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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드라마, 유튜브 등 대중문화 매체에서 인기를 끄는 장르 가운데 하나는 조폭과 연관된 폭력물이며 그중 청소년 폭력물이 두드러진다. 이미 오래전에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등의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친 바 있고, 최근에는 마동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인 조폭물 〈범죄 도시〉 시리즈가 히트를 쳤다. 코믹한 청년 조폭 드라마 〈비열한 삼거리〉,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주인공이 등장해 열연을 펼친 청소년 일진 드라마 〈소년시대〉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드라마나 영화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지표다. 청소년 폭력을 다룬 작품이 여럿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건 청소년 폭력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는 뜻이다.
점점 더 잔인해지는 청소년 폭력
청소년과 청년 폭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어느 나라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거의 없던 근대 이전 사회에서는 이들이 생계를 위해 산적이나 해적이 되는 일은 다반사였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되는 청소년 폭력은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최근 청소년 및 청년 폭력은 일상화되어 있는 데다가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잔혹성을 더해 가고 있다.
MZ 조폭 집단에서는 무려 1500% 이자를 부과하는 초고리 대금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민간인을 ‘하급생물’로 폄하하며, 조직원들의 단합을 위한 구타도 매우 잔인한 양상을 띠고 있음이 보도됐다. MZ 조폭의 진앙은 중·고등학교 폭력(이하 학교 폭력)이다. 학교 폭력의 다양한 유형 안에 MZ 조폭의 잔인한 폭력의 전조가 나타난다. 기절 놀이, 컴퓨터 게임 강요, 공갈과 협박, 상습 상해 및 폭행, 금품갈취, 물고문, 전기 고문, 성상납 강요, 집단 성폭력, 성폭행 동영상 유포 등의 비행들이 이미 청소년 폭력에 등장한다.
청소년에게 절대적 힘을 발휘하는 또래 집단
학교 폭력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또래 집단’에서 파생되는 어두운 면이다. 청소년 시기는 부모 및 기타 가족과의 연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연대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삶에 필요한 것들을 익히기 시작하는 시기다. 청소년이 부모와 가족의 안정적인 연대에서 떠날 때는 새로운 연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익숙하고 편안했던 연대를 떠나는 불안과 미지의 새 연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느낀다. 여기서 또래 집단은 청소년을 편안하게 받아들여 주고, 더 넓은 사회관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연령이나 관심사가 같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고, 불안을 극복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청소년은 또래 집단에 동조하고, 또래 집단에게 인정과 수용을받길 강하게 원한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이 구성하는 모든 집단이 그렇듯 또래 집단도 ‘집단적 악’을 피해 가지 못한다.
또래 집단이 힘으로 청소년을 장악하려고 시도하면 일진으로 바뀐다. 일진은 신체적 협박과 폭력을 사용해 청소년을 장악하고 지배하고자 한다. 집단의 운영과 쾌락 추구를 위한 자금으로 돈과 금품을 갈취하는 악행도 서슴지 않는다. 성적 욕구가 왕성할 시기에 있는 남학생은 여학생에 대한 성추행과 성폭행을 자행한다. 초·중·고등학교 성해방교육이 일상화된 오늘날에는 동성 간의 성추행과 성폭력도 벌어진다. 일진은 갈취한 돈으로 클럽이나 술집 등을 왕래하며 술과 성에 빠져 쾌락을 즐기고자 하며, 결국 마약 흡입에도 연루된다. 학교 일진은 성인 폭력단의 중간 단계인 MZ 폭력단과 연계될 가능성에 노출된다.
학교에서는 왜 일진이 힘을 발휘하는가?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는 청소년은 자신을 받아 줄 새로운 유대 관계를 원한다. 이들은 또래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집단에 대한 도덕적 분별력과 자신의 선택과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이 미흡하다. 이들 눈에는 일진이 위협적인 힘의 집단인 동시에 강한 유대 관계와 소속감, 확실한 정체성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진이라는 독버섯은 청소년 사이에 암적 존재로 깊이 뿌리 내린다.
청소년 폭력을 조장하는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의 세 가지 내용
청소년 폭력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청소년 폭력은 다양한 원인 개인적인 변인, 가정적인 변인, 학교적인 변인, 사회문화적인 변인 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어느 한 가지 변인에만 모든 원인을 귀속시키기는 어렵다. 청소년 개인의 특수성에 따라 이 다양한 원인 가운데 몇 가지를 주된 원인으로 선별할 수 있으며, 주된 원인은 해당 청소년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본고에서는 청소년의 가장 큰 관심과 노력과 시간을 차지하는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의 교육 내용이 일진 문화를 예방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공교육 내용 가운데 세 가지 요소가 청소년의 학교 폭력을 막는 데 무력하거나 오히려 이념적으로 조장한다. 첫 번째 요소는 초·중·고등학교 도덕 교육이 시대의 흐름인 포스트모더니즘 교육 철학적 사조에 사실상 장악돼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윤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행동을 위한 규범을 말하지 않는 것에 있다. 이런 환경에서 모든 사안에 대한 규범적 지침을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청소년은 건전한 옳고 그름의 판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의 기준도 없고 판별 능력도 없는 청소년에게 또래 집단이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행동 원칙을 갖고 다가오면 거부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초·중·고등학교 도덕 교육은 전형적인 포스트모던적 철학 이론인 정서론과 공동체주의에 장악됐다. 정서론은 개인의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권장하는데, 여기서 감정의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학교 폭력을 산출하는 토양이다. 학교 폭력의 특징은 주관적인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공동체주의는 공동체를 떠난 개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공동체 안에서만 개인의 자아가 결정될 수 있고 공동체가 부과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것만이 바른 도덕적 행동이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공동체가 어떤 성격의 공동체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공동체주의는 악을 행하는 또래 집단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이 집단의 요구에 순응해 폭력에 동참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이용될 수 있다.
