를 모두 일컫는 말.
- 이기양비離跂攘臂 : 뛰어다니며 팔을 걷어붙이며 뽐냄. 이기離跂는 뛰어다니는 모양. 양비攘臂는 팔을 걷어붙이며 뽐내는 모양.
- 접습야椄槢也 : 접습椄槢은 쐐기.
- 불위질곡착예야不爲桎梏鑿枘也 : 착은 구멍이다. 물건을 가지고 구멍 속에 집어넣는 것을 예枘라 한다(성현영成玄英).
- 효시嚆矢 : 사물의 시작을 나타내는 비유. 효시는 바로 소리 내는 화살촉이니 증삼이나 사추가 걸이나 도척을 위해 먼저 소리를 내서 방향을 가르쳐 주었음을 말한 것이다.(심일관沈一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