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넥시 브랜드의 정신
그래서 겁 없이 넥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최초 넥시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공장을 차리는 형태로 일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제조 마인드로는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유럽 브랜드들이 세계적인 탁구 브랜드로 성장해 오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 제조에 치중하면 단 시간에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또한
과거 유수 브랜드들이 해 왔던 것처럼 수많은 샘플들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넥시는 넥시만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모든 제품을 넥시의 정신으로 설계하고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최초부터 모든 제품을 성공적으로 잘 만든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러나
넥시의 경우는 탄생하기 전까지 상당한 사전 조사가 이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첫 해, 우려와는 달리 3천
자루 정도의 블레이드를 판매할 수 있었고 그것이 성공적인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최초 발매된 넥시의 1세대 제품들은 어떤 방식으로 제작 되었기에
성공적인 시장 입성이 가능했을까요?
우선 넥시가 초창기에 관심을 둔 것은 다른 브랜드가 하지 않고 있는 일들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마다 성장 전략이 다르겠지만, 넥시는 비슷한 분야에서 더 잘
만들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똑 같은 분야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결국은 저가 공세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저하의 길로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것보다는 여타 브랜드에서 하지 않고 있는 분야를 먼저
공략하기를 원했습니다. 즉 더 나은 것을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하려고 애를 쓴 것이지요.
그 결과 최초 시도된 블레이드들은 다 나름의 분명한 컬러를 가지고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한니발 :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이지만 순수 목판처럼 보이는 설계
(중층 목재의 선별과 더불어 히노키 표층 두께를 높임으로 문제를 해결했지요. 지금은 프리모라츠 카본 블레이드도 넥시를 뒤따라 오는 것인지, ^^ 표층
두께가 두꺼워 졌지만 당시 일반적인 히노키 카본류들의 표층 두께는 현재보다 얇았습니다. 넥시에서는 여러
과정을 통해 표층 두께를 두껍게 함으로써 히노키의 감각을 더 강화하는 것이 카본류의 인위적 느낌을 상쇄하는데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구요, 지금도 한니발의 판매량이 꾸준한 것은 바로 거기서 정답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덱스터 : 히노키 순수 목판 중 가장 빠른 블레이드 지향
(히노키를 사용하되 가장 빠른 블레이드를 만들고 싶다는 것은 강력하게
넥시가 지향해야 할 목표였습니다. 당시 히노키 목재를 사용한 순수 5겹
합판 블레이드 자체가 거의 부재하던 상황에서 히노키를 사용한 오겹 합판 블레이드를 시도하면서 또 가장 빠른 블레이드를 만든다는 전략이 상당히 많은
분들에게 구미를 당겼죠. 그 결과 히노키 매니아분들이 빠른 스피드를 원할 때 지금도 덱스터는 표준적인
정답이 되고 있습니다.)
컬러 : 안정감 있는 연타형 히노키
5겹
(히노키 5겹 합판 블레이드가
많지 않았던 당시, 안정감 있는 연타형, 그리고 묵직한 드라이브
구질을 목표로 한 블레이드를 만든다는 것은 또 다른 타 브랜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빈틈이었습니다. 컬러는
감각 지향의 블레이드였으며 스피드 지향의 덱스터와 유사하지만 감각 지향이라는 또 다른 특징이 새로운 인기를 구가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오스카 : 강력한 공격형 블레이드이나 정확한 수비력 가미
(강력한 공격형 블레이드를 만들고 싶은 욕구는 어느 브랜드에서나 있었겠지만
정확한 수비 능력을 그 이면에 가미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블레이드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선례가 없었지요. 오스카는
초기부터 공격과 수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넥시의 최초 욕구를 담고 출발했습니다. 이
오스카에 담긴 욕심이 후에 2세대 블레이드에 이르러서는 가변 반발력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지요.)
이상 4가지의 제품 이외에도 넥시의 초창기 제품들은 유럽 브랜드들이
구비하고 있지 못한 키소 히노키 소재를 사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테무진, 이스칸다르를 비롯하여 로렐에 이르기까지, 타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만들겠다는 욕구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추구 되었습니다.
5. 더 나은 것보다는 새로운 것, 남이 하지 않는 것
넥시의 정신 중 백미는 바로 better 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Better, 즉 더 나은 것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카피(copy)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던 우려였습니다. 지금도 타 브랜드들이 저희 넥시 제품과 비슷한
구성으로 여러 제품들을 찍어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아무리 노력해도 넥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흉내낼
수는 없지요. 그것은 카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세밀한 미세 조정의 영역까지 넥시 다움이 뼈에 새기듯
완벽하게 구현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넥시의 슬로건으로 “탁구인의 즐거움”이라는 초기 문구에서 벗어나 Instinctive creation, 혹은 Creative Instinction 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번역하면
본능적인 창조, 혹은 창조적인 본능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즉 넥시가 가지고 있는 정신은 Creation 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넥시는 타 브랜드 제품을 연구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무슨 일만 나면 벤치 마킹부터 챙기는 한국 사람들의 일 관행을 넥시는 철저하게 배제해 왔습니다. 지나치게 깊이 타 제품을 연구하면 결국 그것이 넥시의 새로움을 헤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항상 가져
왔지요.
그래서 지금도 넥시의 제품 라인업은 트렌디하지 않습니다. 타 업체가
다 이렇게 갈 때 넥시는 그것과 상관 없는 길을 가지요.
일례를 들면 카나프 블레이드가 그렇습니다. 넥시는 스티가가 블레이드
크기를 줄일 때 블레이드 크기를 늘리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이것은 그냥 흥이 나서, 아니면 딴지를 걸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이론적, 또 경험적 근거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입니다.
카나프 블레이드는 폴리공 시대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폴리공 시대는 공의 회전량 보다는 스피드와 정확한 반구 능력에 많은 초점이 모아지게 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로서는 여러 임상 실험을 거쳐 블레이드의 크기가
소폭 증가하는 것이 안정적 스매싱 플레이를 도와 준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예를 들면 스매시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숏핌플용 일펜 블레이드를 보면 블레이드면이 둥글고 넓지요? 그것은 안정감 있는 스윗 스팟을 가지는
것이 스매시 전형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매우 근소한 1-2mm의
차이이지만, 카나프 블레이드는 스매시 공격력을 강화 하였고 그 특성은 실제 폴리공을 사용한 게임에서
쉽게 증명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후에서 다시 정확한 내용을 가미하겠습니다.^^)
첫댓글 넥시 1세대 제품들의 특징을 알 수 있어서 유익하네요~
1편부터 잘 읽었습니다
넥시의 브랜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네요
본문 글 중
"이상 4가지의 제품 이외에도 넥시의 초창기 제품들은 유럽 브랜드들이 구미하고 있지 못한 "
구미 = 구비 오타가 있네요^^
역쉬...매의 눈을 가진 보라매탁구님.
정제되지 않은 동영상을 보고 듀스상황에서 연속으로 서브한걸 잡아내시더니 여기서 또한..^^
보라매!!!탁구
닉네임 안보이십니까?ㅋ
오타 수정했어요.. ^^
감사합니다.
넥시정신을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카나프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ㅎㅎ
출시가 임박한 것 같은데, 출시일이 언제인지 알 수 없네요.ㅠ.ㅠ
이 글이 완성되면 출시하려구요... ^^
넥시 1세대 블레이드에 대한 설명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