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야간 순찰’
렘브란트(Rembrand,1606~1669) 作 야간순찰(night watch, 1642), 363×437cm,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의 대원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은 세기를 거듭할수록 주목받지 못했지만 1642년 이후 많은 사람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현 형태인 약 가로 363cm, 세로 437cm 캔버스는 1715년 왼쪽 부분이 잘리기 전에는 훨씬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잘려나가기 전의 원본에는 34명의 사람과 개 한 마리가 짖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그림은 반닝 코크 대령과 중위가 자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불특정 회합 장소 등을 급습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대령은 중위에게 ‘행군하라’고 명령을 내리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당당하게 걷고 있다. 동시에 그들의 머리 바로 뒤편에서 총이 발사된다. 총신의 각도가 대령의 어깨를 넘어 중위의 모자에 맞춰져 있으며, 폭발로 인해 뒤로 눕혀진 타조 깃털에 위태로울 정도로 가까이 노출된 연기를 볼 수 있다.
범인은 바로 대령과 금색 옷을 입은 소녀 사이에 총을 든 남자다. 그는 커다란 앤티크 헬멧을 쓰고 구식 의복을 착용하고 있다. 그는 그림 속 6명의 총사대 중 한 명이다. 상단 왼쪽에 있는 두 명과 앞쪽을 가리키고 있는 손 뒤에 있는 한 명은 거의 알아보기 어렵다.
좀 더 뚜렷하게 구별되는 총사대는 왼편 앞쪽에 붉은 옷을 입은 한 명과 몸을 구부리고 중위의 바로 뒤에 서 있는 나이 많은 사람이다. 붉은 옷의 총사대원은 자신의 무기를 장전하고 있으며 나이 든 대원은 발사되지 않고 남은 화학 잔여물을 불어내고 있다. 붉은 옷 옆에는 매우 밝은 빛에 쌓인 소녀가 서 있으며 그 뒤로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소녀 한 명이 더 있다. 뿔잔, 지갑, 죽은 닭으로 완성된 이 밝은 빛의 소녀는 총잡이 혹은 코크 대령을 바라본다.
이 이상한 불청객은 누구인가?
그녀는 닭 소녀, 상징, 여자 난쟁이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다. 연회 장면을 배경으로 하는 몇몇 민병대의 초상화에는 남자 하인이 등장하곤 한다. 아마도 이 작품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그림의 중심에서 자신과 화가의 에너지를 통해 반짝이는 여성이자 총을 꾸리는 단순한 일을 함에도 하찮게 여겨지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는 유일한 작품일 듯하다. 자세히 보면 닭 뒤에 숨어있는 무기의 끝 부분을 볼 수 있다.
금색 옷의 소녀가 렘브란트의 부인인 사스키아의 사진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사스키아가 그의 그림을 위해 포즈를 취하여 줄 시간이 있었는가 없었는가에 달렸을 것이다.
그녀는 1652년 6월에 세상을 떠났는데 같은 해 야간 순찰이 완성됐다. 렘브란트는 왜 총으로 둘러싸인 행진이 아닌 가정집에 있어야 할 인물을 그린 것일까? 그리고 과연 작가의 부인일 수도 있는 그 인물은 누구일까?
본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는 바로크 시대로 모든 감정이 최대치로 묘사되어 관객들을 호기심에 차게 만들었던 때이다. 바로크 시대는 과장된 동작과 분명하고 해석하기 쉬운 묘사를 통해 조소와 회화 작품에 극적인 분위기와 긴장감, 풍부함, 장엄함을 불어넣던 시기였다.
바로크 예술가들은 보통 배경을 완벽한 어둠으로 남겨두어 대부분의 경우 작품을 접하는 이들이 그 의미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화려하게 빛나는 금속, 은은히 반짝이는 옷감, 다양한 도구들과 더불어 유려한 표정의 표현, 간단 명료한 제스처, 눈 부신 빛의 효과 등의 상세한 요소들을 추구함은 그 자체로 고차원의 예술이다.
‘야간 순찰’은 정치적 예술로 간직되어야 한다. 이 작품은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 함께 모이며 동시에 서로의 개인성과 차이를 이해하는 용기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점을 묘사한다. 이는 관용과 다양성, 그리고 사회가 움직이도록 만드는 마법의 금색 빛을 상징한다. 이러한 보통의 사람들이 주위를 감시하며 보초를 서는 동안 우리는 어둠에 대해 함께 저항함으로써 좀 더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글=싯디 패릭
싯디 패릭(Siddhi Parikh)은 순수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며 현재 인도에 거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