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졸업이 임박할때 쯤 9정맥 도전을 계획했는데 같이 할 만한 곳을 찾다가 J3에서 진행하는 것을 알고는 가입하여 진행하시는 대장님께 여쭤보니 먼저 지부산행부터 참석하라 하신다.
한번가면 장거리 산행이고 속도 또한 빠른데 검증이 안된 사람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기대는 안했으며 스스로도 따라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기에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혼자는 교통편도 등로도 모르고 무섭기도 하여 정말 싫기에 한명이라도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기에 혼자 들이대 보기로 한다.
◆1회차(2019.6.8) 수피령~광덕고개 23.3km(혼자)
전날 금요일 막차로 와수리에 도착해 텐트를 쳤는데 준비부족으로 추워서 잠을 못잔다.
텐트를 접고 아직은 깜깜한데 택시를 타고 수피령으로 향한다.
한강 줄기의 북쪽에 있는 분수령이라 하여 한북정맥이라 명명되었으며 한강과 임진강 수계를 가름하며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어 대성산부터 출발이 가능하나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불가해 복계산부터 산행이 가능하다.
새울음 소리 외엔 적막한 깊은 산중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것이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곧 날이 밝을 것이니 용기를 내어 산속으로 들어선다.
복계산에서 복주산까지 10km를 가는동안 잔나무 가지들이 얽혀있어 통과하기 불편하고 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다.
19.2km지점 조경철천문대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광덕고개에 14시에 도착해 막국수 한그릇과 탁주 한사발 마시고 물도 보충해 견치봉까지 가려고 준비했으나 우천 소식이 있어산행을 중단한다.
◆2회차(2019.6.23) 광덕고개~노채고개 27.8km(혼자)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50분 일동방면 첫 버스를 타고 8시30분 광덕고개에 도착해 휴게소옆 철계단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를 정하는 기준은 교통편이 용이하고 최대한 접속구간이 없는 곳으로 정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등산로에서 햇볕을 쬐던 칠점사를 밟을뻔 하여 깜짝 놀랐는데 이후 여러 산행에서 많은 뱀을 만나는데 아마도 혼자다 보니 소리와 진동이 적어 뱀들이 미쳐 도망가지 못해 그런지 모르겠다.
백운산에서 리본이 많이 달린 방향으로 직진했다가 왕복 1.6km알바를 해 버스 막차시간이 염려된다.
한북정맥 최고봉인 국망봉은 된비알이라 힘들게 오른다.
도성고개 도착하기 전 현종사에서 견치봉 쪽으로 올라왔다는 산객을 만났는데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며 나를 따라 가겠다 한다.
버스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해 부담스러웠지만 못따라 오면 알아서 가겠지 생각하고 편한대로 하시라 했다.
떨어뜨리려 일부러 속도를 냈는데 잘 따라와 떨어뜨리는 건 포기한다.
아마도 나보다 윗선인 듯 싶다.
도성고개 도착전 삼거리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가면 샘터에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었는데 깜빡하고 그냥 지나쳤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
강씨봉 오르는 구간부터는 체력도 떨어지고 다리도 풀려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우연히 동행하게 된 산객은 출발점이 달라 그런지 쌩쌩해 보인다.
오뚜기령에 도착한다.
동행 산객이 길게 산행할 걸 예상하지 않아 식수를 조금만 준비해 떨어졌다 하여 내가 가진 500mml 중 반을 덜어주었다.
나는 목이 마르면 한모금씩만 아껴 마시기에 버틸 수 있을듯 한데 동행산객은 벌컥벌컥 마셔서 금방 동이 날 듯 하다.
청계산에서 길매재로 내려가는 구간은 심한 급경사로 조심조심 내려가야 한다.
길매재에서 동행산객이 물이 없는데 갈증이 심하다며 덜어 줄 것을 요청해 남은 물 중 또 반을 덜어주었다.
남은 물이 두모금 정도인데 갈증이 심하지만 다행히 남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버틸 수 있을 듯 싶다.
동행산객이 이렇게 힘든 코스인 줄 알았으면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거리는 비슷해도 좀 더 쉬워보이는 청계호수 쪽으로 하산하자 하여 나는 종주 하는 사람이라 종주길 가야 하니 편한대로 하시라 했더니 계속 따라가겠단다.
길매봉에 19시12분 도착 일동터미널에서 동서울 터미널 가는 막차가 8시35분 놓칠까봐 조급해 진다.
더 속도를 내서 20시6분 노채고개에 도착해 택시를 콜한다.
막차 출발 10분전 일동터미널에 도착해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과 물한병을 사서 캔은 원샷하고 버스에 오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나름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뿌듯하다.
다음 구간은 또 어떤 일들이 생길지.....
