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동귀 (殊塗同歸)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배울 것을 배우고 배워서 안 될 것을 안 배워야 잘 배운 것이다. 진후산(陳后山)이 ‘담총(談叢)’에서 말했다. “법은 사람에게 달린 것이라 반드시 배워야 하고, 교묘함은 자신에게 달린 것이니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法在人故必學, 巧在己故必悟).”
나가노 호잔(豊山長野·1783~1837)이 '송음쾌담(松陰快談)'에서 이렇게 부연한다.
"법(法)과 교(巧), 이 두 가지 공부는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대개 법은 사우(師友)가 곁에서 탁마(琢磨)하지 않으면 법도를 얻어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반드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운용의 묘는 나의 한마음에 달린 것이므로 스스로 얻어야지 남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배울 것은 배우고 깨달을 것은 깨달아야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 하기만 해서는 깨달음은 요원하다.
장무구(張無垢)가 말했다. "칼자루를 쥐고서 앞길을 열어 인도할 때 머리를 고치고 얼굴을 바꿔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설법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길은 달라도 돌아갈 곳은 같게끔 해야 한다(欛柄入手, 開導之際, 改頭換面, 隨宜說法, 使殊道同歸)."
내가 깨달음을 얻어, 이것으로 남을 이끌려 할 때는 개두환면(改頭換面)이 필요하다. 해온 대로 해서는 안 되고 방식을 상황에 맞게 고쳐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근량을 헤아리고 성정을 살펴 그에게 꼭 맞는 방법을 택한다. 가르치는 대상마다 방법이 다르고 가는 길이 같지 않지만 끝내 도달할 지점은 한곳이 되게 하는 것이 훌륭한 스승이다.
제자를 자기와 비슷한 짝퉁으로 만드는 스승은 가짜다. 따라 하는 공부는 법에서 그친다. 교(巧)나 묘(妙)는 혼자 도달할 수밖에 없으니, 반드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원숭이와 앵무새 흉내로는 결코 자기 목소리를 못 낸다.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만들어 제 목소리, 제 태깔을 갖게 만드는 스승이 진짜다.
시키는 대로 하고 체본만 따라 하느라 저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헛공부를 한 셈이다. 스승의 역량이 뛰어나도 그 밑에 따라쟁이 흉내쟁이 제자만 줄 서 있다면 그는 가짜다.
첫댓글 운용의 묘는 나의 한마음에 달린 것이므로 스스로 얻어야지 남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배울 것은 배우고 깨달을 것은 깨달아야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 하기만 해서는 깨달음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