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明(청명)
두목(杜牧)
청명 좋은 시절 흩날리는 가랑비에
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
*청명: 24절기의 하나. 춘분과 곡우 사이로, 양력 5~6일경.
길 가는 나그네 마음이 서글퍼져
路上行人欲斷魂 노상행인욕단혼
묻노니, 주막은 어디 있는고?
借問酒家何處有 차문주가하처유
목동 아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 가리킨다
牧童遙指杏花村 목동요지행화촌
(감상)
두목(803~852)은 만당(晩唐) 시인 중 일인자로 꼽힘. 자는 목지(牧之),두보(杜甫)와 대비해 소두(小杜)로 불리고, 특히 칠언절구에 뛰어났다.
목가적인 풍경을담은 한 폭의 빛 고은 수채화를 보는 듯 하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절기인 청명, 비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을 한 장면으로 포착했다. 낯선 땅을 가는 나그네가 아름다운 마을을 지나다 부슬부슬 비 뿌리니, 향수에 젖어 가슴이 아려와 지나는 목동에게 술집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데, 아이는 말없이 살구꽃 핀 마을을 손가락질한다. 가리킨 곳은 보슬비로 인해 희뿌옇게 보여서 실제 거리보다 더 멀게 보엿을 것이고 살구꽃 연한 붉은 빛은 더 신비로움을 발햇으리라.
인간의 고뇌가 계절 가려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 아름다운 봄날의 슬픔은 더 애절할 수도 있으나, 나에게 있어 작자인 나그네의 ‘欲斷魂’이란 하소연은 그저 과장된 엄살로 보이니, 이유는 싱그러운 봄날의 자연경관에 시름이 묻혀버려 ‘애이불상(哀而不傷)’ , 산뜻한 슬픔으로 보일 뿐이다. 봄비는 대지를 촉촉이 적셔 생명을 자라게 하니 괴로움도 슬픔도 흡수해서 다시 희망의 기운으로 만들어낼 것 같으므로.
지금 내가 사는 경산, 좀 더 가면 청도, 집에서 차를 몰아 20분만 지나면 어느새 이런 아름다운 살구꽃 복사꽃 마을을 만나는데 , 그때마다 이 시구가 떠오른다. 시름에 겨워할 일도 없고, 그래서 술집을 찾을 일도 없는데··· 남의 괴로운 심사는 몰라준다고 작가 두목은 섭해할지 모르지만,봄비 흩날리는 살구꽃 마을로 들어서는 나의 느낌은 사뭇 쿨하다.
- 영남대 최인애교수님 번역본을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