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 중의 하나는 “갑질한다”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불법회항 지시사건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무슨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 첫머리에는 반드시 갑(甲)과 을(乙)이 등장한다. 계약당사자를 간단히
표시하는 글자다. 갑은 대개 계약을 주는 쪽이고 을은 계약을 받는 쪽이다. 그래서 대체로 갑이 더 힘이 센 쪽이다. 그러므로 계약서는 갑에게
유리하게 작성되기 마련이고, 갑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을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갑의 횡포를 “갑질”이라 하는 것 같다. 갑같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는 뜻일 것이다.
항공기 일등석 손님인 자기한테 마카대미아(땅콩보다 알이 훨씬 큰 고소한 견과류)를 접시가 아니라 봉지에 담은 채
주었다며 갑(대한항공 부사장)이 을(승무원과 사무장)에게 호통을 치고 무릎까지 꿇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륙하기 위해 움직이는 비행기를 회항시켜
사무장을 내려놓고 20분이나 늦게 이륙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조부사장의 행위는 갑질, 그것도 “수퍼(최고) 갑질”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질한다”에 딱 들어맞는 영어를 아직 본 일이 없다. 그러나 그것과 비슷한 말은 있다.
boss (someone) around가 그 중 하나다. 보스(우두머리)차럼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한다는 뜻이다. 누가 자기를 boss
around 할 때 Do you think I'm a pushover?라 하면 “너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여?”란 뜻이 된다.
pushover(풋쉬오우버)는 살짝 밀면 넘어지는 물건처럼 “만만한 사람”이란 뜻이다.
갑질한다와 비슷한 또 하나의 영어표현은 lay down the law (to someone)이다. 글자 그대로
누구한테 법령을 내려보낸다는 뜻이므로, 역시 상대방 의견이나 기분은 무시하고 명령조로 상대방을 다룬다는 말이다.
A: What do you think of the so-called "nut rage" incident caused
by the Korean Air executive who is a daughter of the airline's owner?
B: I think it's a
typical case of what Koreans call "gahp-jil."
A: Gahp-jil? What's that?
B: Literally it means
the arrogant and bossy attitude of the party to a contract who has the upper
hand over the other.
A: Oh, I see,
A: 대한항공 사주의 딸인 그 회사 중역이 일으킨 이른바 "땅콩 격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B: 한국인들이 말하는 "갑질"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A: 갑질? 그게 뭐죠?
B: 글자 그대로는 계약 당사자 중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의 오만한 명령조 태도를 가리킵니다.
A: 아, 그렇군요.
Wife: Don't boss me
around. I am your wife, not your slave!
Husband: I'm sorry, honey. I take back what I just said.
부인: 나한테 갑질하지 말아요(이래 저래라
명령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 아내이지 노예가 아니에요!
남편: 여보 미안해, 방금 내가 한 말 취소할게.
A: Finish this job today or you will get the ax!
B: Don't lay down the
law to me. Do you think I'm a
pushover? Remember our labor union is behind me.
A: 당신, 이 일 오늘 끝내지 못하면 해고야!
B: 나한테 갑질하지 말아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요? 내 뒤에는 노조가 있다는 것 잊지 마시요.
워싱턴에서
조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