◆3회차(2019.9.1) 노채고개~큰넉고개 27.5km(지인들과)
타 산악회에서 같이 산행하는 동생들이 이번구간을 같이 걸어주기로 한다.
오르막 이지만 편한 흙길이고 풀잎에 이슬이 내려 앉았지만 젖을 정도는 아니다.
초입부터 곳곳에 거미줄이 많아 얼굴에 들러붙는 바람에 거추장스럽다.
11시57분 운악산 서봉에 도착한다.
이곳에 오니 어디서들 올라왔는지 등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운악산 동봉에는 포천시에서 세운 정상석과 가평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각각 세워져 있다.
거미줄이 얼굴에 들러붙고 날파리와 모기까지 따라붙어 산행을 힘들게 한다.
수원산 정상에는 군부대 시설이 있어서 접근이 안된다.
부지런히 걸었음에도 야등까지 하여 날머리에 도착해 산행을 종료한다.
◆4회차(2019.9.8)큰넉고개~오산삼거리 36.6km(혼자)
이전 구간 까지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탔었으나 이번에는 의정부역까지 전철로 이동한 후 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큰넋고개까지 이동한다.
뱀을 자주 만나 위험할 듯 하여 뱀 스패츠를 착용했는데 무겁고 땀나서 이후에는 착용하지 않았다.
여럿이 산행하면 뱀에 물려도 쫒아내고 보호받을 수 있어 괜찮은데 혼자일때 물리면 계속 덤비는 뱀의 속성때문에 쫒아내고 도망 가느라 계속 움직이게 되어 독이 빨리 퍼져 위험하다 한다.
전날 태풍으로 인해 영글지 않은 밤송이들이 등산로에 떨어져 있고 부러진 나무와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산행을 방해한다.
거미줄과 얼굴 주변을 맴돌며 따라오는 날파리와 모기가 산행을 더 힘들게 하고 온도와 습도가 높아 갈증이 심하다.
죽엽산로에 도착하니 도로옆에 식당과 커피숖이 있어 팥빙수 하나 먹고 물을 보충한 후 출발한다.
오후로 넘어갔음에도 3분의 1도 못와서 어두워지기 전에 날머리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7시43분 28km지점인 큰테미산을 지나지만 아직 9km 더 가야한다.
불곡산은 어둠을 뚫고 넘어야 하기에 무서울거 같아 잠시 망설이다 그냥 오른다.
불곡산 중턱쯤 오르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앞쪽에서 "이 히히히~이 히히히~"하는 꼭 귀신 소리 같은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혼자 야등할때 들개 세마리와 마추쳤을때와 똑같이 머리가 쭈삣 쭈삣 서고 식은땀이 흐른다.
무서움에 내려가고 싶었지만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하는 오기가 생겨 소리나는 위쪽으로 올라간다.
점점 소리가 가까와져 두리번 두리번 소리나는 위치를 찾아보니 등산로에서 30m정도 벗어난 지점에 어둠이 내려 선명하진 않지만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멘 흐릿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다가가서 "사람 놀라게 왜 이상한 소리를 내느냐? "따지려다가 갑자기 전설의고향 귀신이 떠오르며 소름돋아 뒤돌아 냅다 뛰다시피 산을 올랐다.
낮에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데 밤에 사람을 만나면 무섭다.
귀신 소리를 낸 여인이 사람일까? 귀신일까?
불곡산에서 바라본 양주시 야경이다.
20시 20분 목적지인 오산 삼거리에 도착해 산행을 종료한다.
◆5회차(2019.9.14)오산삼거리~숫돌고개 39.6km(지인3명과)
이번 구간은 백두대간을 같이 한 사람들이 응원차 같이 걸어주기로 한다.
초반부터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있어 길이 잘 보이지 않아 진행하기 어렵다.
10시13분 한강봉에 도착하니 양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속에 생뚱맞게 미술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설명에 보면 제과전문그룹 크라운해태라도 적혀있다.
이곳 일대 산들이 해태그룹 소유인가 보다.
공원묘지를 지나 울대고개에 도착해 식료품점에서 물과 콜라 막걸리를 구입한다.
명절이 지났음에도 늦게 성묘를 오는 차량들이 많다.
울대고개 고가도로가 생기기전 지나간 선답자의 트랭글 코스를 따라가다 횡단보도가 없어져 소형 알바를 한다.
보도없는 차도를 따라오다 가파른 법면을 치고 올라야 하는데 이곳부터 비탐구간으로 이후에도 정탐과 비탐구간을 넘나든다.
사패산을 오르는 석문과 갓바위 중간지점에서 정탐코스로 들어선다.
도봉산은 조망좋은 곳이 많은데 흐린 날씨와 운무 때문에 시야가 좋지않다.
