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지 않겠다고 고개를 젓는 준이를 놔두고 무작정 나왔는데 날씨가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로 여름을 향해 성큼 뛰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서늘한 아침 저녁이 있고, 새벽마다 이슬이 촉촉히 내려 새벽참에 한바퀴돌고나면 운동화와 바지가 흠뻑 젖지만 그것도 얼마 안 남은 듯 합니다.
5월 고사리는 아직도 건재하지만, 관목숲 음지에서 줄기를 뻗어내는 공간들 빽빽히 무시무시한 가시를 장착한 들풀들의 무성함 대잔치 때문에 채취불가능 환경이 됩니다. 야생화의 대표격인 엉겅퀴, 그토록 거칠고도 독한 가시가 어찌나 아프게하는지 이번에 깊게 느꼈습니다. 야생들판의 무성함이 하루가 다르게 빽빽해지고 있습니다.
소금막해변에서 표선해수욕장을 향해 걸어볼 예정이었으나 표선해수욕장 주차장에서 화장실다녀온 후 태균이 곧바로 바다를 향해 가버리고 있습니다. 잠시 차 안에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눈감고 있다가 부리나케 뒤따라 가니 벌써 물에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표선해수욕장 해변은 넓기도 해서 한쪽 물길이 낮은 지류에서는 아이들이 놀기도 참 좋은데 태균이 거기부터 들어가서 누워버립니다. 넓은 바다로 가자고 했더니 성큼성큼 걸어서 몇 번 파도와 놀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나와버립니다. 아직은 물이 차가운가 봅니다. 너른 해변, 드넓고 맑은 바다, 멀리 성산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데 하늘은 짙파랗기 그지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기저기 물놀이 즐기는 인파가 꽤 눈에 띄고 이제 본격적으로 물놀이 계절이 시작된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곧 6월입니다. 제주도 생활 아직 1년이 안되었지만 세월별 변화에 따른 풍경정취는 자연즐기기 바로 그 변화이기도 합니다. 여벌의 옷을 늘 챙겨서 다녀야 할 때입니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지만 일때문에 아일랜드에 자주 갔었습니다. 아일랜드의 상징식물이 클로버입니다. 네잎클로버 문양을 넣은 옷과 장식물들이 참으로 주변 곳곳에 많았는데요, 흑맥주의 대명사이자 아일랜드 전통맥주인 기네스 주점에서도 네잎클로버가 넘실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주도 오기 전 제가 살았던 지역에 네잎클로버가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작정하고 찾아본 적도 없고 그런 마음의 여유도 없었으니까요. 제주도에 와서도 요즘에서야 자꾸 눈길이 가게 되는데, 숱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제주도클로버 박물관을 만들고 싶을 정도입니다. 어제 새벽녁에 만난 녀석들입니다.
세잎클로버가 네잎으로 변화하는데는 상처가 필요하답니다. 이 사실을 근거로 주로 길가 가까운 곳을 뒤지게 되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자동차들이 지나가면서 밟고 상처를 내주면 대부분의 클로버들은 별 반응없이 견뎌내지만 소수 클로버들이 그 상처를 승화시켜 자신의 생장점을 자극하여 이파리수를 늘리게 됩니다.
클로버의 잎틔우기 속성을 이해하고나니 멀쩡한 네잎클로버보다 상처받아 몸부림친 흔적이 많은 것들에 더욱 마음이 갑니다. 마치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마음같아 이들을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동병상련 개념을 네잎클로버에도 적용하다니... 저도 알게 모르게 상처를 승화시키려 꽤 애를 쓴 모양입니다.
자연 속 사소한 모든 것에도 철학이 있고 교훈이 있습니다. 요즘 네잎클로버를 꽤 만나며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리고 또 헤아려봅니다.
첫댓글 아, 상처에서 다시 잎을 틔운 클로버, 알고 나니 더 애틋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덥다니까 바닷속이 좋은 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