두 번째 요소는 초·중·고등학교 과학 교육이 전적으로 진화론에 장악돼 있다는 점이다. 진화론의 사색적 논리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과 다른 동물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같은 종이라는 것이다. 진화론에 익숙한 사람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약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반려동물을 자식이라 부르고 사람을 반려동물의 엄마, 아빠로 부르는 것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동급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가 깊다는 것은 역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의 수준으로 전락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진화론에 익숙한 청소년에게 동료 청소년은 그저 동물과 같은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MZ 조폭이 민간인을 ‘하등 생물’이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진화론의 결과물이다.
또 다른 핵심은 동물 세계에서 발견되는 원리가 인간 세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동물 세계에서 발견되는 원리는 무엇인가? 진화론에서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고 설명한다. 이 원리가 인간 세계에도 적용돼 인간의 삶의 원리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되어 버린다. 일진을 지배하는 세계관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논리다. 진화론에 익숙한 청소년은 강한 힘으로 약한 동료를 제압하는 게 자신이 사는 길이라는 세계관에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물들어 있다. 일진을 따르거나 폭력을 방관하는 청소년은 이 상황에 적응하는 길이 살길이라는 잘못된 세계관을 가진다.
세 번째 요소는 조기 성해방교육이다.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은 유치원 단계부터 ‘성적인 즐거움을 알아 가고 탐색하고 즐기라’고 가르친다. 지, 정, 의의 정신 기능이 균형 있게 통전적으로 발달해야 할 아이들에게 성적인 쾌락에 탐닉하도록 가르친다. 그 결과, 정(情)의 기능이 조숙하고 과도하게 발달해 아이들이 왜곡된 쾌락의 노예로 전락하며, 지(知)와 의(意)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지 못한다. 한국 초·중·고등학교의 성교육은 성적 욕구의 즐김을 절대 목표로 설정하고 결혼이라는 제한도 이성간이라는 제한도 두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성적 욕구를 충족하도록 권장한다. 이와 같은 성해방적인 조기 성교육은 이성적이고 의지적인 기능의 발달을 저해해 청소년이 즐거움과 쾌락의 추구를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쾌락은 상한선이 없다는 특성이 있다. 쾌락은 감각적인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사람이 제한 없이 쾌락을 향유하도록 이끈다. 쾌락의 핵심은 성적 쾌락인데, 성적 쾌락은 감각적으로 행복하고 즐겁지만 순간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성적 쾌락을 장시간 즐기고자 하면 필연적으로 마약에 손을 댄다. 돈벌이를 못하는 청소년은 필사적으로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더욱 가혹하게 또래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게 된다. 그리고 국제적인 폭력 조직을 통해 지하 유통망이 형성돼 있는 성인 조폭단의 희생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렇게 마약을 흡입한 청소년은 감정 통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며, 이들의 폭력 정도는 일층 강화된다.
교회의 대응 방향
교회와 기독교인은 청소년 폭력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청소년 폭력을 조장한 구조 개혁과 기독 청소년에 대한 예방 교육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교회와 기독교인은 청소년을 학교 폭력에 빠져들게 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교회와 기독교인은 학교 폭력을 차단하는 데 무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는 초·중·고등학교 공교육 내용 무규범적인 포스트모던적 도덕 교육, 사람을 동물로 비하시키고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을 강조하는 진화론, 조기 성해방교육 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잘못된 내용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좌파적인 이념 교육을 시작하면서 교과서를 부모로부터 은폐하기 위해 교과서를 집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차단해 왔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몇 십 년 동안 교과서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다행히도 2022년도부터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교육 과정과 300종가량의 교과서에 대한 기독교인 학부모들의 검열과 개정촉구운동이 시작됐고, 학부모들이 교과서를 보는 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둘째로, 기독 청소년이 학교 폭력에 휘말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학교 폭력을 주도하는 청소년의 상당수는 부모의 무관심이나 폭력 또는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적 시도에 대한 부모의 방관으로 인해 폭력의 위험에 둔감해 있다. 또는 결손가정에서 자라나 심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성경이 말하는 건강한 가정을 유지해 어떤 외부 스트레스가 주어져도 받아 낼 수 있는 탄탄하고 안정된 체질을 갖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학교 교육 내용에 대응해 가정과 교회가 성경에 입각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의 생각이 결정하기 때문에 생각의 영역에서 청소년을 장악하는 일에 성공해야 한다. 우선 진화론에 장악돼 있는 중·고등학교 공교육에 대응해 기독교적 인간관을 철저히 학습시켜야 한다. 기독교적 인간관은 인간과 다른 동물 간의 신체적 연속성을 말하면서도, 인간에게는 영원히 실재하는 영혼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이 영혼은 하나님의 형상성을 지녔고, 이로써 하나님과의 의사소통과 사랑의 교제가 가능하다. 인간은 천하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가치의 총합보다도 더 무거운 가치를 지닌 존재다(막 8:26).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기에 그 목숨이 천하보다 더 무겁다. 이를 분명히 아는 청소년은 또래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
성경은 인간 행동의 규범적 표준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웃은 강압적으로 짓밟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를 희생하면서 사랑할 대상이자(사랑의 대강령),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대상이다(황금률). 성경은 성적인 관계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그리고 결혼 관계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하며 결혼 관계 밖에서의 성관계는 간음이라 규정한다. 특별히 동성애를 명확하게 금지함(레 18:22)으로 합법적인 범주 밖에서의 성욕 절제를 명령한다. 이러한 예방 교육을 통해 교회는 청소년이 폭력에 휘말리지 않고, 성경에 입각한 정체성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