우이암 사거리 기점에서 우이령까지 비탐구간이라 금줄을 넘는다.
16시34분 우이령에 도착한다. 부슬비와 땀으로 온몸이 다 젖었다.
둘레길은 모래를 다져 만들어 걷기 편안하다.
17시15분 우이령길 안내센터를 통과 한다.
14시 이후 입산 통제이며 사전예약을 해야 한단다.
25km지점인 솔고개에서 한사람은 빠진다.
솔고개을 뒤로하고 마을을 지나 노고산 방향 산속으로 다시 진입한다.
50분뒤면 일몰이라는 트랭글 알림이 울린다.
19시20분 노고산에 도착하니 비박텐트가 여러동 있다.
아직 8km를 더 가야 한다.
낮동안 흐렸던 날씨가 개이면서 보름달이 환하게 비춘다.
멧돼지는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활동하는데 두번 멧돼지와 스쳐 지나갔다.
21시3분 옥녀봉에 도착했다.
숫돌고개(삼송역)까지는 아직 4km를 더 가야하니 혹시 막치를 놓칠까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마눌님이 톡을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자 10시쯤 전화가 온다.
"어디냐?" 물어서 "아직 산행중인데 거의 끝나간다" 말하자 "정신이 있는거냐?"며 제발 적당히 좀 하란다.
22시15분 삼송역에 도착하며 산행을 종료한다.
◆6회차(2019.10.27)숫돌고개~장명산 29.8km(혼자)
10월27일은 한북정맥 졸업산행을 혼자 진행한다.
마지막 남은 한구간 빨리 졸업하고 싶어서 어제 무박산행으로 피곤한 상태지만 그냥 진행한다.
숫돌고개부터 시작하는 초입은 둘레길과 비슷하여 걷기가 참 편하다.
한북정맥 구간중 가장 쉬운 코스가 오늘 진행하는 숫돌고개에서~장명산 구간이다.
한북정맥 구간중 일부는 도로건설중이라 길 찾기가 쉽지않다 트랭글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면 알바하기 쉽상이다.
고봉산을 내려오면 운정신도시를 관통한다.
장명산 정상석이 서 있는 이곳은 지도의 장명산 위치와는 다른곳이다.
원래 지도상 정상 위치는 개인사유지인지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어서 그 옆 봉우리로 옮겨져 왔다.
이렇게 6월8일 수피령에서 시작한 한북정맥을 오늘 장명산을 마지막으로 졸업한다.
혼자라서 같이 축하주 한잔 할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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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난 산행기지만 계절에 맞게 올려 주셨어 최근에 다녀오신줄 알았습니다.
산행하다가 만나는 뱀은 언제나 신경 쓰이게 만드는데
저도 가죽으로 만든 토시가 있지만 땀이나서 긴시간동안 착용하는건 힘들고
풀속으로 들어 갈때와 참나무 군락지에만 착용 합니다.
긴산행 잘봤구요 초가을 산행 안전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지난2년간 정맥산행에 집중한 결과 호남정맥 29km한구간 9정맥 졸업하려고 남겨둔 금남정맥 21km한구간 남았는데 가려고 하면 비오고 일정이 꼬여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뱀토시 착용은 방장님 방법이 답인듯 합니다.
초장거리 빠른 속도 산행기에 비해 보여줄 것 없는 산행기인데도 봐주시고 기분좋은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선배님 하나씩 남은 구간 마무리 급하지않고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이제 다 왔어요
두구간 남았을 뿐인데 날씨와 일정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네요.
열심히 운동해서 좀 더 슬림해지고 산에서 날아다니는 모습 보게 되길 바래요^^
저는 홀산행 할때 밤구간은 항상 베어벨을 스틱에 매달고 다녔네요
여러명이 움직일때와는 달리 바로 앞에서 멧돼지가 도망치고
하여 멧돼지나 뱀들이 소리라도 듣고 알아서 피해달라구....
한밤중에 산소라도 지나칠땐 소리나지 말라고 꼭 쥐고 그래서일까 멧돼지가 도망치는소리가 멀찍이 들리던데요
효과는 좀 있는듯 합니다
저는 혼산할 때는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을때만 야등하고 되도록 피하는데 총무님은 혼자 야등 하면서 무서움도 안타시는 듯 하니 담력이 보통이 아니신 듯요.
멧돼지 뿐만 아니라 고라니와 큰 새들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다시 하라면 못할듯합니다.
제가 일찍 가입해서 활동했으면 골짝총무님과 수도권지부님들과 정맥을 같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근한빛 글게 말입니다
앞으로 다른 산행에서 함께하면 되지요~~ㅎ
수고하셨습니다
@골짝 네~속도가 걱정이긴 하지만 시간 맞으면 참석하겠습니다^^