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 정상에 선 소꿉동무야!
축하하오.
민문자
소꿉동무야! 초등학교 1학년 때가 생각나니?
6.25 전쟁 다음 해인 1951년에 입학했으니
나라나 가정이나 얼마나 궁핍한 생활을 했던지
교실은 창고 교실이요, 책걸상 없는 앉은뱅이 토막책상에
잘 찢어지는 검은 마분지 공책에 수도 없이 부러지는 연필
6색 크레용을 지참한 동무는 그래도 부잣집 딸이었었지
2학년 때 어느 날 하얀 해군 세라복을 입은 멋진 분이 오셔서
우리 반 모두에게 좋은 연필 한 자루씩 선물로 주셨었지
그 시절에는 종이 한 장 연필 한 자루가 무척 귀했는데
고정자 삼촌이라 했었는데 그분은 지금 어디 계실까?
백수 가까이 되시겠지? 그 연필로 공부하던 때가 그립다
영양상태가 안 좋아 머리와 팔다리에 부스럼이 나고
의복도 남루하기 이를 데 없고 이렇게 추운 겨울이면
콜록콜록 기침하고 코를 질질 흘리던 그 코침을
검은 광목저고리 소매로 닦던 사내아이들이
고무줄놀이나 사방치기 하는 우리 여자아이들을
못살게 굴던 초등학교 6년이 파노라마처럼 흐르네
내 소꿉동무 생일은 섣달 스무여드렛날이라 했지
세밑이라 했던 말 기억하고 있었지, 바로 일주일 후네
팔봉산 정상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얼마나 자랑스러우냐?
옛날과 견주어보면 지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세상에 사느냐
여왕 마마 부럽지 않지, 회갑도 못 지내고 간 벗이 더욱 그립구나!
너랑 나랑 팔봉산을 잘 넘고 있으니 인생 90점이란다
구봉산을 넘으면 인생 100점이라는데 소꿉동무 친구여!
내 마음 꽃다발 한 아름 안고 세종시로 달려가고 싶지만
두 번 다시 못 올 그날 팔순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만 전하오
금일봉은 유 선비님과 좋은 한 때 마련하시도록
부디 100점 인생을 사시구려!
2024. 1. 31 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