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저편에 남아 있는 제주도
얼마만인가?
1978년 3월 내가 청춘의 시절이었을 때
전체를 걸기 위해 떠났던 그곳,
제주도 ,그곳으로 간다.
목포 그 허름한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가야호에 몸을 실었었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며 배는 뭍을 남겨둔 채
바다를 향해 떠났고
나는 언제나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그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파도는 쉴 새 없이 출렁거렸고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뛰놀았었다.
그 때 내 가슴 속에 화인처럼 찍혔던 단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집? 아니면 나? 알 수 없다.
다만 떠난다는 것뿐,
내가 불안하다는 것뿐, 그 것이었으리라.
“우리의 길은 끝이 없고, 우리의 집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항상 있더라. 이 소요, 이 찬란함,”
“항상 있더라. 이 소요, 이 광란,”
생죵 페르스의 시집 <유적지流謫地> 중에 실린 글처럼
바다는 찬란했고, 광란하듯 몸을 떨고 있었고,
나는 포로처럼 그 소요와 광란의 틈바구니에 갇혀서
이도 저도 할 수 없이 오직 갑판에서 삼등객실로
오가고 있을 뿐이었다.
목포에서 제주를 일곱 시간 쯤 걸려 오가던 그 가야호
그 배는 어디로 간 것일까?
방황하던 초라한 젊은이 그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가버린 것들은 다시 볼 수 없지만 그 바다는 지금도 푸르고
나는 그때와 달리
비행기에 몸을 싣고 갈 것인데,
세월은 몇 십 년의 시차를 두고
그 어디로 나를 데리고 가버렸기에
이 새벽 그날의 그 슬픔을 그리움처럼
회상만하고 있는 것인지,
기축년 오월 초하루
출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