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사회일반 중앙일보 입력 2023.04.04 05:00
연명의료 중단, 임종 임박해야 가능…“말기환자도 적용을”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 황수연·이우림 기자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5년 동안 국내 임종 문화를 상당히 바꿔놓았지만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 논의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행위 확대 문제다. 현행 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행위를 7개로 규정한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ECLS)·수혈·혈압상승제 투여 등이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을 만들 때 종교계의 반대가 매우 심해 매우 엄격하게 만들었다. 서울대 의대 허대석 명예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관련 제도를 법제화한 나라 모두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한국만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해 임종이 임박해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게 해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환자는 고통받고, 의료진은 말기 환자(보호자)에게 언제쯤 연명의료 결정에 관해 설명할지 혼란을 겪는다. 매일 1000명쯤 이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센터장은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기가 임종기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말기로 당기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 환자와 중증 치매환자도 연명의료 중단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대만은 이미 4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기 환자에게 강제로 영양 공급하는 걸 중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전남의 한 70대 노인은 “의식도 없는 사람에게 호흡기를 끼우고 줄로 음식을 넣어주는데,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코에 튜브를 끼워 영양을 강제 공급하는 경관영양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의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평화주의자인 스콧 니어링은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하면서 곡기부터 끊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언젠가는 (경관영양 중단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의 인식 개선도 풀어야 할 과제다. 조정숙 센터장은 “활동 의사의 7.8%만이 연명의료결정제 교육을 이수했다. 의사와 간호사의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할 때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서홍관 원장은 “언제 어떻게 건강이 나빠질지 모르니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써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웰다잉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원혜영 전 의원은 “웰다잉지원법이나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 626곳의 보건소(보건지소·분소 포함) 중 142곳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웰다잉이나 연명의료 중단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도 113곳(광역 14곳, 기초 99곳)에 불과하다.
안락사 도입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연명의료결정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소극적) 안락사 도입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법안은 참기 힘든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희망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물 주입 등으로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종교계와 의료계는 “자살을 부추길 수 있고, 사회·경제적 약자가 존엄사란 이름으로 죽음을 강요당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대상을 말기 환자로 통일하고,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 등으로 넓히는 걸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들통날 거짓말 (따뜻한 편지 2337)
네 명의 대학생이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이곳저곳 들르며 딴짓을 하는 바람에 수업에 지각했습니다. 출석에 예민한 교수님인 걸 알기에 학생들은 지각 사유를 묻는 교수의 질문에 학교에 오는 길에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늦었다고 거짓말했습니다.
대답을 들은 교수님은 알겠다며 넘어간 듯 보이자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교수님이 이어 말했습니다.
“네 사람은 각각 따로 앉게.” 학생들이 어리둥절하며 각각 떨어져서 자리에 앉자 다시 말했습니다. “자, 자네들에게 퀴즈를 내겠네. 타고 온 자동차의 어느 쪽 타이어가 펑크가 났는지 각자 답을 써서 제출하게나.”
교수님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결국 학생들의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거짓말은 순간적인 위기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서나, 혹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 순간만 모면하겠다는 얄팍한 계책이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위기의 순간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오늘의 명언
‘어떻게 말할까’하고 괴로울 때는 진실을 말하라.
- 마크 트웨인 -
*오늘의 묵상 (221109)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324년에 로마의 대성당이 봉헌된 사건을 왜 기념할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에게 이 축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미사 가운데 사제가 바치는 고유 기도문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본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느님, 몸소 뽑으신 살아 있는 돌로 영원한 거처를 마련하셨으니, 하느님의 교회에 은총의 영을 더욱 풍성히 내려 주시어, 저희가 천상 예루살렘을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게 하소서.” 이어서 영성체 후 기도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어집니다. “하느님, 교회를 통하여 저희에게 천상 예루살렘을 미리 보여 주셨으니, 오늘 이 성사에 참여한 저희가 은총의 성전이 되고, 마침내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게 하소서.”
라테라노 대성전은 오랫동안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들이 거주하던 교회 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런데 지상 교회에서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은 언제나 천상 교회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비록 미미하게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지만, 언젠가 천상 교회, 곧 천상 예루살렘에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와 함께 삼위일체 하느님을 만나 뵙게 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나그네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이방인입니다(1베드 2,11 참조). 우리 신앙인은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 천상 예루살렘의 시민입니다(필리 3,20 참조). 그러므로 우리는 돌로 지어진 성전이 드러내는 이 지상 교회에서 살지만, 천상 교회에서 영원히 살게 될 영광스러운 날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나그네이며 이방인인 우리 신앙인은 성사를 통하여 주어지는 은총에 힘입어 하루하루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을 준비합니다.
(김상우 바오로 신부 가톨릭신학대성신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