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충채집 숙제 (매미 잡는 법) -
아주 어릴 적 얘기다.
나 어릴 적엔 시골에서 국민학교(요즘은 초등학교로 개명)를 다니는 또래와 아래 위로의 아이들 중 대다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두발상태는 머리 깎는 기계(바리깡)로 빡빡 밀어붙인 까까중머리를 하고 다닐 때의 일이다..
그 당시의 국민학교 여름방학숙제로는 당연지사처럼 곤충채집이라는 게 있었다. 핑계 삼아 자연에서 뛰 놀거나 아니면 소 풀 먹이러 뒷산으로 가서는 늘 ~~ 그래 왔듯이 곤충채집을 한답시고 매미랑 잠자리 그리고 나비와 여러 곤충들을 참 많이도 잡고는 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 중 재미난 것이 있는데... 바로 매미 잡는 방법이다. 하도 재미가 있어서 다시 한번 옛날을 회상하며 얘기로 풀어 볼까 한다오 ―
요즘처럼 모기장 그물로 만든 채집 포충망이 없던 시절이라 간혹 헌 모기장조각이라도 생기는 날엔 날아 갈 듯 한 환호성을 지르며 어머니를 졸라서 채집망을 만들어 달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채집망은 현장에서 그게 잘 안 맞는 경우가 더러 생기기에 때론 어설픈 솜씨지만 적당한 응급조치로 직접바늘로 듬성듬성하니- 꿰매어서 보완을 한 상태로 만들기도 했었다) 떼를 쓰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채집망으로 잡았던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신통방통하고 매미에겐 신출귀몰한 올가미 공포였든 그 재래식(?) 방법을 소개 하고자 함이다. 그 방법은 다름이 아닌 말총(말의 꼬리 털)과 소총(진짜 총이 아니고 황소의 꼬리 털)으로 잡는 방법인데.....
바로 그 “말총”이나 “소총”이란 기다란 막대기(대략 2 미터 내외였지만...)로서, 그 막대기 끝에다가 말이나 소의 꼬리털을 매듭으로 꽉- 묶고서는 다른 한쪽 끝을 제법 커다랗게 원을 그리듯이 올가미로 만들면 대충 큰 거사(?)를 할 수 있는 매미 잡이 채가 되는데....
이것을 가지고 매미가 떼거리로 최고조의 소리로 울어 재낄 때 나무 밑으로 살금거리며 다가가서는 요리조리 고개를 도리질 하다보면 매미가 눈에 띄게 되는데.... 낮은 곳에 있는 놈은 맨손으로 잡기도 하지만, “말매미(시커멓게 생기고 좀 크게 생긴 매미)”는 거의 키 큰 나무나 대다수 높은 자리의 나뭇가지에 붙어서 울고 있으므로 잡을라치면 나무에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놈들이다.
그래서 이런 놈들을 잡으려 하면 나무에 오르지 않은 이상 그 높이만큼의 별다를 기구가 필요하여 만든 게 아까 얘기를 한 꼬리털 채집 막대가 꼭 필요한 필수불가분의 도구였다.
하여 만들다 보면 소 꼬리털로 만든 소총 보다는 제법 튼튼한(?) 말 꼬리털로 만든 말총이 최고급품(?)의 대접을 받았었는데..... 그 말총 구하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그 당시에 몇몇 동네마다 정미소가 들어와 있었는데... 그 정미소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요즘말로 하면 택배 스타일과 꼭 닮았다고나 할까... 벼나 보리를 찧으려 하면 말 구르마(달구지)가 꼭 와서 실어가서는 다 찧고 난 다음에 쌀이나 보리쌀 가마니를 집집마다 배달을 꼭 해야만 했었기에...
그럴 때 동네 어귀에 달구지를 세워놓고 쌀가마니 배달을 간 사이에 말 엉덩이께로 가서는 꼬리털 몇 가닥을 잡고 잽싸게 뽑아야 하는 거사(?)를 해야 했었기에 그 타이밍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때론 말 꼬리 털을 뽑다가 보면 그것도 노-하우라고 한 가닥씩 잡고 잽싸게 당겨 뽑아야 했었는데...어쩌다보면 바쁜 마음에 여러 가닥을 잡히는 대로 잡고 잡아당기다 보면 때론 그 말이 놀라서 달구지를 매달고 냅다 달음질이라도 치는 날엔 나중에 불려가서 아주 혼쭐이 나기도 해야 했었으니...
지금 생각을 해봐도 그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이 저지른 개구쟁이 짓이 마냥 웃음이 나와...... 그 당시에 마부를 하신 이는 얼마나 놀랐을 고를 생각하니-ㅎㅎㅎㅎ
그렇게 그 어렵게 뽑아 온 말총으로 올가미를 만들어서는 나무에 붙어 있는 말매미 앞으로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숨죽여가며 올가미 부분을 매미 앞으로 동그란 부분을 드리우면 요 말매미란 놈의 특성이 제 눈앞이나 제 앞에 뭔가가 거치적거리면 두 앞발로 자꾸만 끌어 들이는 습성이 있어서 올가미의 구멍을 제 발로 스스로 옭아들게 하는데...
그 말총이 매미 몸뚱이 중간 쯤 들어 간 것을 확인하고서는 냉큼 잡아채면 찌~~와 찌- 찌- 찌찌 소리를 내면서 양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가려고 애를 쓰지만 어디 그 말총이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어서 슬금슬금 잡아당기게 되면 그 매미를 잡을 수 있었다.
한 놈씩 그렇게 잡다보면 이력도 붙고 또 잡는 것에 재미를 붙이다 보면 뒤로 재껴진 상태가 길어진지라 고개가 아프도록 위만 쳐다보며 매미의 행적을 쫒고 찾아 잡곤 했었는데...그렇게 하다보면 의외로 참 많이 잡게 된다.
어쩌다가 그 말총이 끊어지거나 떨어져 나갈 때 그리고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참 허무한 허탈감에 빠져서 아련하니- 한 마음에 멍~~한 마음에 원망스러움이 가득하기도 했었는데... ㅎㅎㅎ 하긴 그랬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요즘도 가끔 가다가 여름철에 낚시를 갈 기회가 있는 날이면 예의 낚싯대 하나에다가 아주 가는 줄의 낚싯줄로 매듭을 만들어 붙이고서는 아주 옛적에 하든 그 방식그대로 올가미를 만들고서는 매미 앞에다가 올가미를 갔다대고서는 낚싯대로 매미를 잡아보면... ㅋㅋㅋㅋ 예의 그 정취를 느낄 수 있음에... 아무도 보는 이 없어도 혼자만의 피식- 거리는 웃음을 지어보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잡든 솜씨가 녹이 쓴 게 아니기에 안도감의 웃음이련가...!!! ㅎㅎㅎ
080801 여 운(如雲)
"한여름 날의 사랑" - 매미의 사랑놀이
첫댓글 말총으로 매미를 잡는 비법을 배워봅니다.ㅎㅎㅎ 한국의 시골 여름의 한나절이 그리워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