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상대가 하면 불륜”이라 말하는 ‘내로남불’의 사고는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어떤 행위를 자신에게는 허용하면서 남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이는 불공정한 일이며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다. 내로남불의 사고는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남과의 긴장과 갈등을 강화하는 원인이다. 이는 나와 상대의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방해하기 때문에, 결국 나와 상대 모두를 해롭게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이하 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고, 대러 수출을 통제하며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미국을 통해서는 우크라이나에 155mm 폭탄을 공급했고, 그 양은 유럽국가들의 전체 공급량보다 많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 역시 러시아에 폭탄과 미사일을 공급했고, 최근에는 특수부대 1만 2,000여 명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 전쟁에서 폭탄을 공급해도 무방하고, 조선의 군사적 지원은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한국 탈북민 단체들은 조선의 체제를 비판하고, 한국 사회 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조선은 대북 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접경지역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단 살포를 규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는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허용하고 있다. 그러자 조선은 오물풍선을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대북 전단이든 오물 풍선이든 양쪽 주민들을 불쾌하게 하고 서로 긴장하게 만드는 점에서 다름이 없다. 한국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자유의 표현이고, 조선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는 것은 더러운 작태인가.
2022년 12월 조선의 무인기가 서울 용산 인근까지 접근한 적이 있었다. 이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침투하여 대통령 집무실과 군사시설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낸 것이었다. 한국군 역시 무인기를 띄워 평양 인근을 정찰하는 작전으로 즉시 응대했다. 최근 조선은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나타나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음을 발표했다. 무인기 침투는 서로의 방공망과 대응 능력을 시험하려는 의도이겠지만,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동한다. 조선의 무인기 침투는 정전협정의 파기이고, 한국의 무인기 침투는 당연한 대응인가.
한반도 상공에서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와 B-1B 폭격기가 수시로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과 이지스 구축함이 조선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할 때 참가하고 있다. 조선은 이때마다 침략행위라 간주하며 반발한다. 조선은 재래 군사 무기로 한국과 미국을 당해낼 재간이 없자 핵무기를 개발했고, 드디어 핵무장 국가임을 스스로 선언했다. 한국의 미사일 발사나 한미연합훈련은 방어를 위해 필요하고, 조선의 미사일 실험 발사는 공격을 위한 도발인가.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2023년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홍보했다. 이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향한 수순이기도 했다. 2024년 6월 조선과 러시아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함으로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길에 들어섰다. 이 조약은 한 국가가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상호 군사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과 유사한 것이었다. 조선의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은 정당한 것이고, 한미일에 대한 조선과 러시아, 또는 중국의 상호 협력은 부당한 것인가.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서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원치 않는 전쟁에 많이도 휘둘렸다. 국제관계를 보면, 국익에 따라 적이 친구로, 친구가 적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지혜로운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과 조선이 내로남불로 서로를 대하는 한, 국익의 손실은 물론이고 각각의 동맹관계로 인해 전쟁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제 한국과 조선은 극악한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내로남불의 태도를 버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